대권 도전을 선언한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지난 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 활성화를 위한 연석회의'를 제안하며 민주당에 제출한 건의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권 도전을 선언한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지난 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 활성화를 위한 연석회의'를 제안하며 민주당에 제출한 건의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준석 돌풍’으로 여론의 주목을 받는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을 넋놓고 바라보던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대선 경선 연기론’이 재점화하고 있다.

지난 5월에 치러진 당대표 경선에 이어 9월로 예정된 대선 경선까지 밋밋하게 흘러갈지도 모른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친문인 전재수 의원에 의해 제기됐다가 잠잠해진 경선 연기론에 다시 불을 지핀 사람은 대권 도전을 선언한 최문순 강원도지사이다. 지난 6일 기자회견을 열어 여권 대선 주자로서는 처음으로 경선 연기론을 공개적으로 제기한 최 지사는 “지난 당대표 선거처럼 국민적 무관심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며 지도부를 압박했다.

최 지사는 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경선이 진행되는 7,8월은 휴가철인데, 흥행이 굉장히 어렵다"면서 경선연기론을 거듭 주장했다. 이동이 많은 휴가철은 코로나19 특별 방역 기간이 되는데, 이땐 사람이 많이 모일 수 없어서 흥행이 어렵다는 주장이었다. 11월로 예상되는 코로나19 집단면역 이후로 경선을 미뤄, 대면 유세로 분위기를 살리자는 것이다.

다른 대선 주자들도 대부분 경선 연기에 무게를 둔 발언들을 내놓고 있다. 현재 민주당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8명 중에서 경선 연기에 대체로 찬성하는 입장은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총리, 이광재 의원, 김두관 의원, 양승조 충남도지사, 최문순 지사 등이다.

여권 내 대선 지지도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경선 연기에 강력 반대하고 있다. 유보적인 입장을 보여온 박용진 의원은 “반 이재명 연대로 묶이길 원치 않는다”면서 경선 연기 반대론을 분명히 했다. 6:2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경선 연기론의 쟁점은 크게 4개 정도로 압축된다. 경선 연기론으로 인해 더불어민주당은 심각한 내홍에 휩쓸릴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① 당헌 당규 논쟁= 정세균, “당헌 당규 따르면 경선 일정 수정 가능” VS 이재명, “원칙과 약속 지켜야”

경선 연기에 찬성하는 정세균 전 총리는 당헌 당규 때문에 경선 연기를 하면 안 된다는 데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 전 총리는 “필요하면 (경선 일정을) 고칠 수 있도록 당헌당규에 돼 있다.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정권 재창출이 가장 중요한 과제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9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토론회에서 패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9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토론회에서 패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경선 연기를 반대하는 이재명 지사는 지난 2일 “이미 정해져 있는 어떤 규칙들을 이런저런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자꾸 바꾸면 우리 국민들이 당을 어떻게 믿겠는가? 원칙과 약속을 지키는 게 정치의 가장 기본이다 이렇게 생각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지사측 김병욱 의원은 지난 7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또 한번 당헌 당규 개정을 하는 원칙 없는 정당이라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크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② 검증 공세 논쟁= 친문계 ”먼저 오른 후보 불리해“ VS 이재명측 ”역대 대통령은 모두 빨리 후보 돼“

경선 연기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먼저 링에 오르는 것이 불리하다는 주장을 한다. 일찍 노출되면 검증 공세를 겪는 시간이 길어져, 후보가 상처를 입게 되고, 막바지 경선 흥행으로 여론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컨벤션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친문계 의원들 사이에서 거론됐던 경선 연기 주장은 지난달 6일 친문계 전재수 민주당 의원이 공개적으로 제안하면서 수면 위로 부상했다.

친문 전재수 의원이 제기한 ‘대선 경선 연기론’이 다시 불붙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친문 전재수 의원이 제기한 ‘대선 경선 연기론’이 다시 불붙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이 지사와 가까운 수도권의 한 민주당 의원은 "역대 대선 결과를 보면 상대 당보다 먼저 후보로 확정된 사람이 대통령이 된 때가 많았다"며 대선 경선 연기론 불가에 방점을 찍었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8월 20일 선출돼, 9월 16일 선출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2007년 17대 대선에서는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10월 15일)보다 두 달이나 앞선 8월 20일 선출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압승했다. 14대 김영삼, 15대 김대중, 16대 노무현 대통령도 모두 2위 후보보다 후보 선출일이 빨랐다.

③ 코로나 집단면역 이후로 미루자

최문순 강원도 지사는 코로나19 집단면역 이후로 경선을 미루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친문 전재수 의원 역시 코로나19 상황도 대선 경선 연기론의 이유 중 하나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 국민 3000만 명 이상이 백신을 접종하고 집단면역이 가시권에 들어왔을 때 많은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 속에서 대선후보 경선을 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가 '11월 집단면역'을 예고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사실상 9월 경선을 11월로 두 달 늦추자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정세균 전 총리 측 관계자도 전 의원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흥행 요소가 많은 국민의힘 경선이 11월에 끝나는데, 우리는 코로나 비대면 국면에서 9월에 경선을 하는 것은 불리하다. 따라서 경선 연기는 필수"라고 말했다.

④ 예능 피디 논쟁=“미스터트롯 방식으로 경선 바꿔야“ VS ”피디보다 출연진이 중요해“

윤영찬 의원은 "민주당에는 다큐 피디가 아니라 예능 피디가 훨씬 더 필요한 시점”이라며 “경선 시기와 방식 두 가지를 한 번에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윤영찬 의원은 "민주당에는 다큐 피디가 아니라 예능 피디가 훨씬 더 필요한 시점”이라며 “경선 시기와 방식 두 가지를 한 번에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경선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전국 각지에서 합동연설회를 열고 투표를 통해 승자를 가리는 기존 방식으로는 국민적 관심을 끌 수 없다는 지적이다. 최문순 지사는 ‘싱 어게인’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을 차용해 경선을 진행하자면서 대선 주자들을 ‘총리부’, ’도지사부’, ‘국회의원부’ 등으로 나눠 예선전을 치르자는 아이디어도 제시했다.

한발 더 나아가 오디션 프로그램인 TV조선의 ‘미스터트롯’ 방식으로 경선을 바꾸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윤영찬 의원은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흥행 결과를 놓고, 경선 방식을 바꾸자는 주장을 폈다. 윤 의원은 "지금 민주당에는 다큐 피디가 아니라 예능 피디가 훨씬 더 필요한 시점”이라며 “경선 시기와 방식 두 가지를 한 번에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에 민주당의 핵심 관계자는 “피디가 중요한 게 아니라, 출연진이 중요하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흥행한 것도 피디(황우여 선거관리위원장)가 잘해서가 아니라, 출연진(이준석 후보 등)이 좋았기 때문”이라며 경선 연기에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이 지사 측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지만, 당 지도부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결과와 제3지대 후보들의 움직임까지 감안해 경선 일정과 방식을 논의할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송영길 대표는 지난 2일 "대선 기획단을 저희가 6월 중순 경 발족 시킬 예정이다. 그걸 통해서 여러가지 의견을 수렴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연기론이 불발될 경우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달 안에는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돼야 한다. 대선 경선 연기 여부를 결정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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