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베푸셨던 은혜에 보답해드리기도 전에 먼저 세상 떠나셔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
"제가 앞으로 더 노력해서 좋은 선수가 되는 것이 감독님께 드릴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이라고 생각"

2007년 '날아라 슛돌이' 출연 시절 유상철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과 당시 7살이던 이강인. (사진=KBS 2TV 방송화면 캡처)
2007년 '날아라 슛돌이' 출연 시절 유상철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과 당시 7살이던 이강인. (사진=KBS 2TV 방송화면 캡처)

'슛돌이' 이강인(20·발렌시아)은 축구 인생 첫 스승이었던 유상철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의 죽음에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유상철 전 감독은 7일 췌장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향년 50세. 유 전 감독은 은퇴한 2006년부터 예능 프로그램 '날아라 슛돌이'에 출연해 어린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쳤는데, 이강인이 2007년 이 프로그램에 합류해 유 전 감독의 지도를 받았다. 이강인이 유 전 감독을 '첫 스승'이라고 표현한 이유다.

이강인은 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제 축구 인생의 첫 스승이신 유상철 감독님, 제 나이 7살, 축구 선수라는 꿈만 가지고 마냥 천진했던 시절, 슛돌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유상철 감독님을 처음 만나게 되었고 감독님은 제게 처음으로 축구의 재미를 알려주신 감사한 분이셨습니다"라고 했다.

또 "그때의 저는 아주 어린 나이였지만 축구에서 있어서 만큼은 제게 항상 진지하고 깊이 있는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그때의 가르침이 지금까지 제가 걸어온 축구 인생의 의미 있는 첫걸음이었던 것 같습니다"고 했다.

이강인은 "제게 베푸셨던 드높은 은혜에 보답해드리기도 전에 먼저 세상을 떠나셔서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감독님이 저에게 그러셨던 것처럼 저도 앞으로 후배들 그리고 대한민국 축구의 밝은 미래와 무궁한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제가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해서 더 좋은 선수가 되는 것이 제가 감독님께 드릴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계신 곳에서 꼭 지켜봐 주십시오"라고 했다.

한편 꼬마시절 유 전 감독의 가르침을 받았던 이강인은 2011년 스페인 명문 클럽 발렌시아의 유소년팀에 입단해 기량을 발전시켰고, 지금은 프로 선수로 활약 중이다. 2019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한국의 사상 첫 FIFA 남자 대회 결승 진출을 이끌어 최우수선수인 '골든볼'을 받았고, 성인 대표팀에도 발탁돼 한국 축구의 차세대 에이스로 주목받고 있다.

유 전 감독은 투병 중 유튜브 다큐멘터리를 통해 팬들에게 근황을 전하기도 했다. 유 전 감독은 해당 다큐멘터리에서 이강인을 만나 "몸이 안 아팠으면 스페인에 가서 경기도 보고 놀러도 가고 싶었다"고 했다. 이강인은 이에 "건강해지셔서 오시면 되죠"라며 쾌유를 기원했다. 하지만 유 전 감독의 죽음으로 두 사람의 바람은 지킬 수 없는 약속이 됐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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