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후보들이 지난 3일 대구에서 합동토론회를 열었다. 당의 최대 지지기반인 'TK' 표심을 향한 각축전이 이어진 가운데, 선두 이준석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문제에 정면 돌파를 택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후보들이 지난 3일 대구에서 합동토론회를 가졌다. 당의 최대 지지기반인 'TK' 표심을 향한 각축전이 이어진 가운데, 선두 이준석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문제에 정면 돌파를 택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경선의 유력 주자인 이준석 후보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태도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대선후보로 영입하려 한다는 관측과 은근히 디스한다는 분석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준석 후보는 지난 4일 대구·경북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정당했다며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자신을 발탁해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감사를 밝히면서도 정면돌파를 선택한 데는 ‘이준석 대세론’의 자신감도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승부수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국민의힘 합류에도 긍정적 신호로 작용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수사를 이끌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 역시 탄핵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만큼, 이 후보가 선제적으로 TK 당원들과의 설득·화해에 나서며 '탄핵의 강'을 보다 수월하게 건널 수 있는 길을 마련해줬다는 평가이다.

하지만 이 후보는 최근 윤 전 총장을 공개 비판하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김 전 위원장과 '윤석열 배제론'의 공감대를 형성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이 후보는 몇 차례 윤 전 총장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후보와 윤 전 총장이 어떤 케미를 보일지를 가늠해줄 정치 상황은 대략 4가지 정도이다. 그 상황들은 한결같이 아리송하다는 특징을 갖는다.

대선자금 때문에 윤석열의 국민의힘 입당은 당연?

이준석 후보는 지난 4‧7 재보궐선거 이후 예정된 야권 정계개편과 관련해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합류를 당연시하는 발언을 했다. 이유는 ‘대선자금’ 때문이라고 밝혀, 한 차례 논란이 일었다.

이준석 후보는 지난 4월 7일 C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선거비용 때문에 국민의힘에 합류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사진=CBS 라디오 프로그램 캡처]
이준석 후보는 지난 4월 7일 C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선거비용 때문에 국민의힘에 합류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사진=CBS 라디오 프로그램 캡처]

당시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뉴미디어본부장을 맡고 있던 이 후보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재산이 적은 편은 아니지만 대선 비용을 개인 자금이나 후원금으로 버틴다는 건 불가능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에 합류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당시 방송에서 이 후보는 대선과 관련해 “단일화 국면을 단일화 때까지 끌고 간 정치인은 정몽준, 안철수 둘 밖에 없다. 공통점은 돈에서 자유롭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희망사항이 섞인 게 아니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선거 전에 이런 이야기하면 안 되는데 너무 디테일한 걸 얘기해버렸다”면서 윤 전 총장이 대선 레이스를 뛰기 위해서는 국민의힘에 합류해야한다고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당시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합류에 대해서 ‘선거 자금을 버틸 수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를 들었다는 점에서, 이 후보의 발언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정치평론가 이성수씨는 “우리나라의 현재 선거공영제 하에서는 선거 결과 당선 혹은 유효투표 총수의 15% 이상을 득표하면 선거비용 전액을 보전해주고 있다. 따라서 선거 자금 때문에 윤석열 전 총장이 국민의힘으로 입당을 할 거라고 보는 건 너무 편협하고 안이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② 윤석열도 엑셀과 같은 정치인 자격시험을 쳐야

이 후보는 전당대회 공약 중 하나로 ‘공천 관련 자격시험제 도입’을 약속했다. 당이 공천하는 후보들이 ‘일정한 역량’을 보유하도록 연간 몇 차례 시험을 보겠다는 것이다. 공약 자료에는 ‘자료해석 능력, 독해 능력, 표현력, 컴퓨터 활용능력’ 등을 평가 항목으로 제시해서 논란이 일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9일 매일신문 유튜브에 출연해 “요즘 2030 청년 직장인들 중 엑셀 못 쓰는 사람 없다”면서 “우리 당에 국민세금을 받아 일하는 선출직 공직자가 있다면 최소한 그런 능력은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엑셀 프로그램을 예로 들어 젊은 세대가 보편적으로 갖춘 ‘기초 능력’을 정치인들도 어느 정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 후보는 지난 2018년 바른미래당 대표 출마 선언 당시에도 이와 비슷한 공약을 내 건 바 있다. “청년들은 9급 공무원을 놓고도 무한 경쟁을 한다”면서 지방의원들도 그에 준하는 노력을 해야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정치인 자격시험’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특히 야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윤석열 전 총장을 겨냥했다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는 “이준석 후보의 정치인 자격시험 공약이 청년층을 겨냥했다고 보이지만, 자격시험 문제를 누가 어떤 기준으로 출제할 건지 세부적으로 문제가 많은 공약이다. 특히 윤석열 전 총장도 엑셀 시험을 치르게 되면 아마도 탈락하지 않겠느냐”고 비판했다.

③ 윤석열이 필요한 비단주머니 3개를 갖고 있어?

이 후보는 지난달 29일 매일신문 유튜브 ‘프레스18’에 출연해, "윤 전 총장이 당에 들어온 뒤 부인이나 장모에 대한 공격이 들어오면, 윤 전 총장에게 비단주머니 세 개를 드리겠다"고 말했다. '비단주머니 세 개'는 삼국지에서 제갈량이 유비에게 건넸다는 비단 주머니 속 계책에 빗대어 나온 표현으로 해석됐다.

이 후보의 이러한 발언 이후 '비단주머니'에 대한 여권의 공세와 각종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이 후보는 자신의 발언과 관련한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 후보는 지난달 3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함께 출연한 현근택 변호사가 이와 관련 “세 가지 (해법) 중에는 모방계가 있을 것 같다. 노무현 전 대통령 사례가 있다. ‘아내를 버리란 말이냐’고 하는 것”이라고 말하자 “현 변호사가 기본적으로 첫 번째에 있어서는 약간 비슷한 말을 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했던 방식과 동일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해법에 대해서는 “그걸 말하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이 후보의 ‘비단주머니’ 발언에 대해 나경원 후보는 “윤 전 총장 의혹을 기정사실화 하는 일종의 ‘방어적 디스’”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전 총장을 방어하는 듯하면서도 장모의 형사적 문제를 언급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안 좋은 인식을 심어준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 후보 스스로 제갈량이라고 여긴다는 점에서, 윤석열 전 총장 입장에서는 상당히 기분이 나빴을 것 같다. 일각에서는 이 후보가 윤 전 총장에게 어필하려는 메시지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이 후보가 마치 갑질을 하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④ ‘대선경선’ 버스가 정시에 출발하면 윤석열은?

지난달 31일 MBC 100분 토론에서 5명 후보자들은 ‘야권 대선후보 선출 방식’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나경원(오른쪽 부터), 이준석, 주호영, 조경태, 홍문표 후보가 31일 서울 마포구 상암 MBC스튜디오에서 열린 100분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나경원(오른쪽 부터), 이준석, 주호영, 조경태, 홍문표 후보가 31일 서울 마포구 상암 MBC스튜디오에서 열린 100분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후보는 대통령선거 경선을 버스에 비유하며 "버스는 정해진 시각, 정해진 정류장에 선다. 공당으로서 책임 있는 경선을 치르려면 버스가 특정인을 기다려서는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나경원 후보는 "이준석 후보는 정시성을 강조하면서 정류장이 여러 개다. 중간에 탈 수도 있고, 처음부터 탈 수도 있다고 얘기한다. 그렇다면 윤석열 전 총장이 우리 당에 들어오지 않았어도 그냥 버스는 출발하겠다는 이야기로 이해해도 되겠나"라고 따져물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중심의 야권 단일화 플랫폼에 외부 인사들을 다 들어오게 한 다음 경선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경선 시작 시점을 9월 말, 추석 이후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버스는 정시에 출발해야 한다”는 이 후보의 주장 역시 ‘윤석열 전 총장이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하지 않으면 배제해도 좋다’라는 것으로 풀이됐다.

여권의 입장을 대변하는 정치평론가 A씨는 “이준석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대권 후보자들을 우습게 볼 것이다. 나이 제한 때문에 대선후보로 출마할 수 없는 이준석 후보가 최근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후보 지지율 3%를 획득한 것으로 나왔다”면서 “아마 앞으로 지지율이 더 올라가게 되면, 대권 주자들을 함부로 대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그는 이런 점을 고려해 책임당원들 사이에서는 나경원 후보나 주호영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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