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줄 '논평·성명'도 없던 참여연대, 김기식 감싸는 듯한 입장 내놔
진보연대-민노총-전교조, 김기식 '금기어' 수준… 일절 언급 없어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연합뉴스 제공)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연합뉴스 제공)

 

입만 열면 '사회 정의(正義) 실현'을 부르짖던 좌파 시민단체들이 국회의원 시절 각종 특혜와 비리 의혹이 불거져 '적폐 중의 적폐'로 떠오른 김기식 금융감독원 신임 원장의 추문에 대해 단 한 줄의 성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

12일 PenN의 취재 결과, 참여연대, 한국진보연대(이하 진보연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노총),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등 좌파단체들은 김 원장에 대한 각종 비리가 확인되고 추가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2012년 5월30일부터 2016년 5월29일까지 4년간 제19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김 원장은 국민을 대신해 감시·감독해야 할 국가기관의 예산으로 외유성 출장을 다녀왔고 이 출장에 유일하게 동행했던 여성 인턴은 자신의 의원실 9급비서로 채용한 뒤 8개월 만에 7급비서로 승진시켰다. 또 피감기관을 상대로 강연을 하며 로비성 수강료를 챙겼다.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사명이라고 밝히고 있는 참여연대는 이번 주 내내 삼성그룹이 노조를 와해하려고 했다는 검증되지 않는 의혹을 증폭시키기 위한 기자회견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1심 판결을 분석하는 좌담회, 개헌 촉구 기자회견, 제주4.3특강 등을 기획·개최했을 뿐 김 원장을 질책하는 활동은 단 하나도 없었다.

참여연대는 국회의원들의 외유성 출장에 가장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온 대표적인 좌파 시민단체다. 참여연대는 ‘외유성 출장은 반드시 기억해서 다음 선거 때 낙선 운동 후보 선정 기준 중 하나로 삼을 필요가 있다’거나 ‘피감기관과의 접촉 때문에 과연 국회가 견제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는 등의 발언을 서슴없이 해왔지만 김 원장에 대해서만은 달랐다.

김 원장이 참여연대 출신이라는 것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994년 참여연대 창립 멤버로 사무국장, 정책실장 등을 역임했고 2007년부터 2011년까지는 정책위원장을 지냈다. 또 다른 대표적인 참여연대 출신 정치인인 박원순 서울시장의 선거 운동에 참가했다 2012년 더불어민주당의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됐다.

참여연대에서 자신의 청춘을 다 보낸 김 원장 역시 국회의원 시절 외유성 출장과 로비성 수강료 취득에 대해서 날선 비판을 한 바 있다. 김 원장은 '지원을 받으려고 하는 기업과 그것을 심사하는 입장에서 기업의 돈으로 출장 가서 자고, 밥 먹고, 체재비 지원받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민원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자리에서 강연을 통해 챙기는 수강료는 로비성이다'라는 발언을 국회의원 시절 많이 했다. 마치 지금 자신의 행위를 스스로 꼬집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참여연대 박정은 사무처장은 이날 김 원장에 대해 "매우 실망스럽다"고 밝혔지만 이는 최종적인 입장은 아니라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김 원장에 대한 최종적인 입장은 사실관계를 면밀히 검토한 뒤 낼 것"이라며 "다소 입장 표명이 지체되더라도 조금 더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김 원장에 대한 각종 의혹이 나오는 과정에서 침묵을 지키던 참여연대가 입을 열었지만 그 내용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참여연대는 김 원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본인의 주장이 다른 점이 많고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김 원장을 감싸는 듯한 느낌까지 남겼다. 또 박 처장은 김 원장이 참여연대의 창립 멤버이기는 하지만 김 원장에 대한 비판이 참여연대로 이어지는 것은 불편하다는 식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참여연대, 한국진보연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교직원노동조합.(구글 이미지 편집)
참여연대, 한국진보연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교직원노동조합.(구글 이미지 편집)

 

진보연대는 '박근혜 선고, 사필귀정이다'라는 논평을 낸 것이 김 원장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치솟은 4월에 한 활동의 전부였다. 홈페이지에는 어버이연합, 청와대, 전경련, 재벌, 국정원 등을 규탄하는 내용의 공지와 세월호의 진상을 규명하는 특별법을 개정해야 한다거나 전쟁을 피하고 평화를 이루기 위해 한반도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만 가득했다.

민노총은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주장을 남발하며 개성공단 재가동을 주장했다. 또 최근 높은 인건비와 추락한 노동생산성으로 경영난을 겪고 한국 사업 철수를 고려하고 있는 미국의 완성차업체 제너럴 모터스(GM)를 규탄하고 있다. 전교조는 세월호 4주기를 앞두고 집중실천활동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고 법외노조로 판명된 자신들을 탄압하지 말라는 성명을 잔뜩 내놓았다.

김 원장에 대해 좌익단체가 침묵하는 현상은 미투(me too) 운동을 통해 가해자 대부분이 정의를 외치던 좌익 인물로 밝혀지자 여성단체들이 보인 태도와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일체 발언하지 않는 국내 인권단체들의 행태와 비슷하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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