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장 최원일 예비역 해군 대령이 6일 오전 서울현충원 정문에서 1인 시위에 나섰다. 2021.06.06(사진=조주형 기자)
천안함장 최원일 예비역 해군 대령이 6일 오전 서울현충원 정문에서 1인 시위에 나섰다. 2021.06.06(사진=조주형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제66주년 현충일인 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추념사를 밝혔다. 하지만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밝힌 추념사에도 불구하고, 실제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었던 청년들에게는 공허하게 들리는 모양새다. 그 이유는, 목숨을 걸었던 청년들의 희생이 현 정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외면'당했기 때문이다.

그의 추념사와 정부 행태가 서로 다르다는 폭로가 터져나왔다. '천안함 생존 장병들'의 숨겨진 사연을 통해서 그같은 사실이 까발려진 것인데, 심지어 이들은 이번 현충일 행사에 단 한명도 초대받지 못했다. 상당한 공분이 예상되는 바이다.

천안함장이었던 최원일 예비역 해군 대령은 6일 오전 9시부터 서울 국립현충원 입구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대규모 인파 속에서도 침묵을 유지한 채 두 손으로 "천안함 폭침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을 명확히 밝혀라!"라는 피켓을 들었다. 그는 이날 천안함생존자전우회·유가족회 대표로 나섰다.

최 대령은 이날 펜앤드마이크와의 인터뷰에서 "국가보훈처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앓고 있는 저희 천안함 참전 전우(戰友)의 국가유공자 신청을 받지 않았다"라며 "그 사유로 천안함 폭침 사건과는 인과관계가 없다고 했는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라고 성토했다.

천안함장 최원일 예비역 해군 대령이 6일(현충일) 펜앤드마이크·TV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직접 자신의 심정을 밝히고 있다. 2021.06.06(사진=조주형 기자)
천안함장 최원일 예비역 해군 대령이 6일(현충일) 펜앤드마이크·TV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직접 자신의 심정을 밝히고 있다. 2021.06.06(사진=조주형 기자)

그의 발언에 따르면 국가보훈처(황기철 처장)는 '천안함 폭침 사건'은 '신체적인 손상 또는 생명에 대한 불안 등 정신적 충격을 수반하는 사고'로 판정하지 않았다는 셈이다.

'천안함 사건'의 정확한 경위는 다음과 같다. 지난 2010년 3월26일 오후9시22분경 백령도 남서 해역 일대에서 작전 중이던 우리 해군의 1천200톤급 초계전투함인 천안함(PCC-772)은, 북한 잠수정의 어뢰공격에 폭침당했다. 그 결과, 우리 천안함 장병 46명이 전사(戰死)했다. 또한 이들을 구조하던 해군 특수전전단의 한주호 준위도 유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그런데, 국가보훈처는 당시 천안함에 승선해 임무를 수행하던 생존 장병들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에 대해 '국가유공자 미해당 판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PTSD)'란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극심한 스트레스(정신적 외상)를 경험하고 나서 발생하는 심리적 반응'을 뜻한다. 즉, 국가보훈처는 '천안함 폭침'이 '생명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바로 이 부분에서 국민적 분노가 일 것으로 예상된다.

천안함장 최원일 예비역 해군 대령이 6일(현충일) 서울 현충원에서 1인 시위 중이다. 2021.06.06(사진=조주형 기자)
천안함장 최원일 예비역 해군 대령이 6일(현충일) 서울 현충원에서 1인 시위 중이다. 2021.06.06(사진=조주형 기자)

그러자 최 대령을 비롯한 천안함 생존 장병들은 이날 서울 현충원 정문에서 1인 시위를 열고서 "문재인 대통령은,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라며 "서욱 국방부 장관 역시 천안함 음모론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뿐만 아니라 황기철 국가보훈처장도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의 성토가 따갑게 들리는 이유는, 단지 국가유공자 등록에 관한 사유에서 그치지 않는다. 황기철 국가보훈처장을 비롯해 현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그것도 모자라 '천안함 생존 장병'들은 단 한명도 이번 행사에 초대받지 못했다는 질타도 나왔다.

이를 통해 "이게 바로 나라를 위해 싸운 사람들을 대하는 작금의 대한민국"이라는 장병 청년들의 지적이 뼈아프게 들리는 부분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시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6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 추념사를 하고 있다. 2021.6.6(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시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6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 추념사를 하고 있다. 2021.6.6(사진=연합뉴스)

이들의 지적과는 별개로, 놀랍게도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추념사를 통해 "국가가 나와 나의 가족을 보살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을 때, 우리는 국가를 위해 몸을 바칠 수 있다"라며 "국가유공자의 희생과 헌신의 가치가 묻혀 버리는 일이 없도록 바로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추념사와는 달리 이번 행사에 단 한명의 천안함 생존 장병도 초대받지 못했다는 지적이 터져나오는데에 일언반구도 없는 모양새다.

결국, 이번 행사에 앞서 모습을 드러낸 천안함 생존 장병들은 "나라를 지킨 사람들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날이 바로 현충일"이라며 "대한민국은 나라를 지키려고 목숨까지 모두 바친 천안함 장병들을 부디 잊지 말아달라"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한편, 6일 서울 현충원에 모인 최원일 함장과 생존장병들 외에도 대전 현충원에는 천안함생존자 예비역전우회의 전준영 회장이 참석해 "천안함 음모론에 대해 국방부는 왜 침묵하느냐"라며 1인 시위에 나서 관심을 모았다. 전 회장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참···"이라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전준영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 전우회장이 6일 오전 대전 현충원에서 1인 시위에 나선 모습.2021.06.06(사진=전준영)
전준영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 전우회장이 6일 오전 대전 현충원에서 1인 시위에 나선 모습.2021.06.06(사진=전준영)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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