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민주주의 발전'이라는 명분을 내세운 국가보안법 폐지법안이 지난달 20일 국회 발의됐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반(反)국가단체'의 발호(跋扈)를 막을 유일한 방어장치가 기어코 없어질 위기에 처한 형국이다.
국가보안법 폐지법률안(2110236)을 내놓은 주축정당은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이다. 바로 강은미 정의당 의원을 비롯해 심상정·배진교·장혜영·류호정·이은주 정의당 의원과 이용빈(더불어민주당)·용혜인(기본소득당)·김홍걸·양정숙 의원이다.
국가보안법 철폐법이 발의되던 날, 수백여 개의 각종 친북(親北)단체들이 연합한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은 국회 입법 청원 조건 10만명을 달성했다. 청원 대표인은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다.
이들은 국가보안법에 대해 '지하혁명 조직을 통한 국가변란 소동'을 일으킨 이석기 前 통합진보당(정의당 전신)을 거론하면서 "양심의 자유를 억압하고 민족 평화 통일을 방해하는 제도"라고 비판하며 "정부와 국회는 국민의 열망, 민심을 외면해서는 안된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이 단순히 '국민의 목소리'로 비춰지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바로 '단위 사업 계획 구상'에 대한 일종의 기획안이 지난해 생산됐던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기자는 서울 종로구 일대에 위치한 친북성향 단체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의 사무실 인근에서 '국가보안법 철폐 사업 계획 구상안'이라는 문건을 확보했다. 핵심은, 국가보안법 철폐를 내세우는 이들의 계획안에 따라 정국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
해당 문건에는 '2021년 사업 계획'에 대한 월별 단위의 세부일정이 담겼다. 이에 펜앤드마이크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이를 공개함으로써 향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밝힌다.
#1. "국가보안법 폐지 사업의 핵심은 여론전(戰)"
해당 문건에 따르면 국가보안법 철폐사업 성공의 관건은 "여론전(戰)"이다. 해당 문건에서는 "결국 핵심은 국민여론으로, 광범위한 여론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밝힌다.
이를 위한 첫 번째 사업으로 "10만 국민 국회 청원"을 제시했는데, "시점은 4월 재보선이 끝나고 5월 중순 이후에서 8월 전 시점까지는 마무리되어야 한다"라며 사업 방향을 언급한다.
이를 위한 근거로 ▲ 코로나 시기 거리 캠페인 한계 봉착으로 인한 온라인 방식의 대중운동화 ▲ 현실적 국회 압박책인 국회 입법 청원을 통한 9월 정기국회로 쟁점화 및 11월 입법화 선점 ▲ 국회 입법 청원 성공으로 인한 진영 조직화 사업 달성을 들었다.
핵심은 '국회 입법 청원 달성 여부'로, 조건인 "5~6월 경 입법 청원"의 근거는 "하반기 입법 투쟁 시 민생투쟁 및 각종 대선 이슈에 묻힐 가능성이 높다"라는 것.
'국회 10만 입법 청원 투쟁'에 대한 조건 판단도 명시돼 있다. 문건에는 그 조건으로 ▲ 지역별 국가보안법폐지 운동기구 설치 ▲ 지역별단위 간담회로 운동 독려 ▲기층대중조직상 목표치 구체화를 위한 간담회(2월~4월) ▲ 9월 정기국회 입법안 상정 압박 여론전 ▲ 하반기 민중투쟁 결합을 통한 국회 압박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외에도 ▲ '국가보안법을 박물관으로' 전시회 사업 지역별 순회 전개 ▲ 여론전을 위한 각계 선언조직 및 송두율 교수 인터뷰 등의 방안을 명시했다. 다음은 '사업 계획(구상) 문건'의 일부다.
#2. "국가보안법 철폐로 우리 운동의 조직적 발전을 도모하자"
▲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을 통해 대중 선전·선동함으로써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 민족 모순을 지속적으로 대중 폭로함으로써 우리 운동의 사상적·정치적·조직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
▲ 국가보안법은 노동자 인민 대중의 자주적·혁명적 정치 조직의 건설을 원천 봉쇄한다. 저들에게 국가보안법은 한국 사회를 지키는 주요 보루다.
▲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을 위한 선전 사업에서, 온라인을 통한 각종 선전물의 제작·배포는 기본이다. 전국적 조직을 건설하기 위한 조직화의 과정이다.
▲ 1.(상반기) 기존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 흐름 및 진보민중 진영·시민사회 진영과 소통 - 제 단체·조직들이 올해 주요 사업으로 국가보안법 철폐를 상정하도록 주문, 적극 참여가 필요하다.
▲ 2.(상반기) 조직 출범과 연동한 언론 릴레이 기고 등을 통해 사회 이슈화, 선전 사업을 공세화한다. (중·하반기) 코로나19의 유행 상황과 주체 역량을 모아야 한다.
▲ (2021년)11월이면 코로나19가 어느정도 잦아들지 않을까 생각된다. 규모 있는 민중대회를 개최하고, 국회 포위 집회, 대규모 농성도 가능할 것. 코로나 여파와 민생위기는 국가보안법 문제를 물타기 하기 좋은 여건이기도 하다.
#3. '풍전등화' 신세인 국가보안법, 7조 폐지안도 與에 의해 발의돼
국회에서는 '국가보안법 폐지에 관한 청원(2100043)'이 등장한 데에 이어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폐지법안과 국가보안법 제7조 폐지안(2104605)이 본회의 심의를 앞두고 있다.
해당 법안을 내놓은 이들은 더불어민주당의 이규민 의원을 비롯해 김용민·김남국·신정훈·이동주·장경태·조오섭·이성만·김철민·윤영덕·이수진·최혜영 민주당 의원,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 양정숙·김홍걸 의원 등이다. 앞서 밝힌 문건에서는 '7조 폐지안'에 대해 "완전 폐지를 목표로 진행되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지금까지의 취재를 종합하면, 향후 1년 동안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각종 형태의 조직적 여론전이 발호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이다.
한편, 첫 법조항에서부터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만드는 반국가활동을 규제함으로써 국가의 생존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명시한 국가보안법은, 지난 73년 동안 대공수사권(對共搜査權)을 통해 구현돼 왔으나,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이관 입법을 강행하면서 '안보수사 무력화'라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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