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표 경선에서 젊음으로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이준석 전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의 행보와 발언을 보면 기성 정치인들을 ‘쌈싸먹을 정도로’ 능숙하고 노련하다. 닳고 닳은 기존의 정치9단 못지않다.

특히 그가 의원실 인턴으로 처음 정치를 배웠다는 유승민 전의원보다는 몇배나 매끈하고 노련한 모습까지 보인다.

2일 한 언론의 보도로 지난달 30일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만난 사실이 공개됐다. 두 사람의 만남은 그 자체로 충격이다.

우선,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찬성과 탈당파의 얼굴격인 김무성 전 대표가 국민의힘 대표경선에 작용, 이준석을 밀고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리고 젊음과 혁신을 무기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준석이 ‘3김(金)정치’의 계승자로 계보 내지 게파정치의 상징인 김무성 전 대표를 끌어들였다는 것 또한 큰 충격이다.

두 사람의 회동을 단독보도한 한 매체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전 8시40분께 서울 여의도의 한 주상복합 건물 앞에서 이준석 전 최고위원과 김무성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가 함께 대화하며 걸어가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한다.

이 전 최고위원이 당대표 예비경선에서 종합득표율 1위로 본선에 진출한 지 이틀 만이었고, 광주에서 첫 합동연설회가 있는 일요일 오전 인적이 드문 시각, 두 사람은 자신을 알아본 시민에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까지 했다고 한다.

두 사람의 만남에서 김 전 대표는 이 전 최고위원에게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당에 들어오는 것을 배척하지 말라”는 당부를 했다고 전해진다. 김 전 대표가 이 전 최고위원에게 ‘윤석열·안철수 포용’과 ‘공정 경선’을 강조하는 등의 조언을 통해 6·11 전당대회에서 이 전 최고위원을 지원하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문제는 두 사람의 회동사실이 알려진 뒤 이 전 최고위원의 대응방식이 기성 정치인 ‘쌈사먹을 정도’였다는 점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회동사실을 확인하는 기자에게 “(김 전 대표가) 언제 한번 보자고 했는데 내가 서울 올라가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무슨 상의할 게 있나 해서 보려고 했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서 못 만났다”고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이 전 최고위원으로서는 김 전대표를 만난 사실이 공개되면 자신의 강점인 참신함이 훼손되는 상황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지역적으로 부산 경남, 계파상으로는 탈당파를 중심으로 아직도 일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결국 계파정치 타도를 외치는 이준석이 계파정치의 힘을 빌리려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밖에 없게 됐다.

동시에 순수함과는 거리가 먼 이준석의 ‘애늙은이 정치’를 보여준 대목이다.

이상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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