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 없이 '친조국' vs '반조국'으로 갈라져...한 네티즌 "민주당에 더 이상 기대할 건 1도 없다"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 아픔과 진실 말하지 못한 생각'이 진열돼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 아픔과 진실 말하지 못한 생각'이 진열돼있다. (사진=연합뉴스)

집권 여당 더불어민주당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 발간을 두고 '친조국'과 '반조국'으로 쪼개지는 양상이다. 4.7 보궐선거 참패 이후 민주당내에서는 2019년 이른바 '조국 사태'가 패배의 주된 요인으로 지적되며 당 차원의 사과 필요성이 언급되기도 했다. 하지만 유력 대권주자들을 비롯해 상당수 의원들은 여전히 조국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이며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한 네티즌은 "민주당에 더 이상 기대할 건 1도 없다"고 단언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조국 전 장관의 회고록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 송영길 대표는 지난달 31일 '민심 경청 프로젝트' 마지막 일정으로 서울 여의도역에서 직장인들과 만나 "민주당이 그간 자기만의 의제에 갇혀서 국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바에 소홀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조국'이라는 한 인물에 얽매이지 않고 '민생'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송 대표는 취임 한달을 맞이하는 2일 기자간담회에서 조국 사태에 대해 사과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 극렬 지지자를 지칭하는 이른바 '대깨문'들과 그들을 옹호하는 정치인들이다. '대깨문'들은 조 전 장관 회고록이 발간되자 "나의 대통령", "첫 페이지를 열자마자 눈물이 났다", "검찰개혁의 수호신" 등의 반응을 보이며 구매 인증 릴레이를 하고 있다. 정청래 의원은 "일단 다섯 권 주문했고 읽는 대로 독후감을 올리겠다"며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라고 하는데, 먼 훗날 그가 뿌린 피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나무가 크게 자라있기를 기대한다"고 조 전 장관의 회고록을 과도하게 치켜세웠다.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 여권 유력 대선 주자들도 일제히 조 전 장관의 회고록에 박수를 보냈다. 반면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특별한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경선보다는 대선 본선을 바라보고 있는 이재명 지사가 '대깨문' 세력과 거리를 두는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이 지사 측은 "특별히 목소리를 내지 않을 예정"이라며 "질문을 받더라도 '재판 결과를 지켜보자'거나 '검찰 개혁이 필요하다' 정도의 답변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초·재선 그룹은 조 전 장관의 회고록 발간을 우려의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조응천 의원은 "우리 당이 다시 '조국의 시간'이라는 수렁에 빠져들 수는 없다"고 했다. 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가 연령별 심층 면접을 통해서 작성한 내부 보고서에서도 '조국 사태'는 재보선 참패 요인으로 꼽힌 바 있다. 박용진 의원도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조국 사태는 촛불 시위 이후 우리 사회에서 가장 뜨거웠던 논란 중 하나인데 아무 일 없었던 듯 넘어갈 일은 절대 아니다"라고 했다.

한편 민주당 내 분란과는 별개로 조 전 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은 서점가에 정식 출고되기도 전인 이날 예약 판매로만 1만5000부가 팔리는 등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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