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 아픔과 진실 말하지 못한 생각'이 진열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 아픔과 진실 말하지 못한 생각'이 진열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6월 1일부터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동시에 발매되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이 벌써 4만부 예약 판매를 기록,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의 출간에 대해서는 여당 내에서도 입장이 엇갈린다.

4‧7 재보궐 선거 참패 탓이 ‘조국’ ‘더불어민주당의 내로남불’이라는 데에 의견이 모아지고, 변화를 도모하던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는 ‘도로 친문당’으로의 회귀가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경 친문 의원들 사이에서는 조국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무엇보다도 조 전 장관이 법정이 아닌 외부에서 재판과 관련된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는 것이 판사에게는 일종의 도전으로 여겨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런 사실을 절대 모르지 않을 조 전 장관이 이렇게 소설에 가까운 회고록을 쓴 3가지 ‘불순한’ 배경에 이목이 집중된다.

① 절대 조국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날린 것

여당의 입장에서는 4‧7 재보궐 선거 이후 참패의 원인으로 ‘조국 사태’가 거론됐다. 최근 여당의 초선 의원들이 20,30 세대를 불러서 토론회를 연 자리에서도 ‘조국 사태와 불공정’이 거론됐다. 한마디로 조국 때문에 4‧7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를 했다는 것은 공공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다.

더불어민주당 당내에서도 ‘조국을 손절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어 가고 있다. 송영길 당대표도 일주일간의 '국민소통 민심경청 프로젝트'를 끝내면서 그간 청취한 민심을 종합해 내달 2일께 민심경청 보고회를 할 것으로 보인다. 보고회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조 전 장관 문제에 대해 사과 등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6월 2일 민심경청 보고회 후, 조 전 장관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연합뉴스]

이런 상황을 지켜보던 조 전 장관의 입장에서는 “나를 손절하지 말라”는 경고를 날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본인이 친문의 핵심으로서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압박을 여당 후보자에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② 차기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의 지지발언을 끌어내기 위한 전략?

조 전 장관의 책에 대해 여권의 대선 주자로 꼽히는 이낙연 전 총리와 정세균 전 총리는 이미 옹호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유력한 대권 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 지사는 그간 페이스북 등을 통해 '공정'을 강조하는 발언을 여러 번 했으나, 조국 전 장관 사건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이번 회고록에 대해서도 이 지사는 말을 아끼고 있다. 사실 이 책의 발간으로 가장 곤란한 입장에 처한 사람은 이재명 지사라는 분석이다. 그 동안 이 지사는 매우 전략적으로 검찰에 대해서도 비판을 삼간 편이었고, 윤석열 전 총장에 대해서도 비판을 거의 하지 않았다. 검찰과 윤 전 총장을 비판하는 것이 중도층 공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전략적인 판단이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조국 전 장관의 책 출간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조국 전 장관의 책 출간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런데 앞으로는 이 지사 역시 검찰과 윤 전 총장에 대한 입장, 더 나아가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대선 경쟁이 본격화되고 TV토론회에서도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질문이 나올 경우, 답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정치평론가 이성수씨는 “만약에 조국 전 장관의 책을 읽어봤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안 읽어봤다고 말하기도 어렵고, 읽어봤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이다. 읽어봤으면 공감하는지를 반드시 밝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연이어 “그 과정에서 이 지사가 조국 전 장관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게 되면, 지금까지 이 지사의 ‘여당 내 야당’ 이미지는 무너지고 만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송영길 당대표뿐만 아니라, 이재명 지사 입장에서도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풀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조 전 장관은 ‘조국의 시간’이라는 회고록을 통해, 이 재명 지사가 친문의 세력 즉 친조국의 세력을 등에 업을 것인지 선택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지사가 조 전 장관의 출간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자,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은 “국민이 궁금해하는 사항에 대해서 대권주자로서 시각을 밝혀라”며 참전을 요구했다. 언급해봤자 득 될게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여겨지는 이 지사에게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③ 가장 현실적인 속마음, 변호사비를 벌기 위해서?

조 전 장관은 회고록을 출간한 이유에 대해 "오랜 성찰과 자숙의 시간을 보내며 조심스럽게 책을 준비했다"며 "검찰 언론 보수야당 카르텔이 유포해 놓은 허위사실이 압도적으로 전파되어 있다. 아직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지만 더 늦기 전에 최소한의 해명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면서 "이번 집필은 힘들었다. 그때의 상황과 감정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가족의 피에 펜을 찍어 써내려가는 심정이었다"며 "그러나 꾹 참고 썼다. 사실을 밝히고 싶었다"고 했다.

조국 전 장관은 지난 27일 페이스북에 자신이 쓴 책 '조국의 시간: 아픔과 진실 말하지 못한 생각'이 6월 1일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을 통해 발매된다고 전했다. [사진=조국 전 장관 페이스북 캡처]
조국 전 장관은 지난 27일 페이스북에 자신이 쓴 책 '조국의 시간: 아픔과 진실 말하지 못한 생각'이 6월 1일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을 통해 발매된다고 전했다. [사진=조국 전 장관 페이스북 캡처]

조 전 장관의 출간에 대해서 조 전 장관이 밝힌 이유를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시기나 내용이 너무 잘 준비된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더 구체적인 이유로는 “변호사비가 필요해서 책을 썼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조 전 장관과 부인 정경심 교수의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은 꽤 높은 수임료를 내야 하는 곳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법조계에 따르면 “조 전 정관은 상식 이하의 저렴한 수임료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도 1심 결과가 나쁘게 나온 부분에 대해서는 ‘변호사 탓’으로 돌리고 있어, 변호사들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는 뒷말이 나온다.

게다가 변호사 입장에서는 형량을 줄이기 위해서 의뢰인이 일정 부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좋은 전략이다. 그런데 조 전 장관이나 정 교수는 무조건 자신들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에 따르면 “조국 전 장관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잘못을 하나라도 인정하는 순간, 정치적 사망선고가 내려지기 때문에 변호사들의 전략과는 충돌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변호사들의 전략과 충돌하면서 새로운 변호단이 꾸려지고 구성원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어서, 아무리 낮은 수임료를 준다고 하지만 변호사비가 많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변호사비를 충당하기 위한 목적으로 책 출간에 나섰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조 전 장관의 입장에서는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책을 출간했다고 주장하지만, 책 출간을 계기로 정치 전면에 나서려 한다는 분석까지 제기된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대선 출마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조국 전 장관의 입장에서는 더 이상 잃을 게 없다. 따라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친문의 지지를 업고 출마를 고려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