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노스 공동설립자 조엘 위트 선임연구원이 10일(현지시간) 38노스 웹사이트에
38노스 공동설립자 조엘 위트 선임연구원이 10일(현지시간) 38노스 웹사이트에 "38는 계속된다"는 글을 올렸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SAIS) 산하 한미연구소(USKI)가 운영해온 북한 전문 매체인 38노스는 10일(현지시간) 독자생존 방침을 공식 밝혔다.

미 국무부 관료 출신으로 38노스의 공동설립자인 조엘 위트 선임연구원은 이날 성명을 통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우리의 모 기관인 USKI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한다는 기사들을 봤을 것”이라며 “이는 USKI의 역사를 감안할 때 매우 유감스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위트 연구원은 “USKI는 저명한 워싱턴포스트(WP) 기자 출신인 한국 전문가 돈 오버도퍼가 설립해 스티븐 보즈워스(전 대북정책 특별대표), 로버트 갈루치(전 북핵특사) 등 미국의 대북정책 수립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전직 관리들이 이사장을 맡아온 곳”이라고 했다.

이어 “현재의 논쟁에 대해 별다른 언급은 하지 않겠다”며 “38노스는 USKI의 ‘소멸’에도 불구하고 운영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는 것을 독자들에게 확인해주고 싶다. 곧 추가적으로 관련 소식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38노스는 카네기재단, 맥아더재단 등의 기부금으로 별도의 재원을 마련해 독립 연구소 등의 형태로 계속 존치될 것으로 전해졌다. 위트 선임연구원은 운영을 맡게 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최근 한미연구소(USKI)에 대한 연 20여억 원의 예산지원을 6월부터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두고 청와대 외압 논란이 번지면서 연구소 산하 38노스의 운명에 관심이 쏠렸다. 38노스는 상업용 인공위성 사진으로 북한의 핵, 미사일 관련 동향을 분석해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다. 2016년 4월 북한 영변 핵시설 인공위성 사진을 토대로 국제원자력기구(IAEA)보다 2개월 앞서 북한의 플루토늄 재처리 사실을 분석했다. 그해 9월 풍계리 핵실험장 움직임을 포착해 핵실험을 예고한 다음 날 북한은 실제로 5차 핵실험에 나섰다.

예산 압박에 직면한 USKI는 38노스를 부분 유료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공위성 사진의 가격은 장당 1000만 정도로 운영에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된다. USKI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다른 재단 등에서 후원을 받으면 앞으로도 운영해갈 수 있다. 38노스는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38노스 편집장 제니 타운 USKI 부소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관심 있으면 38노스에 기부해 달라”고 했다.

10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우리 군이 입수하는 북한 내부 사진 영상을 사실상 미국 정찰위성이 촬영한 것들이 대부분으로 군 당국도 38노스를 집중 모니터링하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후 38노스의 ‘현미경 분석’이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국내 정보당국 관계자는 “북한 내부를 속속 들여다보는 38노스의 상업 위성사진이 언론에 기사화될 때마다 북한이 매우 민감해한다”며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걸림돌 중 하나”라고 했다. 2015년 5월 USKI를 방문했던 김기식 금융감독원장(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연구소가 북한 문제 연구와 네트워크 활동에 너무 치우친 느낌이다. 북핵 관련 오래된 이슈에 대한 평가와 탁상공론만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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