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일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일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야권의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로 꼽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흠집내려는 파일이 두 가지 버전으로 회자되고 있다. 그 흐름에는 계산된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는 관측이다.

괴문서를 이슈화하는 방식 자체가 심상치 않다. 야당 의원 사무실에서 윤석열의 비리를 담은 파일이 발견됐다는 뉴스가 먼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윤석열 파일’을 준비중이라고 언급했다.

윤석열에 대한 폭로전 시작되면 내년 대선판은 ‘정책 경쟁’아닌 ‘진흙탕 전쟁’으로 전락할 듯

내년 대선의 가장 유력한 주자로 꼽히는 윤 전 총장에 대한 ‘흑색선전’이 준비되고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대선출마 선언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윤 전 총장에 대한 폭로전이 시작된다면, 내년 대선판은 진흙탕 전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정책 경쟁은 실종될 수밖에 없다.

여권은 그동안 비공식적으로 “윤 전 총장이 일단 대선판으로 들어오면 온갖 비리의혹이 제기될 것이고, 정치경험이 적은 윤 전 총장은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여당 대표 송영길은 ‘개국본’ 집회에서 윤석열 파일 언급, ‘괴담’ 불씨 지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5일 개혁국민운동본부(개국본) 집회 현장에 들러 검찰개혁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윤석열 파일’의 존재를 언급했다. 개국본은 2019년 조국 수호 촛불집회를 주도한 단체다.

송 대표는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열린 개국본 주최 집회에서 “윤석열의 수많은, 윤우진 등 사건에 대한 파일을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며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적당히 되는 게 아니다. 하나씩 제가 자료를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우진 사건’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근인 윤대진 전 검사장의 친형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뇌물수수 무마 의혹을 의미한다.

지난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대표 오찬간담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대표 오찬간담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송 대표는 농담도 건네면서 우회적으로 윤 전 총장을 저격했다. “윤 전 총장은 사법고시에서 8번 떨어지고 9번째에 됐지만, 송영길은 한 번에 됐다. 머리도 내가 (윤 전 총장보다) 더 크다”고 말하며 분위기를 조성했다.

송 대표가 언급한 윤석열 파일에 대해 윤 전 총장의 측근은 “공격거리가 있을지 모르겠다. 내가 보기엔 없다"며 "있다고 하더라도 기존에 알려진 내용을 뒤틀고 부풀리는 식일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에는 지금 야당의 숱한 공격을 받았고, 그후 '조국 사태' 이후로는 여당의 공격을 많이 받았다"며 "재탕 삼탕을 하려는 의도인 모양"이라고 덧붙였다.

윤 전 총장측, ”김대업 정치공작과 드루킹 여론조작 연상시키는 권모술수“ 비판

윤 전 총장의 또다른 측근은 송 대표의 발언에 대해 “희대의 사기꾼 김대업 정치공작과 드루킹 여론조작에서 보여준 모략과 권모술수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추악한 정치공작”이라고 규정했다. “우리 국민을 개돼지로 여기는 것 같다. 우리 국민들은 이런 근거없는 공작에 더는 속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연이어 “정말로 한방이 있으면 이렇게 예고를 하지 않는다. 미리 예고를 하는 걸 보면, 볼품없는 파일이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정진석 의원, “케케묵은 공작의 맛을 잊지 못하는 듯”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여권은) 케케묵은 공작의 맛을 잊지 못하는 것 같다"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략과 권모술수의 구린내가 폴폴 난다"고 비판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 의원은 "'조국 사태' 이후 청와대와 법무부 그리고 검찰까지 총동원되어 (윤 전 총장을) 이잡듯 탈탈 털었다"며 "국민은 더는 이런 추악한 공작 정치에 속지 않는다. 열세를 네거티브로 뒤집어보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그럴수록 구정물만 뒤집어쓸 뿐"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송 대표가 밝힌 윤석열 파일에 대해 “여당이 스스로의 무능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검찰총장 임명 당시 밝히지 못한 것이 있다면, 인사 검증에 실패한 것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야당 대권후보 경쟁자 활용해 검사 윤석열의 비위 정조준?

송 대표가 밝힌 윤석열 파일 외에, 야당 의원의 사무실에서 밝혀진 또 다른 파일에 이목이 더 쏠리는 상황이다. 송 대표가 언급한 파일은 윤 전 총장을 흠집내기 위해 기존에 알려진 사건들을 재활용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반면 야당 의원 사무실에서 발견된 파일은 차원이 다른 것으로 알려진다. ‘검사 윤석열’의 비위 의혹을 정조준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일에는 윤 전 총장이 검사로 재직하던 당시 특정 피의자를 친소(親疏) 관계에 따라 봐주는 등 사건처리를 엄정하게 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심지어 재벌 비위 수사를 덮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문제는 고도의 정보가 담긴 이 파일이 야당 의원실에서 발견됐다는 점이다. 정치평론가 신지호씨는 26일 방영된 유튜브 ‘2022 어벤저스’에서 “법무·검찰의 내부정보를 가지고 각색을 해서 만들어진 파일인데, 정보수집 능력이 없는 야당에서 만들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그러면서 “추-윤 갈등 속에서, 때리면 때릴수록 강해지는 윤석열의 존재감을 확인한 여당이 이번에는 야당의 대권 경쟁 후보자를 이용해 네거티브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시사평론가 신지호씨가 26일 ‘2020 어벤저스’ 유튜브 방송에서 야권 의원의 사무실에서 발견된 ‘윤석열 파일’에 대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2020 어벤저스 캡처]
시사평론가 신지호씨가 26일 ‘2022 어벤저스’ 유튜브 방송에서 야권 의원의 사무실에서 발견된 ‘윤석열 파일’에 대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2022 어벤저스 캡처]

여당은 윤석열 겨냥해 ‘차도살인(借刀殺人) 계략 준비 중?

야권에서 이런 종류의 윤석열 파일이 공개될 경우, ‘여권발 정치공작이 아니라 야권 내부의 검증용’이라는 프레임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신지호씨의 주장이었다.

야당의 손을 빌려 윤석열을 정치적으로 매장시키기 위한 여당의 차도살인(借刀殺人. 남의 칼을 빌려 사람을 죽임) 계략이라는 해석인 것이다.

이 파일이 주장하는 핵심은 ‘윤석열이 공정을 자신의 가치로 포장했지만, 사실은 불공정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윤석열 지지율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윤석열을 직접 공격할 목적으로 제조된 악성 바이러스인 셈이다.

이 파일에 담겨 있는 의혹들에 대해서는 정밀 검증이 시작될 것이다. 하지만 진위가 가려지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 과정에서 국민들은 피로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럴 경우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파일의 제조자는 아마도 그 점을 노렸을 것으로 분석된다.

보수 커뮤니티에 ‘윤석열은 좌파다’ 댓글 증가...드루킹 조작 2라운드?

정치평론가 이성수씨는 “이규원 검사가 윤석열 전 총장의 ‘별장 성접대 의혹’에 대해 작성한 수사 보고서가 픽션으로 밝혀진 것처럼, 이 파일에 들어 있는 내용 중 상당수는 고도로 조작된 픽션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여당 쪽에서 작성했을 가능성이 높은 파일이 야당 의원의 사무실에서 발견됐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정권 교체라는 전 국민의 열망을 저버리는 불공정한 행위는 지탄받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들어 보수우파들이 주로 이용하는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윤석열은 좌파다”라는 댓글이 늘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 역시 윤석열 파일과 같은 맥락에서 윤 전 총장을 음해할 목적으로 유포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드루킹 조작의 2라운드인 셈이다. 윤 전 총장을 겨냥한 민주당의 본격적인 견제가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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