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역 사정권" 공언하며 "평창 성과 기원" "남북 군사긴장 완화" 궤변

북한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이 1일 북한의 핵·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위협과 관련해 "위협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협박했다. 핵 보유국을 자처하면서 미국 본토 전역을 겨냥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정은은 1일 조선중앙TV를 통해 공개된 2018년 육성 신년사에서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있다는 것은 위협이 아니라 현실임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며 "미국 본토 전역이 우리 핵 타격 사정권 안에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29일 ICBM '화성-15형' 발사 성공을 계기로 대미(對美) 위협을 본격화한 셈이다.

그는 "우리 공화국은 어떤 힘으로도, 그 무엇으로도 되돌릴 수 없는 전쟁억제력을 보유하게 됐다"며 "미국은 우리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걸어오지 못한다"고 공언했다. 이는 전 세계에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는 시도로 보인다.

김정은은 "1년 전 이 자리에서 당과 정부를 대표해 대륙간탄도로켓(ICBM) 시험발사 준비 사업 마감단계 추진하는 것을 공표했다"며 "지난 한 해 여러 차례 시험발사를 안전하고 투명하고 확고하게 온 세상에 증명했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위원장이 1일 오전 9시30분(평양기준 9시)에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육성으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정은이 1일 오전 9시30분(평양기준 9시)에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육성으로 신년사를 발표하는 모습을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사진=연합뉴스)

한편 김정은은 올해 2월 한국의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와 관련 "새해는 우리 인민이 공화국 창건 70돌을 대경사로 기념하게 되고 남조선에서는 겨울철 올림픽경기대회가 열리는 것으로 하여 북과 남에 다 같이 의의있는 해"라며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며 우리는 대회가 성과적으로 개최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대표단 파견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핵 공갈'을 하면서 평창올림픽 참여 의사를 시사한 것은 대북 유화책을 추진해온 한국과,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강조하는 미국 일본 등 국제사회를 이간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또 남북 관계에 관해 "동결상태에 있는 북남관계를 개선하여 뜻깊은 올해를 민족사의 특기할 사변적인 해로 빛내어야 한다"며 "북과 남은 정세를 격화시키는 일을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하며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적 환경을 마련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하여야 한다"고 했다. 이는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과의 교감 없이 제안한 '평창올림픽 이후로의 한·미 연합훈련 연기' 등 군사훈련 축소를 요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김정은 신년사를 두고 미국과 일본 현지의 주요 외신은 '핵 단추 발언'을 주목한 기사를 홈페이지 전면에 배치하는 등의 공통된 반응을 보였다. 미국과는 대결 태세를, 한국에는 대화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으로 한미일 공조가 와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는 언론도 있었다.

반면 국내 포털과 언론 등은 '평창올림픽 대표단 파견 의사가 있다'는 언급에 중점을 둔 보도와 기사 배치를 보였으며, 청와대도 이 언급에 "환영한다"는 반응부터 보였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오후 브리핑을 통해 "(김정은이)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평창올림픽 대표단 파견 용의를 밝히고 이를 위한 남북관계 만남을 제의한 것을 환영한다"며 "평창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된다면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와 세계평화, 화합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청와대는 그간 남북관계 복원과 한반도 평화와 관련된 사안이라면 시기·장소·형식에 관련 없이 북한과 대화 의사가 있음을 표시해 왔다"며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한편 한반도 문제의 직접 당사자로서 남북이 책임 있는 위치에 앉아 남북관계 해법을 찾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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