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주장하는 동시적·단계적 비핵화에 관심 없어...최대 압박 캠페인 계속할 것”
美전문가 “美北 간 비핵화 개념 달라...회담결렬·전쟁발발 가능성 있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

미국 정부가 10일(현지시간) 미북 정상회담의 최우선 의제는 비핵화이며, 북한인권 문제도 제기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공식 확인했다. 또한 북한이 주장하는 '동시적·단계적 비핵화' 방안에 강한 거부감을 표현하면서 대북 최대 압박 캠페인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오는 5월 또는 6월에 북한과 회담이 열리면 북한인권 문제를 제기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어 “인권문제는 일반적으로 미국이 매우 큰 차이를 가지고 있는 국가들과 마주 앉아 대화를 하게 됐을 때 언급돼 온 의제”라며 “이번에도 그럴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노어트 대변인은 “김정은이 기꺼이 준수할 용의가 있고, 노력하겠다고 밝힌 한반도 비핵화가 분명히 최우선 의제이고 그 밖의 다른 문제들도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와 미국이 원하는 완전한 비핵화 간 차이에 대한 우려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이는 대통령이 판단할 문제"라며 대통령을 대신해 말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북한이 비핵화에 나설 준비가 됐다고 말한다면 미국은 최선을 희망하면서 믿음을 가지고 회담장에 나가 대화할 수 있다”며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를 고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백악관에 이어 국무부도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비핵화’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지난 10일 북한 외교 당국자가 ‘한반도 비핵화 협상과 관련 단계적·동시적 조치로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것과 관련해 미국 정부가 잇따라 강한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캐티나 애덤스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10일(현지시간) 한반도 비핵화를 단계적·동시적 조치로 풀 수 있다는 북한 외교 당국자의 발언에 대한 미국의소리(VOA) 방송의 논평 요청에 “과거 비핵화 협상에서 점진적이고 단계적 접근은 모두 실패했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시간을 벌도록 허용하는 협상에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애덤스 대변인은 “우리는 다르게 일할 것”이라며 “지금은 비핵화를 위한 대담한 행동과 구체적 조치를 취해야 할 때”라고 했다. 이어 “동시에 북한이 비핵화를 할 때까지 전 세계적 최대 압박 캠페인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미국과 미국의 동맹인 한국과 일본은 북한에 대한 일치된 대응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듯 만일 북한이 비핵화를 선택할 경우 더 밝은 길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저명한 국제정치학자인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학교의 로버트 저비스 박사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미북 정상회담이 기회보다 위기가 될 가능성이 더 많다”며 “자칫 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국과 북한은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비스 박사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나 김정은 둘 다 서로를 분명히 이해하지 못하고 정상회담을 가질 위험이 있다”며 “말하자면 김정은이 말하는 비핵화와 미국의 비핵화 개념이 매우 다르다”고 했다.

저비스 박사는 “미국이 말하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북한 비핵화(CVID)와 달리 북한이 주장하는 비핵화는 주한미군 철수 등 상호 군비축소 개념”이라고 했다.

따라서 미국과 북한 정상이 상대방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이해가 없이 회담에 나선다면 회담이 결렬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양국 간 긴장고조가 전쟁으로까지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저비스 박사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이 어느 정도 미국에 대한 협상력을 높여주긴 했지만 반대로 미국의 대북 군사행동을 유발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저서 ‘국제정치에서의 인식과 오인(Perception and Misperception in International Politics)’에서 상대 국가의 의도와 자국의 상황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전쟁 발생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협상의 중요한 시작은 미국이 대북제재 동결 혹은 완화를 제안하고 북한은 핵실험 동결과 더 이상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생산하지 못하도록 사찰과 검증을 받는 것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저비스 박사는 트럼프 행정부는 미북 정상회담의 준비 과정에서 북한과 협상 경험이 있는 전직 관리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협상 전략을 세워야 하며 북한이 보내는 신호나 의도를 분명히 파악하기 위해 정보기관에 북한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점뿐만 아니라 불리한 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려주도록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북 양국 정상은 돌발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정상회담을 철저히 준비하는 한편 회담에서 예기치 않은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앞으로 대화 가능성을 차단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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