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 문제 결국 북한에 돈과 식량을 가져다주는 ‘인도적 지원’으로 변질돼”

사진: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국내 언론들은 한미동맹이 복원되는 계기가 됐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북한 전문가인 니콜라스 에버스타트 연구원은 한미 정상이 정상회담에서 햇볕정책을 수용한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에버스타트 연구원은 2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한미 양국이 정상회담 성명에서 합의를 봤기 때문에 양국 정상이 통일된 결론에 도달한 것만큼은 맞는 것 같다”면서도 “그들은 본질적으로 과거 한국의 대북 햇볕정책을 수용한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24일 한미정상회담으로 미북 간 대화가 재개될 여건이 조성됐다고 평가했다. 이 장관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관계뿐 아니라 북미관계의 대화를 재개하고 평화를 향해 한발 나아갈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이 조성됐다”며 “통일장관으로서 그동안 단절된 대화채널 복원과 대화를 재개하는 과정을 착실히 밟아가겠다”고 했다.

그는 “한미 정상 간 공동합의 과정에서 외교를 통한 평화적 해결,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접근을 통한 실용적 해결, 한국정부의 능동적 역할, 동맹에 대한 존중 등의 정신이 분명해졌다”고 했다. 이어 “북으로서도 내심 기대했던 싱가포르 북미합의에 기초한대화 접근 가능성도 분명해졌다”며 “북미대화 의지의 상징적 의미가 담긴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임명까지 종합적으로 보면 남북미가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설 충분한 여건이 마련된 것”이라고 했다.

에버스타트 연구원은 성김 대북정책특별대표에 대해 “그는 유능한 외교관이며 북한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지금으로선 한미 양측 모두 그가 어떤 일을 해낼지 확신할 수 없다”며 “성김 대사가 예전에 북한과의 회담에 직접 참여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번 임명은 미국이 북한 측에 대화를 원한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이 장관은 북한이 향후 미국과 대화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 “지난 2월 미국이 평양을 노크했을 때 거부했던 것과 달리 최근 미국이 대북정책 검토를 완료하고 설명한다고 했을 때 북한이 거부하지는 않았다”며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를 보고 북한이 모종의 판단을 할 것”이라고 했다.

국제사회와 미국의 대북제재 완화 문제에 대해서는 “북미 간 직접 대화 과정에서 비핵화에 대해 북한이 얼마만큼 의지를 분명히 하느냐에 따라 단계적으로, 동시적 상응조치를 만들어가는 유연한 접근 가능성이 분명히 열려있다”고 했다.

또한 이 장관은 한미정상 공동성명에 북한인권문제가 언급된 것에 대해 북한이 반발할 가능성을 묻자 “트럼프 시절 나왔던 대북인권에 대한 (미국의) 시각에 비해서는 훨씬 유연하다”며 “대북인권 문제를 인도주의에 대한 지속적 협력 추진 측면으로도 보기 때문에 오히려 긍정적으로 해석할 부분도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에버스타트 연구원은 “북한인권과 관련한 언급은 있었지만 다소 의견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며 “처음에는 북한인권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하는 듯 하더니 결국은 북한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에 대해 이야기가 나왔다”고 했다. 이어 “햇볕정책 옹호자들은 항상 북한의 인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조금 두려워했다”며 “북한정권은 이러한 입장을 활용해 북한으로 돈과 식량을 가져오는 수단으로 변화시켜 악용해 왔다”고 지적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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