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前 검찰총장 지지자 모임의 첫 창립 총회가 지난 21일 막을 올렸다. 그런데, 정작 있어야할 '주인공'은 커녕 그와 연관된 메시지조차 온데간데 찾을 수 없어 '앙꼬 없는 찐빵' 아니냐는 시선이 정가 곳곳에서 감지됐다.
자칭 '공정과 상식 회복을 위한 국민연합'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출범식인 '윤석열, 대통령 가능성과 한계'라는 토론회를 열었다. 윤 전 총장의 대학 은사까지 오는 등 여야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정작 윤 전 총장은 참여하지 않았다.
윤 전 총장은 지난 3월초 검찰총장 직을 사퇴한 이후 80일간 칩거 중이다. 정치권에서 윤 전 총장을 두고 여야간 입씨름이 한창이지만, 불은 고사하고 연기만 무성한 모양새다. 그러다보니 윤석열 전 총장의 '진짜 메시지'가 무엇이냐는 궁금증은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다.
특히 이날 창립총회에 참석한 인사들의 발언에서 그같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다음은 창립총회에 나선 이들의 발언이다.
▶ (송상현 전 국제사법재판소장)"윤 전 총장이 옛날에 정치하면 어떠냐고 물어봤는데, '네가 알아서 하라'라고 그랬다."
▶ (진중권 전 동양대학교 교수)"사실, 오늘 모임의 성격은 잘 모르고, 발표 주제가 공정과 상식이라고 해서 참여했다. 나는 윤 전 총장에 대한 입장을 갖고 있지 않다."
당사자의 정계 진출에 대한 이야기는 없고 온통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적만 남았다. 심지어 윤 전 총장 측 지인들은 이번 모임에 대해 "윤 전 총장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최근 윤 전 총장에 대한 정치권의 구애가 짙어지면서 나타난 '윤석열 그림자 현상'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윤석열 그림자 현상'에서 보이는 공통된 진단은 무엇일까. 바로 '권력 의지'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
여의도 정가의 핵심 관계자는 지난 22일 저녁 기자와의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이 정확히 무엇을 하는지 쉽사리 포착되지도 않을 뿐더러 이렇다할 메시지 조차 거의 없는데, 섣불리 그가 '권력 의지'를 갖고 있다고 그의 주변부에서부터 단정 짓고 있는 것 같다"라고 언급했다.
여기서 그가 말한 '권력 의지'란, '반드시 내가 대통령을 해야만 한다는 일종의 각오'라고 볼 수 있다. 다만, 권력 의지란 본인의 개인적 희망에서 그치지 않고 시대정신, 국민적 열망, 정치적 여건 등이 결합됐을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
'권력 의지'는 역대 대통령들의 대국민 메시지 혹은 그들의 행동 등에서 엿보인다. 단순한 일상 행동이 아니라, 대중에게 특정 효과를 불러 일으킬만한 발언이나 메시지에서 그 의지가 묻어나는 셈이다.
지난 2012년 11월25일,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선 후보는 대선을 앞두고 연 국회의원 사퇴 선언 기자회견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 "모든 국민의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저의 모든 것은 국민의 선택을 받으려고 합니다. 저는 오늘로 지난 15년간 국민의 애환과 기쁨을 같이 나누었던 대통령직을 사퇴합니다. 국회의원직을 사퇴합니다."
결국 그는 대통령에 당선됐다. 반면 그와 달리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고건 전 총리, 정몽준 후보 등은 이렇다할 권력 의지를 보여주지 못함으로써 궤도 이탈했다.
제아무리 이들을 지지하는 그룹이나 모임이 결성돼 활동 폭이 넓어더라도, 정작 본인의 의지를 시대정신에 맞게끔 천명하지 않을 경우 '그림자 현상'에 그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윤 전 총장이 대중들에게 내놓은 메시지는 무엇이 있었을까. 그는 지난 3월 검찰총장직을 사퇴하면서 각종 여론조사에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그가 던진 거의 유일한 메시지는 '자유민주주의의 위기'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없는' 그의 지지자 모임을 비롯한 각종 단체와 인사들이 윤 전 총장과의 관계 등을 내세우며 정치권에 우후죽순 등장한데다, 그를 둘러싼 주요 지인들까지 나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좀처럼 이렇다할 '권력 의지'를 공개적으로 내비치지 않는 모양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윤 전 총장을 둘러싸고 '내사람 네사람' 논쟁이 그치질 않는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입당 예정'이라는 입장과 '시기상조'라는 입장이 대립 중이다. 전직 고위급 정치인들 역시 그를 둘러싸고 향후 행보를 점치고 있지만, 윤 전 총장의 침묵은 계속되고 있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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