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패권 경쟁 가운데 열린 바이든과 문재인의 첫 상견례
미 명예훈장 수여식에 외국 지도자 참석은 미 역사상 최초
바이든 "한미 양국 군은 3배나 많은 중공군에 맞섰다" 강조
文대통령에게 연단으로 올라와 같이 사진 찍자 제스처 보내

문재인 대통령이 방미(訪美) 사흘째인 21일(현지 시각)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6.25전쟁 참전용사 랄프 퍼켓 주니어(95) 예비역 대령의 명예훈장 수여식에 참석해 무릎을 꿇었다. 미국의 명예훈장 수여식에 외국 지도자가 참석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바이든 정부가 6.25 당시 중공군을 막은 퍼켓 대령을 기리는 행사에 문 대통령을 초청한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열린 6.25전쟁 참전용사 랄프 퍼켓 주니어 예비역 대령의 명예훈장 수여식에 문 대통령과 함께 했다. 명예훈장은 ‘메달 오브 아너’(Medal of Honor)로 불리며 미군에게 수여되는 최고 무공훈장이다. 이번 훈장 수여는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이다.

고령의 퍼켓 대령은 휠체어를 탄 채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입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퍼켓 대령은 일본이라는 안전한 곳에서 복무하는 대신에 한국전 참전을 자원했고, 대원들과 205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썼다"고 존경을 표했다. 이어 문 대통령을 향해 "한국 대통령께서 이 수여식에 함께하고 계신데, 이와 같은 사례는 전례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며 "한미동맹은 전쟁을 통해 시작됐지만 평화 기간에 이 동맹은 더욱 단단해지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의 명예훈장 수여식에 외국 지도자가 참석한 일은 미국 역사상 최초다.

문 대통령은 "퍼켓 대령은 한국전쟁의 영웅"이라며 "한국의 평화와 자유를 함께 지켜준 미국 참전용사들의 그 힘으로 한국은 폐허에서 다시 일어나 오늘의 번영을 이룰 수 있었다. 참전용사들의 용기와 희생, 우정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퍼켓 대령은 1950년 11월 25~26일 청천강 북쪽의 전략적 요충지 205고지 점령 과정에서 중공군과 싸웠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퍼켓 대령의 눈부신 전과를 설명하며 "한미 양국 군은 3배나 많은 중공군에 맞섰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훈장 수여 후 이어진 기념촬영 때 문 대통령에게 연단으로 올라와 같이 사진을 찍자는 제스처를 보냈다. 단상으로 올라간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퍼켓 대령 양 옆에서 무릎을 꿇고 사진을 찍었다.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중에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은 앞으로 동맹외교를 복원 및 심화시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이 같은 기념식을 기획한 것은 '전략적 모호성'이라며 미중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감행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명확한 신호라는 평가가 우세적이다.  

시민들은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문 대통령이 참교육을 당했다'고 판단할 것이고, 대깨문들은 '최초로 외국 정상이 참여했다'는 데 방점을 둘 것"이라는 반응 등을 보였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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