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위하여'라는 명분을 내세워 北 김정은을 찬양하는 집회가 열리더라도, 이제 두눈 뜨고 지켜봐야만 하는 신세다. 바로 국가보안법 폐지법안이 지난 20일 국회에 발의됐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국가보안법은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는 '탄압도구'라는데, 발의 법안 속 주장이 정말 사실일까.
우선, 지난 73년간 '방어적 민주주의'의 최후 구현책인 대공수사권(對共搜査權)이 발동돼 대한민국의 국체(國體)와 정통성을 지켜왔지만, 현 정부의 수사권 조정으로 인해 그마저도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한 상태다.
특히 문제의 '국가보안법 폐지법률안(2110236)'은,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이라는 단체가 폐지 입법 청원 10만명을 넘긴 20일 정의당의 강은미 의원을 비롯한 심상정·배진교·장혜영·류호정·이은주 의원, 이용빈(더불어민주당)·용혜인(기본소득당)·김홍걸·양정숙 의원이 발의했다.
정의당은, 국가내란 피의자 이석기 前 의원이 주축이던 통합진보당의 후신 정당이다. 이들 주도로 국가보안법 폐지안이 발의된 것인데, 공교롭게도 이석기 전 의원을 '양심수'라고 표현한 위 단체의 논리와 맞닿는다.
여기서, 이들은 국가보안법에 대해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는 도구"라고 주장한다. 놀랍게도, 이들의 주장은 문재인 정부 첫 민정수석이던 조국 前 법무부 장관의 논리와도 상통한다.
이에 펜앤드마이크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그의 과거 행적과 논리로써 국가보안법 폐지론의 허위성을 밝히고자 한다.
#1. 헌법상 '양심의 자유' 앞세워 국가보안법 폐지하라?
대한민국 헌법 제19조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명시돼 있다. 국가보안법 폐지론자들은 이에 맞추듯 '양심의 자유'를 내세워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한다.
조국 前 장관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양심의 자유'에 대해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아니하고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허물어지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라고 정의했다.
조국 前 장관은 자신의 책을 통해서도 국가보안법 폐지론의 당위성을 피력한다. 그가 쓴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위하여(책세상, 2020년 2판)'라는 책에 등장하는 일부분 중 그 세부내용은 다음과 같다.
#2. 조국 "'빨갱이 귀신'에 씌인 대한민국···北 김일성 전집 출간해도 처벌 안 된다"
▲ "'빨갱이 귀신'이 우리 자신과 사회를 어떻게 만들어 놓았는가?···우리 사회를 온통 지배해온 반공 이데올로기와 빨갱이 콤플렉스를 재생산하는 최고의 법적 도구는 바로 국가보안법."
▲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는 반드시 다시 부각 될 수밖에 없다. 탈냉전·탈이념, 남북 평화공존 및 민주화가 세계사적 대세인 상황에서 극도의 이념 대립, 멸공주의 독재의 산물인 국가보안법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 "국가보안법에 따르면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을 인정하고 공존을 모색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평화공존의 흐름은 2000년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과 6·15공동선언으로 정점을 찍었다. 국가보안법 폐지는 세계사의 흐름이다."
▲ "···북한은 반(反)국가단체성을 갖지 않는다. 북한이 반국가단체인지, 대화·협력의 동반자인지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 "예컨대 김일성 전집을 출판하거나, 길거리에서 주체사상 만세를 외치며 조선노동당 지부를 만드는 것을 허용해도 좋다는 말이냐는 반론이 있을 것이다. 조선노동당 지부 결성 문제는 정당법으로 규제할 수 있으니 국가보안법의 몫이 아니다."
▲ "北 김일성·김정일 저술의 국내 출판 처벌은 편협한 일이다. 北 김일성의 항일 무장투쟁을 역사적 사실로 인정하거나 인공기를 게양하는 것은 이적(利敵)이라는 주관적 의사가 없으므로 처벌되어서는 아니된다."
▲ "국가보안법은 진보정치조직 활동을 탄압해 정치 지형을 '우경불구화'시켰으며, 시민의 저술 혹은 '금서' 등을 읽는 행위에 대해 '불온·좌경·과격·급진'의 낙인을 찍고 처벌했다."
▲ "1989년 출범해 혁명적 사회주의를 지향하며 활동한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약칭 사노맹)'은 '반국가단체'로 규정돼 지도자 박노해 씨가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조직원 전체에게 중형이 선고됐다는 점에서 격세지감을 느낀다."
#3. '류선종' 필명으로 '사노맹 기관지'에 기고해 '중형' 선고···내용 대체 뭐길래?
조국 前 장관은 자신의 저서를 통해 스스로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사건을 언급했다. 2019년 9월4일, 문화일보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은 1992년 사노맹 산하의 남한사회주의과학원(사과원) 기관지 '우리사상'에 '류선종'이라는 필명으로 수차례 글을 작성했다고 보도했다. 2019년 8월14일, 조 전 장관은 이에 대해 "자랑스러워하지도,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라며 "20대 청년 조국은 부족했지만, 뜨거운 심장이 있었다"라고 언급했다.
1995년 대법원은 "사회주의 이론 연구 및 선전·선동을 통한 전위정당 건설과 노동자계급의 주도하에 혁명적 방법에 의하여 반동적 파쇼권력을 타도하고 민중권력에 의한 사회주의국가를 건설하는 데 목적을 두고 설립된 것으로, '사과원'에 가입해 '우리사상'을 제작했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94도1813,대법원,1995.5.12).
기자는 올해 2월, 대법원에서 판시한 바로 그 '우리사상 제1·2·3호'를 모두 입수했다. 여기서 '류선종'은 제1호와 제2호에 각각 'PDR론-민주주의혁명에서의 좌편향, 사회주의혁명에서의 우편향', '강령의 실천적 이해를 위하여'라는 글을 기고했다. 특이점은, 필명 '류선종'은 동일하나 출생년도를 달리 적시했다. 다음은 그 내용으로, 각 호별 일부 특정 내용을 각각 3개·4개 문단으로 구성해 밝힌다.
#4. 류선종 "사회주의 혁명의 핵심은 선전선동···온 세상을 '혁명적 해방'으로 물들여야"
▲ "당면 변혁을 어떻게 성취하여야만 프롤레타리아트의 해방을 담보하는 사회주의혁명으로 나아갈 수 있는가? 이에 대해 파쇼권력의 완전한 타도 위에서 민중이 주도하는 민주정부, 즉 '민중권력' 수립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인식은 현재 혁명적 노동자계급운동 내에서는 공유되어 있는 듯하다."
▲ "남한 현대사의 경우만 보더라도 '4월 혁명기', 80년 '서울의 봄'에서 광주 봉기의 시기 등과 같이 혁명적 정세는 주체의 준비를 기다리지 않고 도래함을 알 수 있다."
▲ "동지들! '사상이 인민을 장악할 때 그것은 힘으로 진화한다'라는 레닌의 말을 명심하자. 진군하는 노동자계급을 자신의 해방사상, 즉 '혁명적 노동해방주의'로 물들여야 한다. 바로 이것만이 우리의 활로이다."/
▲ "기존의 사회주의의 제문제를 분명 인정하면서 한걸음 나아간 사회주의의 상을 대중에게 제출해야 하는 과제로, 사회주의의 필연성을 새롭게 구명하는 것은 사활적 문제이다."
▲ "문제는 사상투쟁을 당건설의 힘으로 모으는 형식이다! 현 시기에 있어서 강령작성투쟁은 '구별·정립'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오히려 이미 구별·정립된 각 정파를 하나의 당의 기치 하에 결집시키는 도구로, 원리의 선언이 아니라 투쟁의 선언이다."
▲ "우리는 강령을 통해 비로소 대중과 결합할 수 있다. 강령은 대중과 결합하기 위한 선전·선동의 지침으로, 그 기본목적은 대중들이 사회주의적 의식을 갖고 권력 투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선전선동사업을 확대·심화시키려는 노력이다."
▲ "사회주의 건설은 프롤레타리아 독재와 연결되는 것이며, 혁명적 민주주의 권력은 그것은 프롤레타리아 독재와 성장·전화하지 않는 한 사회주의를 결코 건설할 수 없다."
#5. 덜미 잡힌 혁명조직 '사노맹', 그 근간에는 국가보안법···30년 만에 철폐 위기
위에서 밝힌 '우리사상' 속 내용은, 모두 사노맹 산하의 남한사회주의과학원(사과원)에서 제작됐다가 치안당국에 덜미가 잡혔다. 당시 이를 탐지·식별·추적·체포·처벌의 법적 근거는 국가보안법이었고, 이는 '대공수사권'을 통해 그 실체가 확보됐다. 1995년, 법원은 이들에 대해 '반국가단체 및 이적단체' 등으로 봤다.
한마디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혁명적 방법'으로 뒤엎으려고 했다는 것인데, 이를 막은 것은 국가보안법과 그 구현책인 대공수사권이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지난 2018년 조 전 장관이 대공수사권의 이관 작업에 손을 댄 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최후의 보루책'이나 마찬가지인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논리까지 내놓은 셈이다.
지난 2018년 1월 문재인 대통령의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前 장관은 "국가정보원이 지식인에 대한 광범위한 사찰을 감행했음이 확인됐다"라며 "국정원이 대공수사에서 손을 떼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곧장 문재인 정부의 '권력기관 수사권 개혁'이라는 명분으로 포장됐다.
#6. "국가보안법 적용 대상은 일반 국민 아닌 친북 세력"
실제 보안당국에서 근무했던 국가보안법 전문가의 의견은 어떠할까. 경찰청 공안문제연구소·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에서 30년간 국내안보 분야를 다뤘던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지난달 초 기자와의 식사 자리에서 우려를 표한 바 있다. 다음은 그와의 대화 일부다.
-원장님, 국가보안법이 철폐되면 어떻게 될 거라고 보십니까?
▲ 현재 북한의 대남 투쟁 과제는 크게 '주한미군 철수'와 '연방제조국통일 투쟁', 그리고 '국가보안법 철폐'로 구분되는데요. 국가보안법이 사라지면, 북한의 대남투쟁 과제가 국내에서 노골적으로 공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가보안법 제7조 폐지안은 이미 현 여당 주도로 국회에 발의됐던데요?
▲ 문제는, 현 정부가 지난 4·15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국회에서 합법적 입법 절차에 따라 국가보안법을 철폐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겁니다. '체제 수호법'의 전면 폐지를 말하자니, 부담스러울 거예요. 그러다보니, 국가보안법의 가장 큰 축인 국가보안법 제7조(반국가단체 찬양·고무죄)부터 없애려고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국가보안법 제7조 폐지안 혹은 법 자체가 통째로 없어지면, 이제 공개적으로 北 김정은을 받들어모시겠다는 단체가 도심 한복판에 파죽지세로 등장할 겁니다.
-국가보안법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누구입니까?
▲ 그러면, 국가보안법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이들은 누구입니까. 그게 일반 청장년 혹은 자영업자입니까? 북한에 직접적으로 연계된 인물들, 그중에서도 친북(親北) 혹은 여전히 사회주의 혁명을 꿈꾸는 이들 아니겠습니까? 기자님이 국가보안법 때문에 피해를 보고 계십니까? 국가보안법은 반국가단체인 북한을 방어하는, 우리 헌법과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의 마지막 보루입니다. 절대 자유민주주의를 말살하는 법이 아닙니다.
#7. 與, 지난해 10월 '7조 폐지안' 발의···정의당도 가세한 '국가보안법 철폐'
지난 22일 기준으로 국회에서는 강은미 정의당 의원의 국가보안법 폐지안 말고도 더불어민주당의 이규민·김용민·김남국 의원 등이 대표 발의한 '국가보안법 제7조 폐지안(2104605)'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돼 본회의 심의를 앞둔 상태다.
그 역시 과거 '반미구국전선'이라는 단체의 조직·가담 사건 등에 연루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실형을 확정받았다가 특별복권됐다.
당시 경찰은 반미구국전선이 북한의 대남 방송 '구국의 소리방송'을 청취해 각종 이념성 불온문건을 만들어 대학가에 배포했다고 봤다. 이들은 "민주세력에 대한 탄압"이라고 반박했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문 대통령은 4년 전인 2017년 대통령 선거 직전 토론회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자 "2004년 의견이 모아졌으나, 이뤄지지 못해 아쉬움으로 남는다"라고 밝혔다. 한편, 국민들은 문 대통령의 이같은 안보관(安保觀)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을까.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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