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베이징과 멕시코시티보다 못하다?
선진대도시는 쾌적한 환경·스마트 도시로 성장
서울이 국가 균형발전의 희생물 되지 말아야

박석순 객원 칼럼니스트
박석순 객원 칼럼니스트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당별 광역단체장 후보 대진표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번 대진표에서 특히 눈에 뛰는 것은 서울시장 후보다. 아이러니하게도 과거 노무현 대통령의 수도이전 공약을 추진하면서 서울을 비하하고 저주했던 부류들이 이번 선거에서 아주 기세등등하다.

서울은 베이징과 멕시코시티보다 못하다?

지난 2004년, 당시 참여정부가 수도이전의 당위성을 홍보하기 위하여 ‘서울은 베이징과 멕시코시티보다 못하다’라는 홍보물을 만들어 서울시와 상의도 없이 서울지하철에 버젓이 게재했다가 결국 멕시코 대사관의 공식 항의를 받고 철거했다. 13억 중국인의 얼굴이나 다름없는 베이징과 중남미 국가의 맏형과 같은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를 형편없는 도시로 폄훼하고, 그 보다 못한 곳이 우리 서울이라고 홍보했다. 국민세금으로 자기 나라 수도를 비하하는 홍보물을 게재하다가 외국 대사관에 혼난 꼴이 되었다.

그 광고물에는 외국기업들이 투자처로 서울을 외면하고 베이징을 선택한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었다. 외국기업들이 과도한 노조활동, 높은 인건비, 각종 규제 등으로 인한 기업환경 악화로 한국을 떠나 중국으로 가는 것을 과밀하고 혼잡한 서울이 싫어 베이징으로 간다고 견강부회한 것이다. 세계 10대 최악의 대기오염 도시로 알려진 베이징도 서울보다 좋다는 어처구니없는 거짓말이 당시 정부 홍보물에 포함된 것이다. 수도이전에 눈먼 자들이 서울 비하를 넘어 저주에 가까운 짓을 한 것이다.

결국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수도이전은 포기했지만, 참여정부는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미명아래 행정중심복합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을 개발하여 수도 분할과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99조원에 달하는 국고가 토지보상비로 풀려 서울의 부동산 폭등이라는 예상치 못한 결과까지 초래했다. 이후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서울과 수도권의 수많은 직장은 사라졌고 일부 시민들은 서울과 지방으로 오가는 두 곳 살림의 고통까지 감수하게 됐다.

선진대도시는 쾌적한 환경·스마트 도시로 성장

우리 정부가 국가 균형발전으로 서울과 수도권 비하와 저주에 열을 올리고 있을 즈음, 선진국 대도시에는 엄청난 변화가 시작되었다. 환경, 정보통신, 교통, 건축 등 관련 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도시는 쾌적한 환경·스마트(Green and Smart) 성장을 거듭했다. 과거 심각한 대기오염으로 일시에 수많은 생명이 희생되는 환경재난을 경험했던 영국 런던,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등도 세계 대도시 중에서 가장 맑은 공기를 가진 도시로 변모했다. 대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심각한 교통정체 현상도 점점 사라지고 안전하고 깨끗한 도시로 변하기 시작했다.

신도시주의(New Urbanism) 또는 고밀도 도시(Urban Intensification) 등으로 표현되는 선진대도시의 변화는 건물을 더욱 고층으로 입체화하여 녹지공간을 넓히고 대중교통을 편리하게 했으며, 환경개선 사업으로 푸른 하늘 맑은 공기를 가져왔다. 특히 고밀도 도시는 출퇴근에 낭비되는 시간을 절약하여 시민들이 여가를 즐길 수 있게 하고, 상하수도 관망, 송전망, 전파통신, 쓰레기 수거 등과 같은 도시기반 시설에 비용이 적게 들고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하게 되었다. 기술의 발달이 시민들에게 경제적 풍요와 쾌적한 환경, 그리고 여가 시간까지 더해준 것이다.

서울이 국가 균형발전의 희생물 되지 말아야

수도권을 희생시키고 지방을 살리면 국가 균형발전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토속적정치인들의 순진한 계산 때문에 우리의 서울은 선진대도시로의 변화가 아예 멈춰버렸다. 지난 이명박 서울시장 때 청계천 복원, 버스중앙차로, 서울의 숲 등 새로운 모습이 잠시 나타나는 듯했지만, 마을 공동체와 도시 농부를 동경하는 박원순 시장이 등장하면서 이렇다 할 변화는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미세먼지 증가로 공기는 나빠졌고 도시 인프라는 낙후되었다.

문명의 발전은 대도시에서 시작하여 인접지역으로 퍼져나간다는 사실은 인류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현대사에도 잘 나타나 있다. 이번 선거는 서울을 동북아 지역의 문명 허브로 발전시키려는 세력과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허울뿐인 정치적 구호로 수도권 희생을 또 다시 강요하는 세력의 싸움이다. 시민들은 서울의 미래를 바르게 판단하고 투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누가 과거 서울을 비하하고 저주했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특히 이번 정부가 또 다시 국가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주요 국정과제로 삼고 있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한 나라의 수도는 역사와 문화의 중심지이며 그 나라의 얼굴이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의 수도이자 동북아를 대표하는 국제도시인 서울이 지금과 같은 모습에서 멈추지 말아야 한다. 더구나 통일을 앞두고 한반도 문명의 중심이자 민족의 자존심인 서울이 또 다시 국가 균형발전의 희생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박석순 객원 칼럼니스트(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전 국립환경과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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