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객원 칼럼니스트
이명진 객원 칼럼니스트

성은 인격을 통해 표현된다.

인간의 성은 짐승과 다르다. 짐승의 성행위는 본능적인 수준에서 이루어지지만, 인간의 성은 인격적이고 도덕적 수준에서 이루어진다. 인간이 짐승과 다른 이유는 인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인격은 대체될 수 없는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을 나타내는 개념이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부끄러운 것을 부끄럽게 여길 줄 아는 양심이 있다. 선악을 구별하는 도덕성을 추구하고 이성적 사고와 금지된 욕망을 절제하는 능력이 있다. 동물들도 부끄러운 행동을 했을 때 부끄러워하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그렇다고 동물에게 인격이 있다고 하지 않는다. 공동의 선을 위해 하지 말아야 할 금기(taboo)를 정하고, 충동을 제어하는 능력을 통해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을 지켜간다. 인격은 매너와 에티켓, 윤리와 도덕, 법을 지켜가며 공동의 선을 이루어간다. 인간의 성은 인격을 통해 표현된다.

인간의 가정은 질서와 신의를 기초한 인격공동체다.

인간은 짐승과 달리 성윤리를 만들어 정해진 규범 안에서 누리는 성적 만족을 취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인간들은 남녀가 혼인 제도를 통해 인격 공동체인 가정을 이룬다. 인간만이 가진 특권적인 제도다. 이에 반해 짐승들은 무리를 이루고 산다고 하지 가정을 이룬다고 하지 않는다. 혼인한 부부는 서로에 대한 성적 신의(fidelity)가 지켜야 한다. 넘어서는 안 되는 금기와 질서를 통해 부부 관계를 유지한다. 정상적인 부부는 아내와 남편이 아닌 다른 이와 몸을 섞지 않는다. 또한 남편의 정자와 아내의 난자를 통해 자신의 유전물질을 가진 자녀를 생산해 간다. 부부만이 얻을 수 있는 특권이다. 가축이나 동물의 번식처럼 타인의 정자를 이용한 인공수정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 인간의 가정은 번식 집단이 아닌 인격공동체이기 때문이다. 만약 인간이 인격과 도덕적 수준을 무시하고 생식 본능과 성적 쾌락만 추구한다면 짐승과 다를 바 없다. 인간의 성을 인격적으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수준에 놓을 것인지 아니면 낮은 수준에 둘 것인지는 자신에게 달려 있다. 인간의 가정은 질서와 신의를 기초한 인격공동체다.

인격과 질서를 파괴하는 성문화

최근 일본인 연예인이 외국 남성의 정자를 사서 아이를 출산하여 논란과 충격을 주고 있다. 문제는 정신줄을 잃어버린 정부와 윤리를 상실한 매스컴의 행태다. 역주행을 즐기는 정부는 이를 환영하는 정책을 법으로 제정하려고 하고 있고, 매스컴은 흥미만 불러일으키면 못 할 일이 없다는 듯이 TV 프로에 이들을 출연 시키고 있다.

2021년 4월 27일 정부는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2021~2025년)”을 발표했다. 계획안 중에는 전혀 건강하지 않는 위험한 내용들이 담고 있으면서도 건강한(?) 계획이라고 국민의 눈을 속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건강가족기본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태세다. 지난 50년간 대한민국은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산아제한 언어 선동에 매몰되어 속아 왔다. 인간의 생명과 인격을 훼손하는 잘못된 이데올로기와 정부정책에 세뇌되어 2020년 출산률 0.84 라는 초저출산의 비극을 경험하고 있다. 교묘한 언어 선동정치와 무익한 외국 사조를 무분별하게 도입한 결과다. 건강한 가정형성을 도와주고 지켜야 할 정부가 정상적인 가정 개념을 해체하고 해괴한 개념을 도입하려고 열을 내고 있다. 이들이 발의한 개정안을 보면 ‘가정’이라는 용어를 ‘가족’으로 모두 교체해 버렸다. 한 남자와 여자가 혼인을 통해 이루는 가정을 해체하고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있을 수 있다고 선동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망치고 싶어 또 다시 불장난을 시도하고 있다. 대한민국 가정을 화염 속으로 밀어 넣으려고 안달이 난 것 같다. 심지어 비혼 출산이 인구감소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황당하고 무책임한 주장까지 하고 있다. 왜 정부가 역주행에 앞장을 서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비혼 출산은 비인간적이고 치명적인 윤리적 문제들을 안고 있기에 정부가 함부로 나설 일이 아니다. 비윤리적이고 파괴적인 정부의 행태는 강력한 국민의 심판을 받아 마땅하다.

윤리를 상실한 매스컴은 비혼 출산자를 출연시켜 비정상적인 사례를 우상화시키고 있다. 배우자에게 구속받기 싫어하는 젊은이들에게 혼인을 하지 않고서도 시험관 시술로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환상에 젖게 하고 있다. 금기를 넘어서고 싶은 호기심과 인간의 이기적인 소유욕 때문에 가정이 훼손되고 파괴되어서는 안 된다. 자녀생산은 한 남자와 여자로 이루어진 가정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불을 향해 달려가는 위험천만한 행위를 미화하여 돈벌이에 이용하는 분별없는 언론과 매스컴의 광기에 동의할 수 없다.

비혼출산은 행복추구권의 이기적 남용

자신의 가지고 싶은 유전자를 사고파는 비혼 출산은 필연적으로 인간의 상품화와 비인격화를 낳는다. 당연히 약자의 인권이 무시되고 홀대되는 우생학과 착취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누구의 정자인지 모르기에 근친 자녀생산의 위험성도 배제 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비혼출산으로 탄생한 아이에 대한 복지문제가 우려스럽다. 아이를 낳아서 키우다가 경제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들어 질 때가 있다. 이때 키우기 힘들다고 길에 버려지는 반려견처럼 아이들이 버려진다면 그 책임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가정의 가치와 개념을 무너뜨리려는 입법시도나 이를 반기는 발언들은 인류가 지켜야할 가치를 해체하는 해악행위다. 자기결정권을 남용하고 그릇되게 사용하는 것이다. 만약 비혼 여성의 시험관시술을 허용하면, 대리모를 통해 자신의 아이를 낳으려는 비혼 남성들의 요구도 막기 어렵다. 인간 복제나 대리모 임신, 정자·난자 매매 등은 인류사회의 최소한의 질서를 위해 경계하고 하지 말아야 한다. 할 수 있다고 다 해서는 안 된다. 의술과 과학의 발달로 많은 것이 가능하지만 넘지 말아야할 선이 있다. 인격과 질서를 파괴하는 성문화는 건강한 가정을 무너뜨리고 인간의 비인간화를 가속 시킬 것이다.

광란의 역주행을 멈추어야 한다

500년 전 마틴 루터는 이런 말을 했다. “새가 머리 위로 날아가는 것은 막을 수 없지만, 새가 자신의 머리에 둥지를 트는 것은 막아야 한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인간도 본능적으로 소유욕을 가지고 있기에 여러 가지 충동이나 유혹을 받을 수 있고, 그러한 생각들이 머릿속에 떠오를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짐승과 달리 인격을 가지고 있기에 비윤리적인 소유욕이나 유혹이 있을 때 그런 생각이나 욕망이 행동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절제하는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래야 인격을 지닌 인간이라고 존중받을 수 있다. 인격적인 인간의 성을 짐승의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정책이나 법을 단호히 반대한다. 무책임한 개념상실 TV 프로그램도 철회되어야 한다. 깨어있는 시민의식과 지성으로 욕망을 욕망하는 광란의 역주행을 멈추어야한다.

이 명 진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소장(의사평론가,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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