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반도체 동맹, 쿼드 분과별 참여 등의 카드를 내밀 수밖에 없는 상황"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 개최되는 한미정상회담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이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 등을 이끌고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바이오 기업들이 미국의 모더나와 노바백스 백신 위탁생산을 맡는 계약이 타결 직전인 상황으로 한미 백신 동맹이 급물살을 타고 있음을 보여준다.

청와대는 오는 21일 미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주된 논의 의제 중 하나가 한미 간에 백신 파트너십"이라고 밝혔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12일 "미국은 백신에 대한 원천 기술과 원부자재를 가지고 있고 한국은 세계 2위 수준의 바이오 생산 능력을 가지고 있다"며 "두 개를 결합하면 한국이 백신 생산 글로벌 허브가 될 수 있다는 비전에 대해 구체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당장 필요한 백신 부족분을 미국의 비축 물량을 받아 해결한 이후에 되갚는 '백신 스와프'도 미국과 논의 중이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의 이 같은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기업이 주도하는 백신 허브에는 긍정적인 반응이지만, 백신 스와프는 백신이 부족한 다른 나라들의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의 이번 방미 순방단에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의 바이오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천 송도 공장에서 미국 모더나의 mRNA(전령RNA) 방식 코로나 백신을 위탁생산하기로 합의했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화이자 백신을 위탁생산하기로 한 소식도 전해졌으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부인하면서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이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백신 생산 속도를 높이기 위해 핵심 원료인 mRNA를 모더나에서 공급받아 최종 병입(甁入) 단계 생산을 맡기로 했다"며 생산물량 중 일부를 국내에서 쓸 수 있게 되면서 백신수급에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했다. 

삼성바이로직스는 전체 공정에 필요한 특허기술들과 생산설비도 조속히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백신 생산 공정 중 마지막인 병입 단계 이전까지는 모두 다른 기업들이 보유한 특허가 걸려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미 미국 노바백스와 코로나 백신 기술이전 계약을 맺고 안동 공장에서 생산에 돌입했다.

한국이 코로나 백신의 전세계 주요 생산 기지로 떠오를 수 있다는 희망섞인 관측까지 나온다.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간 반도체-백신 동맹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는 어디까지나 한국 대기업들이 반도체와 배터리는 물론 바이오 의약품 생산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양산 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정부는 반도체, 배터리 분야 한미 협력이 강화될 예정이라면서도 "백신을 받아오려면 반도체 동맹, 쿼드 분과별 참여 등의 카드를 내밀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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