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4월 27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4월 27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제안한 ‘공영포털’ 논쟁이 ‘금권정치’ 논란으로 비화되는 조짐이다.

김 의원은 지난달 27일 열린민주당이 주최한 ‘언론개혁토론회’에서 알고리즘 방식으로 배열되는 현재의 인터넷 포털 뉴스에 문제가 있다며 정부 기금으로 별도의 뉴스 포털을 만들자는 제안을 내놨다.

김의겸, “기사 노출은 편집위원회가 정하고, 광고비 1조 1000억원은 국민이 집행” 주장

김 의원이 제안한 공영포털 안의 주요 내용은 크게 두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편집위원회가 기사 선정 기준을 설정한다. 둘째, 정부광고비 집행권을 대중에게 넘기는 방식이다. 광고비 총액 중 일부를 전 국민에게 바우처로 지급하고, 국민들은 그 바우처로 기사에 후원을 하면 후원받은 양에 따라 실시간 뉴스를 편집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언론사가 취득한 바우처 양에 따라 남은 정부광고비를 집행한다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은 지난 12일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구체적 방안을 밝혔다. 우선 인공지능(AI)이 아닌 사람들이 참여하는 편집위원회 뉴스 선정의 기준을 정한다. AI가 그 기준에 충족되는 기사를 공영포털에 올리게 된다.

김 의원은 “구글처럼 뉴욕타임스와 폭스뉴스처럼 성향이 다른 기사가 번갈아가면서 실리는 방식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편집위원회가 특정 정치성향의 기사만 기준으로 선정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방어발언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영포털의 편집위원회가 친정부‧여당 성향을 띨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 정부광고비 총액인 1조 1000억원 중 5000억원을 전 국민에게 바우처로 나눠준다. 1인당 연간 5만원꼴이다. 남은 6000억원은 바우처를 많이 받은 언론사 순으로 광고를 배분하겠다는 것이다. “기존의 ABC협회에서 메이저 신문들이 주로 나눠갖던 관행을 깨고, 국민이 직접 언론사를 선택해 나눠주자”는 주장이다.

김 의원은 특정 매체에 바우처가 편중될 위험성에 대해서는 “한 언론사당 바우처 지급 최대치를 전체의 1% 또는 3%까지로 제한하면 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김 의원의 ‘공영포털’ 방안에 대해 조중동과 같은 전통적 보수성향 매체뿐만 아니라 진보성향 매체와 인터넷 매체 등도 비판에 나서고 있다.

김준일 대표, “공무원이 만든 제품은 경쟁력 없어, 편집위원회는 또 하나의 이익단체 될 것”

뉴스톱 김준일 대표는 지난 5일 기자협회보에 ‘김의겸의 공영포털이 안 되는 이유’를 기고했다. 기사 편집을 누가 어떻게 할지가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미디어 바우처제 도입시 저널리즘의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뉴스톱 김준일 대표는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의 ‘공영포털’ 제안에 대해 기자협회보 기고문을 통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사진=기자협회보 홈페이지 캡처]
뉴스톱 김준일 대표는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의 ‘공영포털’ 제안에 대해 기자협회보 기고문을 통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사진=기자협회보 홈페이지 캡처]

김 대표의 지적 중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공무원이 개입해서 만든 제품은 시장에서 실적을 낼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부분이다. 김 대표는 ‘배달의민족’과 경쟁하는 ‘지자체 배달앱’을 예로 들어 비교했다. ‘학계, 시민단체, 언론사가 참여하는 편집위원회가 또하나의 이익단체가 될 것이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오히려 김 대표는 “인공지능에 모든 걸 맡겨버린 포털의 무책임이 불러온 저널리즘의 선정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은 새로운 포털을 만들 게 아니라, 지금 포털에 사회적 책무를 어떻게 지우게 할 것인지를 고민하라고 촉구했다. 더 대담하게는 “포털뉴스 없는 대한민국을 그려야 할 때”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김익현 소장, “포털이라는 공유지를 관리 못한 언론사들 반성이 우선돼야”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은 12일 지디넷 기고문을 통해 “정부 주도로 포털을 만들겠다는 발상 자체가 현실성과 시장성이 없다”며 “순진한 제안”이라고 평가했다.

김 소장은 “김 의원의 '선한 제안'이 갖고 있는 더 큰 문제는 '현상에 대한 무지'”라고 꼬집었다.

포털 뉴스의 부작용은 공유지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포털 책임도 적지 않지만, 그 공유지를 마구 황폐화시킨 책임은 오히려 언론사 쪽이 더 크다는 것이 김 소장의 판단이다. 그러면서 김 소장은 ‘빌 게이츠 이혼 발표 이후 쏟아진 뉴스의 선정성’을 예로 들었다. 수준 낮은 인터넷 언론사만 그런 것이 아니라, 퀄리티 저널리즘을 표방한 중앙 언론사들이 오히려 더 심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따라서 “미디어 바우처를 결합한 열린 포털이 나오면 언론사들이 갑자기 개과천선할까? 라는 질문에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바우처를 받을 만한' 좋은 기사를 추천하고, 독자가 투표하도록 하자는 제안에선 절망감까지 느꼈다고 비판했다.

김의겸, “포털 뉴스의 AI 알고리즘은 선정성의 악순환 초래해”

김 의원은 12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이낙연 멍청하다”는 진중권 전 교수의 발언을 보도한 조선일보 기사를 예로 들면서 포털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함량미달의 기사는 해당 언론사 사이트에는 한 구석에 처박혀 있었고, 구독자에게 배달되는 종이 신문에는 아예 게재되지 않았다는 설명이었다. 그런데도 포털에서는 메인에 노출돼,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고 비판했다.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지난 12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이낙연 멍청하다”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기사가 포털의 메인을 장식했다며, 포털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사진=김어준의 뉴스공장 캡처]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지난 12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이낙연 멍청하다”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기사가 포털의 메인을 장식했다며, 포털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사진=김어준의 뉴스공장 캡처]

김 의원은 이어서 "어떤 조사를 보면 5명 중에 4명이 포털을 통해 뉴스를 보고 있다"며 "이렇게까지 포털에 의존하는 나라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포털 뉴스 배열을 인공지능(AI)이 하고 있지만 그 알고리즘은 결국 손님을 많이 끌어모으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며 "(AI 알고리즘) 기준이 기사 퀄리티가 아니라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것에 눈길이 가고, 클릭하는 인간의 심리 기제를 반영하기에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기사를 내보내고 클릭 수가 많이 나오면 그런 기사를 더 많이 노출시키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포털은 사기업이 아니라 온 국민이 마시는 수돗물’인데 거기에 누군가가 오물을 투척하고 있고, 지금 악취를 풍기고 있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를 문제삼지 않는 것은 메이저 언론과 포털이 서로 합을 맞춰서 최적화된 상태로 공생관계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 결과 "포털이 지금 정치 포르노화, 하드코어까지는 아니지만 최소한 연성 포르노 정도는 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의원이 제시한 해법은 “포털은 수입을 추구하는 사기업이기에 이런 경향성을 띠게 마련이므로, '공영포털'을 통해 고쳐나갈 수밖에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옹호하는 김의겸이 언론개혁 한다고?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의 사퇴로 비례의원직을 물려받은 김 의원은 한겨레에서 28년 정도 기자 생활을 했고, 최순실 특종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에 결정적 기여를 한 인물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던 김 의원이 국회의원직을 물려받자마자 처음 내놓은 아이디어가 금권을 동원한 ‘언론 줄세우기’ 방안이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김 의원은 최근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옹호했다. 야당 편향으로 기울어진 언론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균형을 잡아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뉴스공장을 평가하고 있다. 전혀 객관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언론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독재시대나 가능한 포털 장악을 시도하려면, 차라리 그냥 부동산 투기를 해라. 그게 나라를 위해 덜 해악이 될 거 같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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