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주호영 의원은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에베레스트' 발언으로 세대 전쟁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사진=김현정의 뉴스쇼 캡처]
지난 11일 주호영 의원은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에베레스트' 발언으로 세대 전쟁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사진=김현정의 뉴스쇼 캡처]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을 앞둔 경쟁이 요란하다. 지난 8일과 12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2위를 고수하고 있는 이준석(36) 전 최고위원과 3위인 주호영(61) 의원(전 원내대표) 간 설전 때문이다. 두 사람 모두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전쟁터로 삼았다.

이번 설전은 두 사람 간의 감정 섞인 말싸움처럼 비춰진다. 하지만 중대한 의미를 담고 있다. 야당인 국민의힘이 차기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어떤 리더십을 지향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경륜의 리더십’과 ‘젊은 리더십’ 중 무엇이 최선인지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을 포함한 정치권 내 ‘세대 전쟁’의 신호탄이라는 관측도 대두된다.

60대 주호영은 ‘경륜의 리더십’ 강조...이준석, 김웅 등을 ‘동네 뒷산 등반가’로 폄하

선공은 주호영 의원이 지난 11일 방송에서 던졌다. ‘이기는 당’을 만들기 위해서 당대표에 출마했다는 주 의원에게 진행자가 “김웅(51) 의원, 이준석 전 최고위원의 약진이 눈에 띈다. 이건 어떻게 보냐?”는 질문을 했다.

주 의원은 초선들이 당의 미래를 고민하고 도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하면서도 “TV토론 같은 데 자주 나오기 때문에 정치이력이 짧아도 높은 지지율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대선을 관리해야 할 당대표의 막중한 업무에 비해 짧은 정치경험이나 연륜으로는 곤란하다는 의미의 발언을 했다. “이번 대선은 아주 중요한 선거인데, 개인의 정치적인 성장을 위한 무대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며 문제의 ‘에베레스트’ 발언을 했다.

“에베레스트를 원정하려면 동네 뒷산만 다녀서는 안 되고, 설악산이나 지리산 등 중간 산들도 다녀보고 원정대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베레스트는 대선을, 설악산이나 지리산 등은 국회의원을, 원정대장은 당대표를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됐다. 주 의원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진행자는 “뒷동산밖에는 못 가보신 상황이라 에베레스트는 좀 버거울 거다?”라고 확인했다.

주 의원은 국민의힘이 차기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경륜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화두를 던진 셈이다.

에베레스트 발언이 나온 직후, 당일 이 전 최고위원은 즉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에베레스트가 높다 하되 하늘 아래 산”이라면서 “팔공산만 다섯 번 오르시면서 왜 더 험한 곳은 지향하지 못했냐?”고 주 의원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30대 이준석은 ‘젊은 리더십’ 내세워...“경험 말고 비전으로 승부하자”

12일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이 전 최고위원은 “동네 뒷산만 말고, 중간급의 산들도 올라봐야 한다.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주 의원의 지적에 대해 “대선 캠프 경험이 부족하지 않다. 서울시장도 한 명 만들어봤다”고 주장했다.

12일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전날 주호영 의원의 '에베레스트' 발언을 비판했다. [사진=김현정의 뉴스쇼 캡처]
12일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전날 주호영 의원의 '에베레스트' 발언을 비판했다. [사진=김현정의 뉴스쇼 캡처]

다른 사람들이 다 오세훈은 안 된다고 할 때, 오세훈 시장을 처음부터 도왔기 때문에 선구안이 나쁘지 않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당으로서도 이회창 총재나 황교안 대표 등 정치경험이 없는 대표나 총재를 만들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10년 가까운 자신의 정치활동에 대한 평가가 여론조사로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지난 8일 머니투데이가 PNR에 의뢰한 조사에서도 2등이었으며, 오늘 새벽에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쿠키뉴스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12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8일 PNR 조사보다도 나경원 전 대표와의 격차를 더 좁혔다는 주장이었다. 3위인 주 의원과의 격차는 더 벌렸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번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8일 발표된 PNR 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 [사진=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캡처]
8일 발표된 PNR 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 [사진=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캡처]
​12일 발표된 한길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 PNR리서치에 비해 나경원 전 의원과의 격차는 줄어들고, 주호영 의원과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사진=연합뉴스]
​12일 발표된 한길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 PNR리서치에 비해 나경원 전 의원과의 격차는 줄어들고, 주호영 의원과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면서 이 전 최고위원은 “이쯤되면 경험으로 승부하기보다는 비전을 갖고 승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40,50대보다 20,30대가 먼저 들어왔지만, 현 지도부가 젊은 세대에게 소구력있는 메시지를 만들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전당대회 참여를 두고 한참 고민을 한 결과 “20대, 30대가 한번 찍고 마는 지지층으로 만들어버리면 대선에서 이길 방법이 없다. 대선을 이기기 위해 나온 거다”고 강조했다.

이준석, 50대 김웅 의원에게도 도발하면서 주호영을 ‘아저씨’로 규정

연이어 동지적 관계에 있는 김웅 의원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홍준표 전 대표랑 싸우는 게 치고 나가는 게 아니다”면서 평소 비전을 많이 가지고 있는 김웅 의원과의 비전 경쟁을 예고했다. “지금은 편의상 2위, 4위에 랭크되어 있지만, 곧 1,2위 경쟁을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김 의원은 문무일 전 검찰총장과 함께 검찰개혁의 실무적인 작업을 했기에 전문성이 있다는 말을 하면서, 주 의원의 전날 발언을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나는) 젊은 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했다. 이런 게 핫한 주제이다. 에베레스트니 뭐니 이런 건, 정치적인 문법에 따라 그냥 아저씨들이 하는 얘기”라고 폄하했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에베레스트' 발언을 한 주호영 의원을 향해 '팔공산만 다섯번 올랐다'며 비판했다. [사진=이준석 최고위원 페이스북 캡처]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에베레스트' 발언을 한 주호영 의원을 향해 '팔공산만 다섯번 올랐다'며 비판했다. [사진=이준석 전 최고위원 페이스북 캡처]

“주 의원이 들으면 되게 기분 나쁘겠다”는 진행자의 발언에도 이 전 최고위원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중진들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지금 중진들이나 기존 정치인들은 당에서 뭐하는 분들이길래, 선거가 지금까지 오도록 영남 대 비영남 구도에만 (매달려 있다)”면서 “제가 비영남 선언하면 조금 더 이득볼 수 있겠지만, 그런 거 안한다”고 자신감을 표출했다.

도발한 주호영보다 반박한 이준석이 ‘주인공’ 부상, 지지와 비판 쏠려

주 의원의 전날 ‘에베레스트’ 발언에 대한 비판보다도 이 전 최고위원에 대한 응원과 비판이 줄을 잇고 있는 상황이다. 도발한 주호영보다 반박한 이준석이 논쟁의 주인공이 되는 분위기이다.

노쇄한 수구정당에서 젊고 건강한, 비전있는 정당으로 탈바꿈할 기회라는 응원이다. 오히려 경험이 부족해서 개혁을 더 잘할 수 있다며, 젊은 사람에게 맡겨 보자는 지지도 있다.

하지만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우선, 이준석은 동네 뒷산도 한번도 못 올랐다는 비판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한번도 국회의원의 경험이 없는 ‘0선 중진의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물론 이전에 비례대표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을 했기 때문에 국회의원 배지를 달지 못했다. 실제 출마를 결심한 이후에는 안철수라는 거물과 경합해서 떨어졌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이준석이 잘해서 20대가 (국민의힘으로) 돌아섰다’는 자평에 대한 비판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20대들을 선거 유세차에 등장시키는 마케팅을 성공시킨 건 맞지만, 여권의 실패에 따른 반사이익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여경 문제, 손가락 논란 등 현실의 젠더 갈등에 접근해 20대 남성들이 공론화하고자 했던 '남성 역차별' 관련 사이다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거침없는 화법이 20대 남성들의 표심을 확보한 것으로 보이지만, 지나치게 젠더 갈등에 편승한다는 지적이다.

‘너무 말이 많고, 쌈닭같은 이미지’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주 의원과 이 최고위원의 설전에 대한 기사의 댓글 중에는 ‘꼰대와 무(無)싸가지 신입의 설전’이라는 지적이 있을 정도이다.

주호영과 이준석 간의 논쟁은 당대표 선출에 국한된 게 아니라는 분석이다. 차기 대선주자의 방향성과도 직결된 문제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올드보이(OB)와 영맨(YB)중 누가 국민의힘을 이끌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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