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 비서, 2015년 5월말 출장中 페북에 지인 '1차 지중해 탐험' 묻자…
같은달 우리은행 돈으로 중국·인도 출장 땐 '충칭 시내 개인관광'
2014년 보좌관과 비즈니스석 끊고 출장여비까지 챙긴 우즈벡 출장도
내역공개 없이 "19대 국회까지 관행" "경계 조금 느슨" 중언부언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19대 국회 정무위원 시절 '피감기관 갑질·로비성 외유' 및 여성 인턴 동행 관련 거짓 해명 의혹이 확산 일로다. '공무상 출장'이었다는 주장의 전제마저 흔들리는 정황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문제가 된 해외출장의 상세 내용이 낱낱이 공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기식 금감원장은 정무위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간사이던 2014년과 2015년 총 세 차례에 걸쳐 피감 기관 예산으로 '전액 지원'받아 외유를 다녀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가장 먼저 논란이 된 것은 3000만원대 출장비 지원과 이례적인 여성 인턴(김모씨, 7급 비서로까지 승진 후 現 더미래연구소 연구원) 동행이다. 김 원장은 2015년 5월 25일부터 9박10일간 정무위 피감기관인 국무조정실 산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부담으로 미국·유럽 시찰을 다녀왔다.

10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김 원장이 당초 출장 동행 당시 '정책 비서'라고 해명했으나 '인턴 직원'이었음이 드러난 김씨는 외유성 출장 의혹을 키우는 흔적을 소셜미디어에 남긴 바 있다.

2015년 5월 김 원장의 9박10일 출장을 수행하던 김씨는 당시 유럽 일정에서 바티칸성당 등을 배경으로 찍은 자신의 사진을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댓글 란에서 그는 '1차 지중해 탐험 돌아왔느냐'는 지인의 질문에 "로마만 찍고 돌아왔어요. ㅋㅋ"라는 답글을 달기도 했다.

김씨는 19대 국회 임기 중인 2012년 6~8월, 2015년 1~6월 두 차례에 걸쳐 김 원장의 의원실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다. KIEP 예산으로 출장을 다녀온 직후인 2015년 6월 9급 비서로 채용됐고, 8개월 만인 2016년 2월 7급 비서로 '초고속 승진'했다. 20대 총선에서 김 원장이 '낙천'된 후 김씨는 김 원장이 최근까지 소장이던 '더미래연구소' 연구원으로 적을 옮기는 등 '그림자' 처럼 따라다녔다.

김 원장이 2015년 5월 미국·유럽 출장에 앞서, 마찬가지로 정무위 피감기관인 우리은행의 돈으로 갔다 온 중국·인도 출장에서 공식일정만 소화했다는 그의 해명과 달리, 개인관광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국당에 따르면 김 원장은 출장 첫날 우리은행 충칭 분행 개점식에 참석, 다음날 오후 5시에 출발하는 인도 첸나이행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 우리은행 편의를 받아 시내 관광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원장은 두 논란에 1년여 앞선 2014년 3월24일부터 2박3일간 홍일표 당시 의원실 보좌관(현 청와대 정책실 선임행정관)과 우즈베키스탄 출장(최소 항공비만 217만원)을 다녀왔고, 출장 여비까지 받아 챙겼다. 갑질 외유 의혹의 한 줄기다.

한국거래소 측이 '국회 정무위의 이해도 제고, 사업 타당성 파악 및 국회 차원에서의 지원 기대'(출장 결과 보고서)에 입각해 경비를 전액 지원해준 것이다. 

약 7달 뒤인 10월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김 원장은 진웅섭 당시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에게 '공사 임직원들이 2013년부터 2014년 7월까지 나간 총 93건의 해외 출장 중 25건이 자금지원을 원하는 기업으로부터 비용을 지원받았다'는 점을 "명백히 로비고 접대"라고 몰아세운 바 있다.

그러나 김 원장은 10일 친여(親與) 좌파성향 방송인 김어준의 TBS라디오에 출연해 "법안 관련한 로비 아니냐는 의혹이 있지만 간 시점에서 1년4개월이 지나 이 문제가 공론화 되고 법안도 1년6개월이 지나 나왔기 때문에 저는 관련 없다"며 "오히려 거래소 공적거래와 관련해 원안 통과에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로비성 외유 출장의 구체적인 전말은 밝히지 않고 '혜택을 주지 않았다'는 기존 논리만 반복한 것이다. 김 원장은 이 방송에서 "19대 국회까지는 국회에서 (피감기관 예산 출장이) 조금 관행적으로 이뤄진 부분들이 있다"고 '국회 전체'와 '관행'을 끌어들였다. 

그러면서 "제가 이게 관행이었다고 해서 국민들의 따가운 질책을 피하고자 하지는 않는다"면서 "최근에 스스로 반성하고 있는 것은 제가 어떤 경우에도 어떤 로비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제 자신에 대한 확인 때문에 스스로를 경계하는 것이 조금 의원 시절에 느슨해졌던 게 아닌가 하는 반성"이라며 "아무리 그 당시에 관행이 있었다 하더라도 제가 스스로 더 경계했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한 것 같다"고 중언부언을 했다. 

앞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올해 1월1일 당 신년인사회에서 "과거 잘못된 '관행'과 적폐를 일소해 내고, 그 틀 위에서 사회 대통합의 새 깃발을 시작해야 한다"고 했지만 김 원장은 계속해서 '관행'을 들먹이며 유체이탈 화법으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지금의 민주당은 김 원장을 "깐깐한 원칙주의자"(9일 우원식 원내대표 발언)로 추어올리며 정치권과 여론의 비판 무마에 부심하고 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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