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금리 상승세...대출자들의 이자 부담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어

금융채 등 시장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다. 은행 대출금리도 올라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해 7월 저점 대비 1%포인트(p) 가까이 뛴 것으로 확인됐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4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는 연 2.57∼3.62% 수준이다. 지난해 7월 말까지만 해도 1.99∼3.51%로 '1%대' 신용대출 금리가 있었던 것에 비하면 0.58%포인트나 높아진 것이다.

신용대출 금리뿐 아니라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높아졌다.

4대 시중은행의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연동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2.55∼3.90%로 지난해 7월 말(2.25∼3.96%)보다 0.3%포인트 올랐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대출에 쓰일 자금을 조달하는데 얼마나 많은 비용(금리)을 들였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의 금리 변동이 이와 연동된다.

코픽스가 아닌 은행채 5년물 금리를 따르는 '혼합형' 금리'의 경우 금리 상승 폭이 더 컸다. 지난해 7월 말 2.17∼4.03%에서 현재 2.82∼4.43%로 각 0.65%포인트, 0.4%포인트 뛰었다.

A은행의 혼합형 금리만 보면 2.53∼3.54%에서 3.42∼4.43%로 상단, 하단 모두 0.89%포인트나 올랐다. 

한은은 대출금리 상승에 대해 "은행채 금리 등 가계대출의 지표금리가 오른데다 대출 관리를 위해 은행들이 우대금리를 축소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채 6개월·1년물 등 금융채 단기물 금리가 국고채 10년물 등 장기 금리를 따라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최근 경기 개선, 인플레이션 기대 등의 영향으로 금리 인상이 줄줄이 현실화되고 있다. 

정책 규제도 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 금융당국이 본격적으로 '신용대출 조이기'에 나서 은행들은 우대금리 폭을 0.5%포인트 이상 크게 깎았다.

가계대출자의 60∼70%가 변동금리를 적용받는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은행 대출 금리가 오르면 이미 대출을 받은 기존 차주(돈 빌린 사람)의 부담도 커진다. 더 큰 문제는 대출 금리 상승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생산자 물가가 뛰면서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커지고 있다. 한은 '소비자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4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를 넘어선 2.1%였다. 미국과 한국 등 주요 국가 중앙은행이 물가와 자산가격 거품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 방안까지 발표되면서 대출 수요는 여전히 많은데 대출 공급이 억제되면 자연스럽게 금리는 더 올라갈 것"이라면서 "사상 유례없는 1천조원대 가계대출의 이자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면, 결국 가계는 소비를 줄이고 그만큼 경기 회복 속도도 더뎌질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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