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6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6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7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그런데 박 장관에 대한 관심보다도, 박 장관에 의해 임명 제청된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에 대한 관심이 더 뜨겁다. 지난 4일 박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새로운 검찰총장으로 김오수 전 법무부차관을 제청했다. 이런 선택의 결과, 박 장관은 김 후보자에 대해 ‘피의자 신분이 아니다’라는 해명 발언으로 취임 100일을 맞아야 했다.

김학의 사건으로 수사받는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는 ‘피의자 신분’

박 장관은 전날 오전 출근길, 기자들 앞에서 김 후보자를 제청한 사유를 설명했다. “검찰의 수장이 될 만한 자격을 갖춘 분”이라면서 “수사와 행정에 두루 밝다”고 평가했다. 일선 검사장도 했고, 대검 부장(검사)도 했고, 법무부 차관을 했으니 수사와 행정에 밝다는 것이다. 때문에 검찰 수장이 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는 설명이었다.

박 장관은 김 후보자가 수원지검에서 김학의 전 차관 불법출금 사건으로 수사를 받는 피의자 신분이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수사를 받고 있다는 말로 포괄하기는 좀 그렇고, 신분이 어떤 상태인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일부에서 피의자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고 언급,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김 후보자는 불법출금 관여 혐의로 고발돼 현재 명백한 피의자 신분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고발이나 인지 등으로 입건되면 법령에 따라 ‘피의자’가 된다. 그런데 수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김 후보자가 피의자가 아니라는 취지의 발언은 기소하지 말라는 ‘수사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오수는 피의자 아니라고 우기는 박범계, 기소하지 말라는 ‘가이드라인’?

취임 100일을 맞아 6일 저녁 JTBC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도 핵심은 ‘김 총장 후보자’에 대한 자격논란이었다. 서복현 앵커는 단도직입적으로 박 장관을 향행 ‘김 총장 후보자’에 대한 질문부터 했다.

서 앵커는 김 후보자에 대해 박 장관이 한 말의 진위여부를 확인했다. “(김 후보자에 대해) 신분이 어떤 상태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피의자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그러면 제청하시기 전에 수사 상황은 확인을 따로 안 해 보신 건가요?”라고 질문했다. 당일 출근길에 박 장관이 ‘피의자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라는 취지로 발언한 부분에 대해 질문한 것이다.

박 장관의 대답은 “보고받지도 못했고, 보고하지도 않았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내가 모르니 문제될 게 없다’는 독선적인 태도였다. 그러면서 “제청 당시를 기준으로 해서 말 그대로 특정 언론들에 보도된 내용이 전부였다. 특정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과연 팩트로서 단정할 수 있느냐라는 문제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제청 과정에서 이 문제는 크게 고려된 바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서 앵커에게 반문했다. “오히려 제가 묻고 싶은 것은 수사를 하느냐, 마느냐 이런 관점도 매우 중요하지만 그 수사가 공정하느냐의 문제이다. 그러면 ‘원래의 김학의 의혹 사건은 어디로 갔느냐’라는 질문으로 저는 거꾸로 답변을 좀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6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이 차려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6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이 차려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 앵커는 박 장관의 답변에 재차 ‘피의자인 김 총장 후보자가 기소될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했다. “제청하기 전에 수사 상황에 대한 확인을 했느냐의 여부는 향후 기소가 되느냐 마느냐의 문제와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새로 임명된 검찰총장이 법정에 서지 않을까 우려를 할 수 도 있기 때문에 (처음에) 질문을 했다”며 수위를 높였다.

그러자 박 장관은 애매한 대답을 내놓았다. “수사의 상태가 어떠한 건지, 어떠한 조사를 지금 받았는지 받게 될 것인지, 이런 측면에서 단정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따라서 지금 우리 서 앵커께서 질문하신 그것도 일종의 가정적인 질문이고, 제가 아는 어떤 이 사건에 관한 정보에 관해서는 어떤 가정을 전제로 해서 말씀드리긴 좀 어렵다라는 그런 답변을 좀 드리겠다”고 밝혔다.

김오수는 피의자 아니라면서, 취임도 하기 전에 지휘권 일부를 포기?

한편 현재 청문회를 준비중인 김 후보자는 이와 관련해 “총장으로 취임하면 이해충돌 사건을 회피할 것이다. 현재 진행중인 (김학의) 사건과 관련해 일체 보고를 받지 않겠다”고 얘기한 바 있다.

이를 두고 법조계 일각에서는 “원론적으로 맞는 태도이긴 한데. 취임도 하기 전에 지휘권을 포기하는 게 아니냐”라는 말도 나오는 실정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김 후보자의 이런 태도에 대해 “김학의 사건과 관련해 보고를 받지 않겠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정이다. 피의자 신분의 검찰총장 후보자여서, 특정사건과 관련해서 수사지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사건과 관련해, 수사심의위에서 수사와 기소가 합당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될 경우”라는 판단을 내놓았다. 그럴 경우 수사의 정당성이 확보돼, 그 다음 수순은 당시 박상기 전 법무부장관과 김오수 차관으로 수사의 범위가 확대된다. 검찰총장에 취임하자마자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아야하는 상황에 처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그렇게 된다면 과연 검찰의 기강이 바로 설 수 있을지, 또 우리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을지 우려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취임 100일을 맞은 소회를 “백척간두 같은 나날의 연속이었다”고 밝혔다. [사진=박범계 장관 페이스북 캡처]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취임 100일을 맞은 소회를 “백척간두 같은 나날의 연속이었다”고 밝혔다. [사진=박범계 장관 페이스북 캡처]

본인이 제청한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해 ‘피의자 신분이 아니다’라는 해명을 해야 하는 박 장관이 취임 100일을 맞은 소회는 한마디로 “백척간두 같은 나날의 연속이었다”는 것이다. 박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취임 100일을 맞은 소회를 "운명적 과업이라는 대통령의 임명장을 받아들고 나름 쉼 없이 달려왔으나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풀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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