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기억연대가 주도하고 있는 소송에 협력할 생각 없어" 입장 표명
이용수는 항소에 참여..."反인도적 범죄 피해자 재판 청구권 원천 봉쇄한 판결에 불복"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호소해 온 이들과 그 유가족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한 건에 대해 지난달 법원이 ‘각하’ 결정을 한 것과 관련해, 이번 소송에 참여한 원고 중 한 사람인 길원옥(93) 씨 측이 항소에 불참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7일 전해졌다. 반면, 다른 원고들 중 한 사람인 이용수(93) 씨 측은 성명을 내고 항소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길원옥 씨(오른쪽).(사진=연합뉴스)
길원옥 씨(오른쪽).(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15부(재판장 민성철)는 고(故) 곽예남·김복동 씨 등 소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그 유가족 20여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건에 대해 ‘주권 면제’(혹은 ‘국가 면제’)를 이유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판결문에서 해당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피고(일본 정부)에게 국가 면제를 인정하는 것은, 이미 대한민국과 피고 사이에 이루어진 외교적 합의의 효력을 존중하고, 추가적인 외교적 교섭을 원활하게 하기 위함이지, 일방적으로 원고들에게 불의한 결과를 강요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며 “현(現) 시점에서 유효한 국가 면제에 관한 국제 관습법과 이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법리에 따르면, 외국(外國)인 피고를 상대로 그 주권적 행위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이번 소송 건에 대한 항소 기간은 6일 낮 12시까지였다. 하지만 20여명의 원고 중 한 사람이었던 길원옥 씨 측은 항소 의사를 표현하지 않으면서 향후 이어지는 소송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길 씨 측은 이번 소송 항소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것은, 판결 결과를 받아들인다기보다, 이번 소송을 주도하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관련 단체 ‘정의기억연대’(이사장 이나영-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에 협력하지 않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길 씨 측은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하는 것은 맞지만, 국내적으로 (정의기억연대가) 연로하신 어머니를 이용하고 학대했는지도 중요하다”며 “잘못된 부분은 인정하고 함께 가야지, 이대로 묻어두고 가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길 씨 등과 마찬가지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호소해 온 이용수 씨는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씨를 지원하고 있는 단체들과 좌파 성향의 변호사 단체로 알려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대응 태스크포스(TF)는 보도자료를 내고 “반(反)인도적 범죄 피해자들의 재판 청구권을 원천 봉쇄하고,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의 뜻을 왜곡한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한다”며 “1심 소송을 제기한 16명의 피해자 가운데 상속인 확인 불가 등으로 최종 12명의 피해자가 항소 제기에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용수 씨.(사진=연합뉴스)
이용수 씨.(사진=연합뉴스)

이 할머니가 대표를 맡고 있다고 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국제사법재판소(ICJ) 회부 추진위원회’ 측 역시 “일본 정부가 소송 불참 등 한국 법원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태도를 비판한다”며 한국 정부에 대해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ICJ에 회부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앞서 이용수 씨와 관련해서는 ‘가짜 위안부’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과거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이 함께 묶어 펴낸 일본군 위안부 증언집과 이 씨가 과거 한국방송(KBS)에 출연해 말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이 현재 이 씨가 주장하고 있는 내용과 매우 달랐기 때문이다.

1993년 출판된 문제의 증언집에는 이 씨가 “빨간 원피스와 가죽 구두에 마음이 혹해 선뜻 따라나섰다”고 말한 것으로 돼 있고, 1992년 8월 KBS 방송 내용에서도 이 씨는 이와 같은 취지로 증언했음이 확인됐다.

하지만 이 씨는 지난 2007년 미 하원 ‘일본군 위안부’ 관련 청문회 등에서 “한밤중에 일본군이 집으로 들어와 입을 틀어막고 뾰족한 것으로 등을 찌르며 ‘가자’고 해서 가게 됐다”고 주장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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