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성 과학적 근거 제시 못하면 패소가능성 높아

정부가 후쿠시마 인근 수산물 금지 조치를 둘러싼 무역 분쟁에서 일본에 패소한 사안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상소를 제기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에 대한 WTO 분쟁해결패널 판정에 대해 9일(현지시간) WTO 상소기구에 상소했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일본 원전의 위험이 지속되고 있고 국민 먹거리 안전이 중요하기 때문에 패널 판정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고 설명했다.

WTO는 지난 2015년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의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가 부당하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한국 정부의 조치가 WTO 협정에 위배된다고 지난 2월 22일 판결했다. 이 판정은 1심에 해당하기 때문에 양측은 60일 이내에 최종심에 해당하는 상소 기구에 상소할 수 있다. 한국 정부가 상소함에 따라 상소 기구는 다시 60~90일 동안 1심 법률 판단의 적절성을 심리한다. 다만 현재 상소 기구가 일부 상소 위원 공석으로 사건이 밀려 있어 더 늦어질 예정이다. 상소기구 판단에 따라 1심 패널 판정을 확정하거나 파기 및 수정할 수도 있다.

한국 정부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하자 후쿠시마 인근 8개 현에서 생산된 수산물 50종과 인근 13개 현에서 생산된 농산물 26종에 대해 수입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후 2013년 후쿠시마 인근 8개 현의 수산물을 모두 수입 금지했다. 또 일본산 식품을 수입할 때 방사선 물질인 세슘 함유 여부를 검사하고, 미량 검출 시 기타 핵종 검사(방사능검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이에 일본은 28개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가 부당하다며 WTO에 제소했다. 세슘 미량 검출 시 기타 핵종 검사 증명서를 요구한 것도 차별적인 조치라고 주장했다. 일본은 2015년 5월 WTO에 한일 양자 협의를 요구했고, 협상이 결렬되자 8월 WTO 판결을 요구했다.

WTO 패널은 지난 2월 22일 공개한 판정 결과에서 일본 원전사고에 따른 한국 정부의 일본산 식품 수입규제 조치가 WTO 위생 및 식물위생(SPS) 협정에 불합치된다고 판정했다. 'SPS 협정'은 과학적 증명 없이 식품 안전을 이유로 수입을 금지하면 WTO가 이런 당사국 정부 조치를 무시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패널은 일본산과 다른 국가의 수산물이 모두 유사하게 낮은 오염 위험을 보이는데도 한국이 일본산에만 수입금지 조치를 내린 것은 차별이라고 봤다. 또한 기타핵종 검사증명서 상 기재 내용 등은 SPS 협정에 위배되지 않으나 일본산에만 요구한 것도 차별이라고 봤다.

이어 한국이 세슘 검사만으로 적정 보호수준을 달성할 수 있는데도 수입금지와 기타 핵종 추가 검사를 요구한 게 필요 이상으로 무역을 제한했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이 기타 핵종 검사 기준치와 수입 금지 품목 등에 대한 정보 공표를 누락하고 일본의 질의에 답변하지 않는 등 조치를 투명하게 운영하지 않았다고 판정했다.

정부는 후쿠시마산 수산물이 다른 곳에 비해 인체에 유해하다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는 등의 구체적인 상소 전략은 따로 밝히지 않았다. 한국 정부가 합리적 근거를 내놓지 못할 경우 WTO에 상소를 하더라도 1심 판결을 뒤집을 가능성은 낮다. 산업부 관계자는 “WTO의 패소 근거들을 분석한 뒤 대응 논리를 마련했지만, 구체적인 전략은 상소 과정이라 밝힐 수 없다”며 “WTO 판정을 뒤집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상소 결과가 나오고 분쟁해결절차가 종료될 때까지 기존 수입금지 조치를 유지할 방침이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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