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與 원내대표 "김기식, 소신있고 깐깐한 원칙주의자" 주장
"혜택커녕 불이익 줬는데 로비냐" 반발엔 野에서 전면 반박
"실패한 범죄는 무죄냐" "김기식 외유 5개월뒤 태도 바꿔 성공한 로비"
민평당 "김기식은 적폐 전형" 정의당 "납득할 해명 내놔라" 비판
한국당 '심각한 결함 아니다'라는 靑에 "국민 버리고 독재정권 변모"

청와대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야4당과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인선을 둘러싸고 대립하고 있다.

19대 국회 정무위원 시절 피감기관 예산으로 수차례 해외 출장을 다녀와 '로비성 외유' 논란에 휩싸인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에 야4당이 모두 날을 세우는 가운데, 청와대와 집권여당만 당사자를 "심각한 결함 없다" "원칙주의자" 라고 비호해 냉소를 자아낸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기식 금감원장은 평소 소신이 있고 깐깐한 원칙주의자"라며 "(피감기관에) 혜택은커녕 불이익을 줬는데 어떻게 로비라고 부르냐"고 비판 여론에 반발했다.

그는 "김 원장이 국민의 눈높이에 안 맞은 부분에 대해 사과한 마당에 야당이 무리한 정치공세를 이어가면 우리도 묵과하지 않겠다"고 김 원장의 '서면 입장문'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나아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청문회 과정과 같이 김 원장의 취임에 불편해하던 이들이 그를 낙마시키고 금융시장의 개혁을 좌초시키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한다"고 적반하장식 의혹제기에 나섰다.

이와 관련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김성태 원내대표가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김 원장의 2015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예산 3000여만원으로 다녀온 출장에 함께 한 의원실 여비서가 당초 김 원장이 해명한 '정책 비서'가 아닌 '인턴' 신분이었음을 폭로했다. 

해당 여비서는 1년도 채 안 돼 9급을 거쳐 7급 비서로 이례적인 '초고속 승진'했으며, 김 원장의 20대 총선 낙천 후 김 원장이 소장을 지낸 '86그룹' 주축 더미래연구소 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드러났다.

바른미래당은 지난 7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김 원장의 2015년 KIEP 예산 출장을 두고 'KIEP로서는 실패한 로비'라고 언급했다가 파장이 일자 이튿날 "적절하지 않았다"고 말을 바꾼 점을 집중 공략했다.

박주선 공동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와대 발표를 보니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런 식으로 청탁의 결과만 놓고 돈을 아무리 받아도 죄가 안 된다고 하면 앞으로 어떻게 대한민국을 깨끗한 나라로 만든다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지상욱 정책위의장도 "청와대가 결국은 '실패한 범죄는 무죄'라고 발언한 것"이라며 "살인미수, 강도미수, 강간미수, 부정청탁 미수는 법적으로 괜찮다는 얘기로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를 붕괴시키는 발언"이라고 질타했다. 

바른미래당은 김 원장에 대해 '형사법적 절차를 강구'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내 '공무원의 이해충돌방지 규정'을 19대 국회에서 김 원장이 저지했음을 상기시키며 이를 도입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당은 "김 원장의 과거 행태를 볼 때 이해충돌방지 법안이 반드시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한국당은 오후 추가 논평으로 김 원장을 지속적으로 겨냥했다. 정태옥 대변인은 논평에서 KIEP가 김 원장 출장비를 댄 것이 '실패한 로비'가 아닌 '성공한 로비'라는 정황을 들었다.

정 대변인은 "(김 원장은) 예산삭감 주장을 철회하거나, 기관을 모질게 몰아붙이는 것을 중단한 사실이 있다. 명백하게 피감기관 돈으로 여행 다녀온 후에 태도 변화가 있었다"며 "해외여행을 다녀온 5개월 뒤인 2015년 10월26일 국회 정무위 예산결산소위에서 위원장으로 'KIEP를 주관으로 하는 유럽사무소 설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을 부대의견으로 하자'고 발언했다. 로비가 성공한 것을 보여주는 명백한 사례"라고 짚었다.

또한 "갑질의 대가로 피감기관으로부터 수천만 원의 돈을 받아 인턴 여비서를 대동하는 호사를 누린 것 자체로 범죄는 분명히 성립한다"며 "피감기관 등으로부터 얼마든지 접대를 받아도 '봐주지 않으면 괜찮다'는 뜻인지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 앞에 분명히 밝히라"고 촉구했다.

평소 여당과 보조를 맞춰왔던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에서마저 이날 김 원장 인선에 대해 부정적 반응이 나왔다.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는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민주당은 김 원장의 '뇌물 외유'를 관행이라고 감싸고 있는데 그런 식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활비를 가져다 쓴 것도 관행"이라고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김 원장은 시민단체 활동과 국회의원 시절 김영란법을 주도한 인물인데 그래서 더 가증스럽다"며 "김 원장은 내로남불이자 표리부동, 양두구육 등 적폐의 전형"이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인사를 취소하고 검찰은 직권남용죄 적용을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추혜선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김 원장이 날 선 개혁의 칼을 들어야 하는 입장에서 뚜렷이 드러난 흠결을 안고 제대로 직무를 수행할지 의문"이라며 "김 원장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해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김의겸 대변인이 오후 브리핑까지 자청해놓고 민정수석실 차원에서 "당시 관행이나 다른 유사 사례들에 비춰볼 때 그게 해임에 이르기까지 심각한 결함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했다. 

'의원외교 등 공무성 출장이어도 피감기관 돈을 받은 게 문제 아니냐'는 취지의 기자단 질문에는 '그래서 김영란법이 생긴 것 아니냐"고 강변했다. 공무원의 이해충돌방지 조항을 배제하는 것을 주도한 게 김 원장이었다고 바른미래당이 지적한 뒤에도 엉뚱한 답변을 낸 것이다.

이런 청와대 입장에 한국당은 장제원 수석대변인이 추가 논평을 내 "청와대가 끝내 김기식을 안고 국민을 버렸다. 국민과 정면으로 맞서는 오기인사는 반드시 국민의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 수석대변인은 "문재인 정권은 집권 1년 만에 권력에 취해 국민의 의사마저 무시하는 독재정권으로 변해가고 있다. '주권재민'의 정신을 잊어버리는 순간 독재로 들어서고 있다는 신호"라고 질타했다.

이어 "이제 여(女)인턴을 데리고 피감기관의 스폰서를 받아 '황제 뇌물 여행'을 다녀도 고위공직자 임용에 문제가 없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한 뒤 "김 원장 임명은 고위공직의 도덕적 기준을 30년 이상 후퇴시킨 문재인 정권이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최악의 인사참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재차 경고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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