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무기 사용 의혹에 시리아 정부는 강하게 부인
시리아의 화학무기로 추정되는 공격에 대응해 보복성 폭격 이어져
러시아·시리아..."이번 보복성 폭격의 주체는 이스라엘"
국제사회, "시리아와 러시아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는 성명발표 이어져

시리아 정부군이 반군지역에 화학무기를 썼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서방의 보복 경고가 뒤따랐다.

이런 상황에서 시리아 정부군의 한 공군기지가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보복성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폭격을 받았으나 미국과 프랑스는 부인했고 러시아는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AP, AFP통신 외신에 따르면 시리아 국영 TV는 9일(현지시간) 오전 시리아 중부지역의 중부 홈스 주(州)에 있는 T-4 군용 비행장이 미사일 타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 내전 감시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이란 병력을 포함해 최소 14명이 이번 공격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기지는 시리아 정부군뿐만 아니라 동맹국인 러시아, 이란, 레바논의 이슬람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 병력도 주둔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시리아 반군 활동가와 일부 구조 단체는 지난 7일 시리아 두마 지역의 반군 거점에서 정부군의 화학무기로 추정되는 공격으로 최소 40명, 많게는 100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리아 정부군은 화학무기 사용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화학무기가 아닌 대피소 붕괴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황이다.

화학무기 의심 공격후 병원에서 산소마스크를 쓴 시리아 어린이 (연합뉴스 제공) 

누가 폭격했나? 미국? 프랑스? 이스라엘?

현지 시리아 관영 사나통신은 시리아 공군이 군용 기지를 겨냥한 미사일 공격에 맞서면서 미사일 8발을 격추했다며 미국이 공격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보도했지만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미국은 지난해 4월 바사르 알 아사드 정권이 반군 점령지인 칸셰이쿤에서 맹독성 사린가스라는 화학무기를 사용했을 당시, 지중해에 있는 구축함이 보유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59발을 발사해 시리아 공군기지를 폭격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 국방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이번에는 시리아에 대한 공습을 단행 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을 강력히 비난해온 프랑스도 공격 주체로 의심을 받았으나 프랑스 군 대변인은 "우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2월 열린 기자회견에서 "(시리아의) 화학무기에 관해서 나는 레드라인(한계선)을 설정했고 나는 그 레드라인을 재확인한다"며 "만약 조약에서 금지한 화학무기가 사용되고 있다는 확증이 있다면 프랑스는 그런 무기가 제조되는 곳을 타격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스라엘에 이번 미사일 공격에 관해 물었지만 답변을 하지 않았다면서 이번 공격의 주체가 이스라엘이라는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2월에도 시리아 화학무기, 이란군, 헤즈볼라와 연계된 시설을 겨냥해 대대적인 공습을 벌인 바 있다. 시리아인권관측소는 당시 이스라엘의 주요 타겟 중 하나가 이번에 폭격을 받은 T-4 비행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제사회의 시리아와 러시아를 규탄하는 성명발표 이어져

미국 국무부는 현재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러시아는 화학무기로 셀 수 없는 시리아인에게 잔혹한 행위를 저지른 궁극적 책임을 지고 있다”며 시리아 정부를 지원하는 러시아를 비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정신나간 화학 공격으로 여성과 아이들을 포함해 많은 사람이 시리아에서 숨졌다. 잔학한 행위가 일어난 지역이 시리아 군대에 의해 폐쇄되고 포위된 상태라 외부 접근이 완전히 불가능하다.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이란은 짐승 같은 아사드를 지원한 책임이 있다. 큰 대가(Big price to pay)를 치를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사태 파악과 의료지원을 위해 해당 지역을 개방해야 한다. 아무 이유없는 인도주의적 재앙이다. 역겹다!"고 언급했다.

현지 언론들은 트럼프가 트위터에 언급한 '큰 대가'(Big price to pay)라는 표현에 대해 미국이 군사행동의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푸틴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 역시 이날 트위터에 "아사드 정권과 그의 후원자들은 야만적인 행동을 멈춰야 한다"면서 "미국의 대통령이 말한 대로 책임 있는 자들은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WSJ 이날 미국이 시리아 공군을 완전히 무너뜨릴 수 있는 더 광범위한 공습을 명령하거나, 전투를 지휘하는 시리아군 사령부를 타격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은 "화학무기의 사용은 전쟁 범죄"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를 최대한 빨리 소집해 시리아 동구타 지역의 상황을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9개국이 시리아에서의 화학무기 사용과 관련한 긴급회의 소집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의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 역시 이날 화학무기금지기구(OPCW)가 이를 조사해야 한다며,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비호하는 러시아가 이를 막아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럽연합(EU)은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는 가운데 이란과 러시아에 시리아군의 화학무기 공격을 저지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앞서 지난 4일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4개국은 공동성명을 통해 "시리아 정부군이 사린가스를 사용해 수백 명의 인명을 죽인 극악무도한 공격이 일어난 지 오늘로 1년이 됐다"며 "누구에 의한 화학무기 사용도 규탄한다. 사태에 책임이 있는 모든 당사자가 반드시 책임을 지도록 하고, 시리아의 극악무도한 공격의 희생자들에게 정의를 되찾아 주도록 쉼 없이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리아와 동맹국인 이란과 러시아의 입장

이란 정부는 이번 사태에 공식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이란 국영방송은 "이란은 그동안 어떤 나라에서도 화학무기를 사용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며 "시리아 정부군이 (반군을 겨냥해) 동구타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주장은 음모론이며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별다른 언급없이 시리아 중부 홈스주(州)에 있는 T-4 공군기지를 공습한 주체가 이스라엘군이라며 "9일 새벽 3시 25분~3시 53분 사이에 이스라엘 공군 전투기들이 시리아 영공에 진입하지 않고 레바논 영공에서 T-4 군용비행장에 8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시리아의 국영 매체는 러시아 매체 보도 전까지 미국을 공격 주체로 의심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러시아 매체의 보도 이후 공격 주체는 이스라엘이라고 확정 지은 상태다. 

러시아는 시리아 내전에서 이스라엘의 적국인 이란과 동맹을 맺고 있다. 이란과 러시아는 7년째 계속되고 있는 시리아 내전에 개입해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군사적으로 지원해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美 대통령과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美 대통령과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미국의 중동 정책에 대한 미국 내 비판

일각에선 오바마 정부 당시 미국이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을 제대로 단죄하지 못해 현재의 참극을 초래했다며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2013년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사린가스) 공격으로 수천 명의 주민이 희생되자 아사드 정권에 대한 공습을 감행하는 듯 했으나 러시아의 중재로 협상이 이뤄진 바 있다.

당시 오바마 행정부는 아사드 정권과의 타협에서 아사드 정권이 보유 화학무기를 전부 신고하지 않은 점과 염소가스가 당시 합의 대상(금지품목)에 포함되지 않은 점이 두 가지 주요한 허점이였다며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아사드 정권이 자국민을 상대로 여전히 화학무기를 사용하고 있다"며 사실상 자신의 실책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한 바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당시 전쟁없이 평화적으로 대량파괴무기(WMD)를 억제했다고 주장했으나 현재 "오바마 정부의 중동정책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고 주장하는 트럼프의 주장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역시 지난 29일 "미군은 빠른 시일 안에 시리아에서 2,000여 명의 미군을 철수할 것"이라며 사실상 철수 방침을 천명해 강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에 최근 존 매케인 미국 상원의원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철수를 시사한 발언으로 시리아에 또 다시 화학무기 공격이 발생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그동안 시리아의 화학 무기 사용에 대해 공개적으로 강하게 비판해 온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국제사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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