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사진=연합뉴스)
이성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사진=연합뉴스)

김학의 전(前)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사건에 수사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성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및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검찰에 요청했다. 김 전 차관 사건에서 허위공문서를 작성·행사한 혐의를 받는 이규원 검사는 “검찰이 공수처장의 사건 재이첩 요청을 무시했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말도 안 된다” 등의 반응이 나온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22일 검찰수사심의위·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요청한 데 대해 법조계에서는 “차기 검찰총장 선임을 앞두고 검찰 기소를 최대한 늦추려는 노림수”라는 지적이 나왔다. 차기 검찰총장 인선을 위한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 개최가 오는 29일로 예정된 가운데, 총장 후보자 인선 전 검찰이 자신을 기소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유력한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이성윤 지검장이 만일 기소될 경우 이 지검장에게 치명적인 결격 사유가 생기게 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에서는 “전국 최대 규모 검찰청의 수장이 본인의 기소를 막기 위해서 법률적 약자 보호를 위한 제도를 악용한다” “내로남불, 자가당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 초기 검찰개혁위원회에서 위원으로 활동한 김종민 변호사는 “수사심의위와 같은 제도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라며 “검찰 최대 조직인 서울중앙지검의 수장이 자신에 대한 기소를 막고자 이를 활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로써, 이런 전례를 남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차기 검찰 수장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는 고위직 검사가 검찰 수사 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며 수사심의위를 열어달라고 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덧붙였다.

이 지검장은 이에 앞서 소위 채널A 사건과 관련해 지난해 한동훈 검사장의 신청으로 열린 수사심의위가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지만 이를 무시하고 수사를 강행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불법 합병 의혹 건으로 신청한 수사심의위에서도 과반수로 불기소 권고가 있었지만 이 지검장은 이를 무시하고 이 부회장을 기소했다.

김 전 차관 사건에서 가짜 사건번호와 내사번호 등을 기재해 김 전 차관의 출국을 실질적으로 막는 역할을 수행한 이규원 검사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이 수원지방검찰청에 이 검사 건을 이첩하면서 수사가 마무리되면 공수처가 기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사건을 재이첩하라고 요구했는데, 수원지검이 이를 무시하고 자신의 사건을 기소한 것은 ‘검찰의 부작위(공수처에 사건을 이첩하지 않은 것)와 작위(자신을 기소한 것) 등으로 자신의 평등권이 침해당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각하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나온다. 이 검사의 주장은 본질적으로 수사 권한과 관련된 것인데, 위헌법률심판이라면 몰라도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또 ‘보충성’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소원의 특성상 다른 구제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제기된 헌법소원 청구는 헌재가 일관되게 ‘부적법하다’고 판시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편,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은 23일 오인서 수원고등검찰청 검사장의 요청을 받고 이성윤 지검장에 대한 검찰수사심의위 소집을 결정했다. 전문수사자문단은 별도로 소집하지 않기로 했다. 해당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청이 직접 수사심의위 개최를 요구할 경우 구성·심의·의결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대검이 개최 여부만 결정하면 된다. 대검의 이날 결정은 최대한 빨리 수사심의위를 개최해 기소 판단을 받겠다는 것으로 해석되며, ‘시간 끌기 작전’을 구사한 이성윤 지검장의 허를 찔렀다는 평이 나온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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