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영업기밀 공개에 강력 반발… 한 발 물러선 고용부
삼성, 영업기밀 공개에 강력 반발… 한 발 물러선 고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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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지난 3월 삼성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기술 공개로 행정지침 변경
업계 관계자 "핵심기술 공개는 중국업체들이 상당히 관심을 가질 사안"
삼성, 산업부에 국가차원 산업기술 보호 요청… 부처간 대립도 가능
고용부 긴급 설명회 "기업의 기밀은 보호할 것"… 기존 입장 변경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가 자사 공정 핵심기술이 담긴 '작업환경 측정보고서'를 제3자에게도 공개하겠다고 행정지침을 변경한 고용노동부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연합뉴스는 9일 고용부가 산업재해 입증을 위해 기업의 영업기밀이 담긴 '작업환경 측정보고서'를 이해관계가 아닌 제3자에게까지 공개하도록 행정지침을 개정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삼성 측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의 핵심 기술이 담긴 '작업환경 측정보고서'를 산재 당사자가 아닌 시민단체, 언론 등의 제3자에게 공개하려는 고용부의 결정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삼성은 '작업환경 측정보고서'에는 공정별 취급 화학물질과 사용량 등 기업의 핵심 정보가 포함돼 있어 산재 당사자를 제외한 제3자에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고 고용부는 근로자 생명과 연결된 정보이기에 이해 당사자인 산재 피해자가 아닌 경우에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작업환경 측정보고서'는 사업주가 작업장에서 사용하는 물질(총190종)에 대한 노동자의 노출 정도를 측정해 평가한 결과가 게재돼 있다. 삼성 관계자는 "해당 공장 라인 배치나 화학물질 사용에 관한 정보는 핵심기술이라고 봐야 한다"며 "중국업체들이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산재 신청 당사자에게는 외부 유출 방지를 전제로 자료는 물론 현장까지 충분히 보여줄 용의가 있지만 이해 관계자가 아닌 제3자에게 보여주는 건 핵심기술 유출 위험이 커 절대 안 된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도 고용부가 삼성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장의 중요 정보가 담긴 보고서를 일반에 공개하면 결국 중국업체들이 삼성의 기술을 추격할 수 있는 발판만 제공하는 꼴이 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용부의 행정지침 개정으로 기업의 영업기밀이 국민 누구든 알 수 있는 공공 정보가 돼 버렸다"며 "한국에서 공장을 설립하는 일을 꺼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는 고용부가 '작업환경 측정보고서'를 제3자에게도 공개하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 중앙행정심판위원회와 법원에 각각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삼성은 ‘작업환경 측정보고서’에 담긴 내용이 국가 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확인해 달라고 산업통상자원부에 요청했다. 산업부는 외부 전문가를 중심으로 산업기술보호위원회 전문가위원회를 구성한 뒤 심의 결과를 삼성에 전달할 예정이다.

산업부는 국가의 산업기술이 유출되는 것을 막아야 할 책임이 있다. 고용부가 공개하겠다는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의 작업환경 측정보고서에 국가가 보호해야 할 산업기술이 포함돼 있다고 산업부가 판단할 경우 고용부와 삼성의 갈등이 고용부와 산업부의 갈등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부처 간 갈등으로 진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산업부는 작업환경 측정보고서에 국가 차원에서 보호할 산업기술이 포함돼 있더라도 이를 공개하겠다는 판단은 고용부가 한다며 고용부와 갈등하는 모양새는 연출하지는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삼성은 산업부의 판단을 중앙행정심판위원회와 법원에 각각 제기한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에 사용할 예정이다.

삼성이 산업부에 도움을 요청하며 고용부를 압박하자 고용부는 이날 긴급 설명회를 열고 "작업환경 측정보고서 공개와 관련된 삼성의 소송 결과에 따라 영업비밀로 인정할 부분이 있다면 정보공개 수준을 행정안정부와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영만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이날 설명회에서 "삼성의 '작업환경 측정보고서'를 공개하는 것이 경영상·영업상 비밀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지만 삼성이 제기한 소송 결과에 따라 영업비밀로 인정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지침에 반영해 혼란이 없도록 할 것"이라며 "우리 고용부도 기업의 영업비밀은 보호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당초 입장에서 한 발짝 물러섰다.

다만 행안부와 정보공개 수준과 방법 등을 논의해 결정하겠다고 말하면서 행안부를 이번 사건에 개입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삼성이 산업부에 도움을 청하니 고용부는 행안부에 도움을 청한 것이라는 해석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고용부가 기업의 핵심 정보가 담김 '작업환경 측정보고서'를 제3자에게도 공개하는 방향으로 행정지침을 개정한 것은 지난 3월6일로 2011년부터 진행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근로자의 백혈병 산재 판정 소송에서 근로자 측을 대변했던 박용만 당시 변호사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으로 부임한지 일주일 만이었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미 작년부터 지침 개정 작업을 진행해왔기 때문에 담당국장이 새로 부임한 것과 관련 지침이 개정된 것을 연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항변했다.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 삼성의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장에서 근무하다 병에 걸렸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들이 산업재해를 입증해야 한다는 이유로 고용부로부터 해당 보고서 공개를 요청했지만 기업의 영업비밀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정부는 이를 거부해왔다.

하지만 지난 2월 산재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는 전 삼성 직원 및 가족들과 연대한 시민단체가 삼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 과정에서 2심 재판을 맡았던 대전 고등법원이 보고서 공개가 영업비밀이 아니라고 판단하면서 고용부도 입장을 바꿨다.

한편, 고용부는 최근 종합편성채널 PD에게도 보고서를 공개하기로 결정하는 등 기업의 영업 기밀이 담긴 보고서를 이해당사자도 아닌 언론에 유포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바 있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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