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 화이자가 최소 잔여형 주사기(LDS)에 관심이 많다는 정보 입수해 협상 카드로 제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부가 화이자 백신 도입을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던 시기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나서 연결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재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해 이 부회장은 휴가 중이던 샨타누 나라옌 어도비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앨버트 부를라 화이자 회장과 백신 총괄 사장을 소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오랜 기간 교류해온 글로벌 인맥 중 하나인 나라옌 회장은 당시 화이자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었다. 

그리고 이같은 전화는 지난 12월 22일, 화이자 고위 관계자와 박능후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삼성바이오로직스 경영진이 참석한 화상회의로 이어져 협상을 물꼬를 틀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정부 차원에서 화이자의 구미를 당길만한 협상카드가 없었던 당시 이 부회장은 '최소잔량주사 기술'이라는 새로운 협상카드를 내밀어 백신 도입 시기를 앞당길 수 있었다.

당시 협상 관계자는 "형식적인 대화가 오고가다 삼성 측에서 '잔량이 남지 않는 주사기가 필요하지 않냐'며 새로운 카드를 던졌다"며 "화이자가 필요로 하는 것을 미리 파악해 협상 카드로 던지자 답보상태이던 회의의 흐름이 확 달라졌고 결국 화이자는 이달 한국에 올 수 있었다"고 전했다.

협상에 앞서 이 부회장은 화이자가 최소 잔여형 주사기(LDS)에 관심이 많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주사기 제조 역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도록 지시한 것이다.

그리고 삼성은 곧바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지방 소재 중소기업인 풍림파마텍을 발굴하고 전문가 30여명을 긴급 투입, 기술 지원과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통해 한 달 만에 대량생산 체제를 완성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정부가 확보했다고 발표한 화이자 백신은 삼성의 최소잔량주사 기술을 이용한 백신 주사기가 화이자의 협상카드로 주요하게 작용해 들여올 수 있었던 것이다.

나아가 현재 풍림파마텍의 군산 공장은 기존 생산계획보다 2.5배 늘어난 월 1000만개 이상을 생산할 수 있는 스마트공장으로 전환된 상태로, 한국이 전 세계적인 백신 외교에서 협상의 한 카드 정도는 내밀 수 있게 됐다는 말도 나온다.

협상의 결과로 당초 올 3분기에나 공급받을 예정이었던 화이자 백신은 지난 3월부터 국내에 도입되기 시작했으며, 정부는 올해 2분기까지 화이자 백신 총 700만회분 공급 계획을 밝혔다.

이 부회장은 수감 이후에도 백신 도입에 대한 집중을 잃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지난 1월 26일 임직원들에게 "국민들에게 드린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메세지 등을 보내며 백신 도입 협상이 성사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가진 글로벌 네트워크 자산을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 부회장이 화이자 협상과는 별도로 바이오 업계에 영향력이 있는 중동 네트워크를 통해 백신 협력 방안을 강구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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