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이 비핵화 성공으로 이어지는 건 아냐” 비판도

미국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 대화 의지를 확인한 것으로 8일(현지시간) 알려졌다. 북한이 미국 행정부에 5월로 예정된 미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문제에 대해 논의할 의향이 있다는 입장을 직접 전달한 것이다. CNN이 미국과 북한 당국 실무진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비밀리에 직접회담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한 지 하루만의 일이다.

미국 행정부의 고위 관리는 이날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미국은 김정은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백악관이 더 많은 내용을 공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 통신 등 미국 언론들은 이날 “미국 측이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과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기꺼이 논의할 의향이 있다는 것을 재확인했다”고 행정부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로이터통신도 “미북 간 비밀접촉에서 평양 측은 미북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의향도 직접 미국에 전달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8일 미국을 방문한 한국 특사단과의 면담에서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 표명을 전해 듣고 정상회담 제안을 수락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북측으로부터 직접적인 메시지는 받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따라서 북한의 의사를 확인한 것은 김정은이 다음 달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의지가 있음을 미국이 더 확신하게 만드는 의미가 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WSJ는 “미북정상회담의 장애물을 제거, 길을 터줬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김정은이 정상회담에 전념하고 있다는 확신을 트럼프 행정부에 심어줬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북정상회담 개최 성사 전망을 높여주는 긍정적 움직임”이라고 그 의미를 평가했다.

앞서 CNN 방송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이 이끄는 CIA 내부 전담팀과 북한의 정보당국 간 가동된 비공식 채널을 통해 장소 결정 등 미북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직접적인 비밀접촉이 이뤄져 왔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외신들은 북한 비핵화 개념과 프로세스 등을 놓고 미북 간 이견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WSJ는 “북한의 이번 확언이 반드시 회담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며 김정은이 언급한 ‘단계적·동시적 조치’와 관련해 “북한이 상정하는 비핵화 시간표가 트럼프 행정부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보다 훨씬 장기적 목표일 수 있고 그마저 주한미군 철수 등 군사적 체제 위협 요소 제거를 전제로 하는 것일 수 있으며, 핵 검증 작업도 추가적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6자회담 차석대표였던 조지프 디트라니 전 대북협상 대사는 WSJ에 “김정은이 과거 비핵화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던 것에 비춰 논의할 의향이 있다는 건 진전”이라면서도 “그가 생각하는 비핵화의 정의가 미국 측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와 같은 것인지를 이제 논의해 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도 “북한이 수년간 주항미군 철수와 핵우산 공약 철회 등을 핵무기 포기 검토의 선행요건으로 말해온 상황에서 비핵화를 어떻게 정의할지에 대한 의문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WP는 “장소와 어젠다도 아직 안 알려진 상태며 북한은 비핵화를 위해 어떠한 구체적 조처를 할지에 대해서도 아직 분명히 말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