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전 서울 동작구 사당종합체육관에 마련된 코로나19 접종센터에서 직원안내에 따라 어르신들이 화이자 백신 접종실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7일 오전 서울 동작구 사당종합체육관에 마련된 코로나19 접종센터에서 직원안내에 따라 어르신들이 화이자 백신 접종실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K방역을 자랑하던 우리나라가 ‘백신 느림보’ 국으로 전락, 경제 회복마저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 CNN 방송에 이어 뉴욕타임스(NYT)도 한국, 일본, 호주 등이 코로나19 초기 바이러스 진압에 대체로 성공했으나 지금은 백신 접종에서 가장 뒤처진 선진국에 포함된다고 진단했다.

바이든의 부스터 접종(3차 접종) 추진으로 화이자 물량 부족사태 우려돼...정부는 ‘침묵’으로 일관

문제는 일본, 호주 등과 같은 느림보 국가들은 초기 방역 성공에 자족하면서 백신 구매에 소홀히 했던 점을 반성하면서 대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반면, 한국만 유독 기존 노선을 고집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신설된 청와대 방역기획관에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를 임명함으로써 국민적 분노를 자초하고 있다. 기모란 기획관은 그동안 화이자, 모더나와 같은 백신의 조기 구매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해온 인물이다.

국민은 지금이라도 문 대통령이 책임지고 나서서 백신 구매 및 접종계획을 분명하게 밝혀줄 것을 바라고 있으나, 이 같은 국민적 희망과는 정반대의 인사조치를 취한 것이다. 정부는 구체적 백신 접종계획 일정을 밝히지 못한 채 11월까지 70% 집단면역을 달성할 것이라는 말의 향연만 되풀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인들에게 부스터 접종(3차접종)까지 실시할 것이라고 공언함에 따라, 정부의 화이자 및 모더나 백신 구매가 더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정부는 이 같은 우려에 대한 일체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NYT, “낮은 감염률로 사치의 시간 보냈던 한국, 일본, 호주 등 경제회복 늦어질 수도”

NYT는 18일(현지시간)자 지면 기사에서 "지난해 한국은 빠른 코로나19 테스트를 시행했고 호주와 뉴질랜드는 신속하게 국가를 봉쇄했으며 일본도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 지켰다"고 언급했다. 반면 초기 확진자와 사망자가 치솟아 재앙을 겪었던 유럽, 미국 등은 백신 접종에서 앞서나가면서 양측 상황이 역전됐다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미국은 전체 인구의 4분의 1이 백신을 맞았고 영국은 인구 절반이 백신을 1회 이상 접종했는데 호주와 한국의 접종률은 각각 3%를 밑돌고, 일본과 뉴질랜드는 1%조차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NYT가 이들 국가의 낮은 접종률에 대해 분석한 이유는 “상대적으로 낮은 감염과 사망률로 시간적 사치를 누렸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다른 곳에서 개발된 백신에 의존 중"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를 비롯 일본과 호주를 싸잡아 ‘이 느림보(the legards) 국가’라고 지칭했다.

실제로 한국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17일 현재 1차 접종자는 총 151만2,503명으로 인구(5,200만명) 대비 접종률은 2.91%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의 자료에 따르면, 4월 18일 24시 기준 1차 접종자가 151만 2531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진=질병관리청 홈페이지 캡처]
질병관리청의 자료에 따르면, 4월 18일 24시 기준 1차 접종자가 151만 2531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진=질병관리청 홈페이지 캡처]

NYT의 보도가 뼈아픈 건, 낮은 접종률에 대한 비난 때문만은 아니다. 이들 국가의 백신 접종 지연이 방역 성공조차 무산시키고, 경제 회복을 늦출 위험이 있다는 경고 때문이다. 더욱이 변이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빠르게 퍼지면서, 백신 보급이 정체를 빚는 상황과 맞물리면서 경제 회복에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전 세계 백신 생산량 60% 담당하는 인도는 물량 통제 시작

실제 전 세계 백신 생산량의 60%를 담당하는 인도는 18일 하루 코로나19 감염자가 26만명을 넘기는 등 변이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그런 상황에서 백신 물량을 쥐고 놓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인도에서는 영국발, 남아공발, 브라질발 변이와 두 종류의 변이를 함께 보유한 이중 변이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하루 평균 확진자 수가 20만명을 넘겼다. 인도 당국은 자국 생산 기지에서 제조하는 코로나19 코벡스 백신을 지난달부터 풀지 않고 있다. 인도의 코로나19 상황이 지난달보다 심각해지면선 앞으로도 전 세계 백신 수급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 백신 수급의 불안정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호주 전문가들, “우리가 안일했음을 인식해야” 한 목소리

호주 시드니대학의 전염병 전문가인 로버트 부이는 "질병 통제에 성공한 게 재빠른 접종소 확보에 필요한 노력과 동기를 떨어뜨렸다"면서 "우리는 안일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앞서 지난 16일 CNN 방송도 비슷한 진단을 내놨다. 한국을 포함해 뉴질랜드, 태국, 대만, 일본이 "상대적으로 대규모 발병을 차단하는 데 성공적"이었으나 지금은 백신 접종률이 4% 미만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초기 방역에 성공한 아시아태평양 국가는 백신 제조사와 빠른 합의에 이르지 않았다는 게 낮은 접종률의 원인이라고 CNN은 전했다. 즉 초기 방역 성공으로 백신 제조사와 계약을 맺을 때 지나치게 신중했다는 것이다. 반면 영국과 미국은 피해 상황이 워낙 심각해 백신에 모든 것을 걸었기 때문에 그만큼 확보와 접종이 빨랐다고 상반된 평가를 내놓았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자 미국과 유럽에선 확진자와 사망자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났다. 마스크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발과 더불어 봉쇄가 경제에 타격을 준다는 지적이 높아지면서 각국 정부는 과감한 통제조치를 도입하는데 망설였다. 확산세는 통제 불능 수준으로 폭발했다. 미국은 누적 확진자, 사망자 규모에서 압도적인 전 세계 1위에 올랐고, 영국을 비롯한 유럽국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반면 호주, 한국, 대만, 뉴질랜드 등은 엄격한 국경통제, 신속한 시설 폐쇄, 대규모 검사를 통해 확산세를 잡으며 '방역 모범국'으로 불렸다. 하지만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후 양쪽 처지는 뒤바뀌었다.

현재 미국에선 전 국민의 37%가 적어도 1차 접종을 마쳤다. CNN방송은 미국이 올해 여름까지 접종률 70∼80%를 달성해 집단면역을 얻을 것으로 기대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은 최소 1회 접종률이 47%에 달한다.

“영국과 미국은 백신회사에 거액의 판돈을 걸어 돈을 딴 것”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의 빌 바우텔 공중보건 교수는 "영국과 미국은 자기들이 초래한 난관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금융회사 ING의 아·태지역 본부장 로버트 커널은 "영국은 백신 개발사에 돈을 거는 도박을 했고 돈을 딴 것"이라고 말했다.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총장은 "영국과 미국은 다른 나라에 앞서 백신에 크게 걸었고 지금 전 세계는 백신 공급 문제에 직면했다"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아·태 국가들의 '백신 신중론'이 백신 확보에 걸림돌이었다는 평가를 하면서 CNN은 앞으로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지 못하면 결국 코로나19 종식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한국과 뉴질랜드 정부 지도자들이 비슷한 방식으로 백신 신중론을 옹호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국과 호주 정부가 백신에 대해 비슷한 입장을 취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사망자가 26명에 그친 뉴질랜드의 저신다 아던 총리는 지난 11일 "우리 국민은 안 죽고 있고, 해법이 다르다"며 백신 확산이 느린 상황에 대해 항변한 것을 지적했다.

CNN, “한국의 질본은 부작용 관찰 위해 백신구매 서두르지 않을 것”...기모란의 행보 예측?

CNN은 "(한국의) 질병관리본부도 어떤 부작용을 관찰할 시간을 벌기 위해 서둘러 백신을 들여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CNN이 지적한 질병관리본부의 발언은 청와대 방역기획관에 내정된 기모란 교수의 발언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부분이다. 기 기획관은 과거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구매를 급하게 서두를 필요가 없다` `다른 나라에서 먼저 접종하는 게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고마운 것이다”라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K 방역에만 안주하면서 백신 제조사와 빨리 협의하지 못한 우리 방역당국의 판단 착오는 전 세계적으로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 판단 착오의 원인 제공자인 기모란 씨가 방역기획관에 내정됨으로써 한번 더 국제적인 망신을 당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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