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에게 애도.."
"하지만 정부의 책임회피와 여론의식한 재판 간과할 수 없어"
"수년간 의료계가 호소해온 구조적인 문제 개선돼야 해"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구속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다.

제40대 대한의사협회 회장직 인수위원회(이하 의협 인수위)는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인 및 16개 시도의사회장단 주최로 8일(일) 오후 4시 30분부터 1시간30분간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구속 사태를 규탄하는 긴급 집회를 개최했다.

의협 최대집 회장 당선인은 이날 이대목동병원 사태와 관련 신생아와 유가족들에 애도를 표하면서도 해당 의료진 구속수사의 부당성을 강력히 호소했다. 최 당선인은 법에서 정한 구속요건인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점을 감안해 법원은 구속 결정을 철회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주최측은 결의문을 통해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에 대한 사법부의 구속결정은 한국의료에 대한 사망선고"라고 강조했다. 신생아 중환자실은 "24시간 긴장과 위험이 존재하는, 말 그대로 생과 사를 넘나드는 의료현장이라는 전쟁터의 최일선"이라며 "이곳에 근무하는 의료진들은 사명감과 희생정신이 그 누구보다 높은 사람들이 지원하여 근무를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주최측은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을 "우리나라의 의료수가가 중환자실을 운영하면 할수록 병원이 적자를 보게 되는 구조로 되어 있어 병원의 입장에서는 충분한 인력과 장비를 투자하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에 벌어진 불행한 사건도 결국 부족한 인력과 감염관리 시스템에 대한 부족한 투자가 빚어낸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을 정부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당선인은 "(의료인들이) 소환조사에 모두 응했고 인멸할 증거가 없는데 이제와서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은 여론을 의식한 재판이다. 대한민국 법치가 제대로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의문을 통해 다음과 같이 요구했다:

"하나, 정부와 관계당국은 이번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사망사건에 대해서 의료계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희생양의 사법처리가 목적이 아닌 실질적인 문제점들을 조사한 후 의사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대한민국 중환자 의료체계의 구조적인 문제점들을 근본부터 개혁하라.

하나, 의료인이 범법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 없이 환자진료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의료사고특례법을 제정하라.

하나, 의료행위에 대한 심평원과 건강보험공단의 폐쇄적이고 복잡한 심사기준을 전면적으로 개혁하고 공개하라.

하나, 중환자실 등 열악한 의료환경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이 최선의 진료를 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라.

하나, 의료진들이 환자들에게 적정 진료가 아닌 최선의 진료를 할 수 있도록 OECD평균의 의료행위 수가를 책정하라."

지난 6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연쇄사망사건의 원인은 주사제 오염에 따른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감염이라고 최종 발표하고, 분주 등 위법행위를 묵인해 참사를 부른 책임을 물어 의료진 7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한다고 발표했다.

의협 인수위에 따르면 해당 사법부 결정으로 13만 의사들은 직업적 회의와 충격에 휩싸였고 각 시도 의사회 등 의료계 곳곳에서 사법부의 해당 결정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날 서울시 의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이 안타까운 사건의 근본적 원인은 의사의 희생에 의존하여 위태롭게 이어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기형적인 의료시스템에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를 알면서도 방치하고 의사와 병원에게 책임을 미뤄온 정부에게 책임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부산시 의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사법부가 적시한 '잘못된 관행을 묵인·방치해 지도, 감독 의무 위반 정도가 중하다'는 구속영장 발부사유를 거론하며 "이 사유가 의료진에게만 국한된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어 "의료계가 수십년 동안 호소하며 때로는 분노하며 항변했던 그 잘못된 관행들을 진정 묵인하고 방치하며 심지어 조장까지 했던 진정한 적폐는 대한민국 정부가 아니었냐"며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경기도 의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이번 이화여대 신생아실 사망사건에 있어 직무 수행 중인 의사에 대해 좋지 않은 치료 결과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을 물어 의료진을 구속 시킨 것은 축구선수가 경기 중 실수했다고 책임을 물어 아오지 탄광에 보내는 독재국가의 비이성적인 행위와 다름없다"고 밝혔다.

대한소아청소년과 의사회는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결과가 사건의 명확한 원인에 대한 인과관계를 전혀 밝히지 못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경찰, 복지부, 질병관리본부, 심평원, 건정심, 식약청이 오직 자신들의 책임을 면피하기 위해서 자신들의 책임에 대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오히려 생명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 의료진에게만 책임을 뒤집어씌웠다"고 말했다. 

최 당선인은 "정부는 우리의 이러한 경고를 엄중하게 받아들여 이번 사건을 처리함에 있어 몇몇 희생양에게만 책임을 지우고 정작 그 근본 원인은 전혀 해결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말고 이제라도 의료계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다시는 이러한 불행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중환자 의료체계의 기본부터 다시 세우는 논의를 해 나가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오늘, 우리 대한민국 13만 의사들은 억울하게 구속된 이대목동병원 의료진과 함께, 무너진 이 땅의 의료를 바로 세우기 위해 끝까지 함께 싸워나갈 것임을 분명히 밝혀두는 바"라고 강조했다.

현재 의료계는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문재인 케어 반대를 기치로 4월 중 대규모 궐기대회를 예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법원이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에 대해 구속을 결정하면서 앞으로 투쟁활동이 더 활발해 질 것으로 보인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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