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기모란 교수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정부의 백신 구매 지연에 동조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캡처>

지난 16일 단행된 청와대 인사에서 신설 직책인 방역기획관에 내정된 기모란 교수에 대해 국민의힘이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번에 새로 신설된 방역기획관은 사회정책비서관이 담당했던 방역 정책을 전담하게 되는 직책이다. 국민의힘은 방역기획관에 내정된 기모란 교수의 자질부족, 정치편향을 이유로 내세웠다.

기모란 교수는 2017년 3월부터 국립암센터국제암대학원대학교 암관리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2020년부터는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기모란 교수 자질부족 및 정치편향 논란...총선 출마해 패배한 ‘남편’ 헤아린 보은인사?

황규환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17일 논평을 통해 "자질부족, 정치편향의 기모란 방역기획관을 임명철회하고, 근본적인 백신확보에 더욱 매진하라"라고 촉구했다.

황 부대변인은 "문 정권의 코로나19 대응 실패가 방역전담 직책이 없어서는 아니겠지만, 백번 양보해 자리를 만들었다면 적어도 중립적인 시각을 가진, 전문가 중에 전문가를 앉혔어야 했다"며 "먼저 기 교수의 남편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경남 양산갑에 출마한 바 있다. 기 교수의 임명은 또 하나의 보은인사에 지나지 않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기 교수의 남편 이재영 씨는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정책위 부의장(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으로, 작년 총선(양산갑)에 출마했다가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에게 패했다.

의료계에서도 국립암센터 암관리학과 교수인 기모란 씨가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는다는 점도 일종의 보은인사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기 교수가 백신과 관련해 주장하는 내용들이 전문가로서의 소신이라기보다는 정부 방역당국의 방향과 일치한다는 점 때문이다.

기모란 교수는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도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의 효용성이 의심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다.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캡처>

김어준 프로그램 출연해 ‘가짜뉴스’ 유포... “코로나 확산은 광복절 집회 탓”

황 부대변인이 철회를 촉구하면서 내세운 첫째 이유는 코로나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가진 인사라는 점에 있다. 기 교수는 초기 대응에 분수령이 될 수 있었던 `중국발 입국금지`를 반대했다. 또 `코로나로 인해 휴교할 필요가 없다`는 안이한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친문 상왕인 김어준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아무런 근거도 없이 `코로나 확산은 광복절 집회` 때문이라는 가짜뉴스를 유포했다. 전문가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진영 논리에 집중해온 인물인 것이다.

백신확보 무능 드러낸 정부 감싸기 급급...“화이자, 모더나 백신 구매 서두를 필요 없다”

이런 이유 외에도 황 부대변인은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구매를 급하게 서두를 필요가 없다` `다른 나라에서 먼저 접종하는 게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고마운 것이다`라며 국민 불안은 안중에도 없이, 백신확보에 무능했던 정부를 일방적으로 옹호하기 위해 궤변을 늘어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기 교수가 방역 업무를 수행한다면, 그 무능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했던 기 교수의 발언은 대부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김어준의 개인 유튜브 방송 <다스뵈이다>에서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등 친문 인사들이 빼놓지 않고 시청한다는 이 프로그램에서의 발언은 정부의 방역당국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2월 18일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144회에 출연한 기모란 교수가 정부의 '백신 구매 신중론'을 찬성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캡처>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 문 대통령의 기모란 등용을 신랄하게 풍자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인사를 신랄하게 풍자했다. 그는 '화이자 모더나 백신 구매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했던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가 방역 전체를 다루는 청와대 방역기획관이 됐다는 말에 '기모란 덕분에 든든합니다'라는 말로 비꼬았다.

서 교수는 17일 페이스북에서 ‘기모란이 과거 뉴스공장 등 방송에 나와서 남긴 어록’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우리나라는 확진자 수가 적어 백신구매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 백신을 빨리 맞는 것보다 안전성이 더 중요하다. 화이자는 부작용이 있어서 이런 백신을 꼭 맞아야 하나 싶을 정도. 3, 4월이면 굉장히 많은 백신이 나오니 비교해보고 사도 된다”라는 발언을 했다고 적었다.

이어 "인재를 알아보는 데 도가 튼 문재인 대통령은 백신의 세계적 전문가 기모란을 방역기획관으로 발탁했다"며 "든든하다"고 비꼬았다.

서민 교수는 17일 페이스북에서 기모란 교수가 청와대 방역기획관에 내정된 인사를 두고, '기모란 덕분에 든든합니다'라는 말로 비꼬았다. <서민 페이스북 캡처>

백신 긴급구매가 최대 과제인데 백신 구매 지연 ‘동조’한 인물을 책임자로 임명

문제는 현재 한국 정부의 최대 과제는 신속한 백신 구매임에도 불구하고 백신 구매 지연을 ‘현명한 선택’이라며 찬양해온 인사가 청와대의 방역기획관이 됐다는 점에 있다.

기 교수는 지난해 말 백신 구매와 관련된 논쟁이 뜨거울 때, 김어준의 뉴스공장 단골 게스트였다.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지난해 11월 20일 TBS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서둘러 확보해야 한다는 세간의 지적에 대해 "현재 3상 임상시험을 하고 있는 (백신) 후보군이 10개 정도 된다"며 "굉장히 많은 약들, 백신들이 계속해서 효과를 발표할 텐데 더 좋은 게 계속 나오면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 선구매한 것을) 물릴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11일에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김어준의 ‘백신 구매 신중론’을 뒷받침했다. 김어준은 당시 “왜 아직 효능이 입증되지도 않은 백신을 먼저 맞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정부의 백신 구매 지연 사태를 ‘접종 신중론’으로 미화시켰다. 이에 기 교수는 "백신 접종의 경우 오히려 다른 나라에서 먼저 접종하는 게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고마운 것"이라는 발언으로 백신 구매를 못하고 있는 정부를 두둔했다.

김어준은 ‘뉴스공장’에 이어 자신의 개인 유튜브 방송 <다스뵈이다> 144회에도 기 교수를 초대했다. 지난해 12월 18일 방송된 내용 중에는 mRNA 방식으로 개발된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의 효용성을 의심하는 발언을 해 전문성을 의심받았다.

당시 김어준은 “아스트라제네카가 뭔가 문제가 있고 기술이 떨어진다는 식으로 폄하하는 보도가 많다”면서 “화이자 모더나는 좋은 건데, 우리는 질 떨어지는 아스트라제네카와만 계약했다는 보도가 엄청 많다”고 했다.

이에 대해 기 교수는 “아스트라제네카는 써 봤던 백신 플랫폼이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있다. 화이자나 모더나가 만든 백신은 mRNA 백신으로 열심히 연구를 했는데, 상용화 되지는 않았다. 시작하기는 쉽다. 유전 정보만 있으면 만들기 쉽다. 빠르게 만들 수 있어서 시작은 했는데, 이게 끝까지 가서 효과도 좋고 성공을 할지는 알수 없었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투자를 해서 진행이 빨리 됐다. 그런데 (임상실험에서) 두 번째 맞았을 때는 너무 아파서 119를 불러야하나 말아야 하나, 라는 반응이 있었다”고 말했다.

화이자와 모더나의 단점만 열거해온 기모란은 무슨 일 벌일까?

기 교수는 임상실험의 효과는 좋게 나왔지만, 앞으로 이 효과가 얼마나 갈지는 아직 잘 모른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임상실험이 끝난 지 몇 달 안 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반면 아스트라제네카는 전 세계에서 가장 신뢰를 했던 백신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스트라제네카에 대한 선구매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했다. 우리나라만 한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당시 아스트라제네카와만 구매 계약을 한 정부를 위해 화이자와 모더나의 단점을 열거하기에 정신이 없었다. 한 병당 5명이 줄서서 기다렸다가 맞아야 하고, 냉동 보관 시스템도 복잡하고, 1병을 꺼내서 식염수랑 섞어서 써야 하고, 개봉을 하고 나면 2시간 이내에 맞아야 해서 과정도 복잡하며, 유통 기한도 6개월에 불과하다며 mRNA 백신인 화이자와 모더나의 단점을 지적했다.

기 교수는 이어 “자꾸 빨리 맞자고 하면 (백신을) 계약하는 사람이 압박을 받는다. 좀더 느긋하게 지켜보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주장했다. 백신 구매 신중론을 뒷받침하는 발언인 셈이었다.

백신보다는 방역이 더 중요하다는 정부의 기조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백신 얘기를 많이 하게 되면, 백신이 곧 와서 상황을 끝내줄 거라는 생각에서 방역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지금 유행하고 있는 3차 확산은 백신과 상관없이 우리 힘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 교수는 앞서 김어준이 “결국 아스트라제네카와 계약한 우리나라가 잘한 거네요”라는 발언에 대해서도 “그렇다”고 화답했다.

코로나 방역 우수국이었던 우리나라가 백신 후진국으로 전락하는 데 기 교수가 큰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양준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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