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 하락으로 잠재 성장률 1%p 하락. 노동생산성 계속 하락 중.
정부규제는 137개국 중 95위로 하위권.
"정부는 신산업에 환상 갖지 말고 주력산업 위기를 직시하라"

한국 제조업이 중국에 추격을 당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추월 당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8일 발표한 '한국 주력산업의 위기와 활로'라는 보고서에서 "주요국 CIP(Competitive Industrial Performance Index)에서 한국은 2015년 4위로, 중국(3위)에 추월당했다"고 밝혔다.

CIP는 유엔공업개발기구(UNIDO)에서 매년 발표하는 지표로, 제조업 1인당 부가가치, 수출 지표, 제조업 부가가치의 국가 내 위상 등 제조업 경쟁력을 총체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은 2009∼2014년 4위를 유지하다가 2015년 5위로 하락했다.

반면 중국은 2008년까지 10위권이었다가 2009년 6위, 2012년 5위에 이어 2015년 두 계단 더 상승해 한국을 앞질렀다.

보고서는 이는 철강, 석유화학, 기계, 자동차, 조선,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등 8대 국내 주력산업의 위기 조짐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철강과 조선업은 글로벌 업황 불황이 이어지고 있다.

석유화학은 주력 수출시장인 중국의 중성장 경로 진입, 기계 산업은 근본적인 기술 경쟁력 취약, 자동차 산업은 전방위적인 수요 부족 사태에 직면한 상태다.

스마트폰도 한때 수출의 핵심이었으나 최근 세계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는 등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반도체, 디스플레이만 경쟁력이 있다.

보고서는 주력산업 위기 원인으로 기업에 비우호적인 각종 규제, 낮은 생산성, 그리고 만성적인 글로벌 수요 부족 등을 꼽았다.

한국 경제의 잠재 성장률은 2001∼2005년 4.7%에서 2011∼2015년 3.2%로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1.5%포인트 하락분의 1.0%포인트는 효율성과 기술력을 의미하는 총요소생산성 기여도 축소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생산성 하락 때문에 한국의 잠재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했다는 뜻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R&D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R&D 투자 탄성치(R&D 투자 1단위가 투입됐을 때 창출되는 부가가치 단위)는 2003∼2008년 6.63배에서 2009∼2014년 4.74배로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저성장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선진국은 물론 2015년 이후 신흥국에서도 수요가 더디게 늘고 있는 점, 업종이 겹치는 중국이 빠르게 성장하는 점도 한국 주력산업을 위기로 몰아넣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떨어지는 추세다.

제조업 노동생산성은 2011년(102.5포인트) 이후 하락세로 반전해 2016년 92.3포인트로 떨어졌다.

정부 규제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등 비우호적인 기업 환경도 주력산업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 규제에 대한 부담 정도는 137개국 중 한국이 95위로 하위권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경제정책이 성장·분배 간 딜레마에 스스로 빠질 것이 아니라 산업 활성화를 우선하는 방향으로 재편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신산업에 환상을 갖지 말고 주력산업 위기를 직시해야 한다"며 "만성적 수요 부족에 대응해 구조조정 시스템을 상시로 가동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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