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강찬호-한국 고재학 논설위원, 金-崔에 '극우 낙인'...무식한 건가,의도적인가
중앙일보 강찬호, 安 띄우고 '김문수 진박·극우' 허위주장
한국일보 고재학, 최대집 겨냥 "호남 출신이 극단적인 이념성향" 시비
국가기간통신사 연합뉴스도 최근 보도서 '김문수 극우' 프레임

일부 언론인이 실체와 맞지 않는 '극우(極右)' 딱지를 남발하며 공산주의에 강력히 반대하는 자유우파 성향 인사 흠집내기에 나서고 있다. 이들 중에는 명색이 언론사 생활을 할만큼 한 논설위원 등 중견 언론인도 포함돼 있어 "이념에 대한 최소한의 공부도 하지 않은 무식하고 한심한 행태"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극우는 본래 '민족우월주의'에 빠져 극단적인 폭력과 대량학살을 자행한 독일 나치 정권의 히틀러나, 이탈리아 파시스트 정권의 무솔리니 같은 집단을 지칭하는 말이다. 반대로 극좌는 구 소련의 스탈린이나 중국의 마오쩌둥, 북한의 김일성 세습왕조, 캄보디아의 폴 포트 정권 같은 좌파 전체주의자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극우와 극좌는 민족과 계급을 중시한다는 차이는 있지만 목적을 위해서는 폭력도 불사하는 극단적 전체주의 세력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한국에서는 옛 나치·파시즘·일제의 이런 속성과도 무관한, 그저 반공 색채가 짙은 인사들에게 극우 딱지를 붙이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최근에는 장외 집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 한미동맹 강화와 6·25 참전국과의 연대를 주장하는 사람들까지 싸잡아 몰아붙이는 '극우 낙인찍기'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rl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중앙일보 강찬호 논설위원은 지난 6일 ""'보수' 칭호가 부끄러운 콩가루 제1야당"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로 공천이 예정된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완연한 극우 인사'로 규정했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을 '야권의 대표주자'로 점찍은 강 논설위원은 "홍준표는 (자유한국당) 당대표에서 쫓겨나는 건 물론 한국당이 미래당에 흡수되는 것도 시간문제다. 그럴 바에야 '이적행위'란 욕을 먹더라도 보수 표를 갈라 먹어 안철수 당선을 막아 줄 인물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는 게 홍준표로선 '합리적'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 점에서 김문수는 나쁘지 않은 카드다. 김문수는 2년 전 총선 때 대구에서 '진박'을 자처하며 공천에 매달렸다가 민주당 김부겸에게 패하는 수모를 당했다. 이후 태극기집회에서 박근혜 탄핵 반대를 외치며 극우로 치달았다"면서 "보수·중도층에게 홍준표의 김문수 공천은 짜증나는 소식일 수밖에 없다"고 맹비난했다.

강 논설위원의 칼럼 중 김 전 지사가 '대구에서 진박을 자처했다'거나, '극우로 치달았다'는 주장 모두 허무맹랑하다. 

김 전 지사는 '진실한 박근혜 사람'이라는 진박은커녕, 친박(親박근혜)이었던 적도 없던 사람이다. 민주자유당 입당 전까지 그의 출신 성분도 노동운동계 투사였고 민주화 운동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지난 2012년 경기지사 신분으로 18대 대선 경선에 도전하면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박정희 전 대통령) 후광에 의한 리더십"이라고 정면 겨냥한 인사다.

4년 뒤인 2016년 20대 총선을 약 3달 앞둔 1월 중순, 최경환·조원진 당시 새누리당 의원 등이 대구 지역구에서 '진박 감별사'를 자처하자 "코미디 감"이라고 일침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16년 1월19일 BBS라디오 고성국의 아침저널에 전화 출연한 그는 "대통령의 뜻을 빙자해서 자기가 친박이라며 여러 명의 친박이 한 지역에 이리 저리 왔다갔다 하기 때문에 상당한 혼란이 있고, 시민들은 불편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친박계와 각을 세웠다.

같은해 말 박 대통령 탄핵 비박(非박근혜)계의 바른정당 창당 전 당내 모임인 '비상시국위원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탈당 행렬에는 동참하지 않았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후에는 이른바 국정농단 의혹의 진상에 천착해, 2017년 1월부터 헌법재판소에 탄핵 기각을 촉구하는 일명 '태극기집회'에 동참했다. JTBC의 태블릿PC 조작 의혹과 박 전 대통령의 사익 편취 혐의의 불투명함 등을 지적했다. 김진태·박대출 의원 등 당내 극소수 의원와 함께 몸을 사리지 않은 장외 행보였다.

논거가 허술한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의문을 제기하면 극우'라는 프레임은 왼쪽으로 치우친, 진영논리는 물론 편의주의에 빠져 상대방의 입을 막으려는 시도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사실을 가치판단 없이 '있는 그대로' 전하는 게 존재 목적인 뉴스통신사에서도 김 전 지사를 일방적으로 극우로 모는 보도가 나왔다.

국가기간통신사 연합뉴스는 지난 4일 김 전 지사의 서울시장 후보 공천이 이미 예고된 가운데 "한국당, 서울시장 후보 김문수 유력 검토속 오세훈에 '미련'"이라는 보도를 냈다.

연합뉴스는 이 보도에서 한국당이 오세훈 전 서울시장 영입 시도를 그치지 않고 있다며 "김 전 지사가 최근 몇 년 동안 각종 행사에서 극우적인 발언을 쏟아낸 터라 중도성향 유권자들의 표를 흡수할 수 있겠느냐"는 부정적인 견해를 서술했다.

하루 전(3일) 민영 통신사 뉴시스는 "김문수, 한국당 서울시장 도전…의미와 전망"이라는 보도에서 "다른 지역에 비해 중도층이 많은 서울에서 태극기집회에 참석하고 극우적인 발언을 자주 해 온 김 전 지사가 한국당으로 출마해도 보수층이 그에게 몰표를 줄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해설을 내놨다. 너무나도 쉽게 '극우'를 거론했지만 극우의 개념을 태극기집회 참석, 반공성향 발언으로 삼는 허술함이 역력하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자.

정치권 밖 인사를 겨냥한 극우몰이도 적지 않게 눈에 띈다. '중도'를 표방하는 한국일보는 지난 6일 고재학 논설위원이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자를 인터뷰한 내용과 후기를 담은 기사 2건을 냈다. 

인터뷰 전부터, 뚜렷한 근거 자료 없이 "국민은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려는 문재인 케어를 적극 지지한다"면서 "대통령 지지율 70%를 넘나드는 정부와 국민을 상대로 강경 투쟁에 나선다면 제 밥 그릇 챙기려 한다는 비난만 받기 십상"이라고 정부 시각을 적극 대변했다.

고재학 논설위원은 인터뷰 내용을 소개한 뒤 '최대집 의협 회장 당선자는'이라는 소제목을 달고 최 당선자의 이력 소개에 들어갔다. "1946년 결성된 극우 반공단체 '서북청년단'의 정신 계승을 주장하는가 하면, 동국대 강정구 교수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고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 의혹 제기에도 앞장섰다"고 문제삼았다.

언급된 강정구 전 동국대 교수는 재직 중 2001년 북한 만경대를 방문해 방명록에 '만경대 정신을 이어받아 통일위업 이룩하자'는 글을 남긴 데 이어 2002년부터는 '6·25는 통일전쟁'이라는 주장을 칼럼으로 기고해 국보법 위반 유죄 판결을 받은 강성 친북·좌파성향 인물이다.

고 논설위원은 강 전 교수를 최 당선자가 고발한 이유를 일체 빼 버린 채 '극우'로 지칭하는 논거로 삼았고 박원순 시장 측의 아들 박주신씨 재검 거부로 아직 의혹이 명쾌히 해소되지 않은 '박주신 병역 논란'의 전말도 설명하지 않았다. 

"태극기집회에도 참석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및 구속 철회를 요구했다. 의사들 정치 성향이 대개 보수적이긴 하나, 최 당선자와 같이 극단적인 이념 성향을 보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면서 "사전 조사한 자료를 보니, 20대 후반부터 강경 보수색이 짙은 정치활동에 매달렸다. 전문의를 따지 않고 봉직의(월급의사)나 개인의원을 운영하며 일반의로 활동한 것도 정치·사회운동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전문의가 아니라는 점을 부각시켜 의사로서의 전문성을 폄훼하고, 별다른 근거 없이 '극단적인 이념 성향을 보인다'고 규정했다. 나아가 "더욱이 그는 진보 성향이 강한 호남(전남 목포) 출신"이라며 "왜 그가 이런 극단적 이념 성향을 갖게 된 걸까"라고 적었다. 

호남 출신이 이른바 '진보'가 아니라는 점을 까닭없이 걸고 넘어지는 식의 모습에서 집단주의, 나아가 전체주의 성향도 엿보인다. 스스로 "집요하게 물었으나, 확실한 단서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고 밝힌 것은 무지(無知)와 진영논리 함몰에 따른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한편 프레시안, 경향신문, 한겨레 등 여타 친정부 좌파성향 매체들도 통상적인 보도에서까지 김 전 지사와 최 당선자에 대해 뚜렷한 근거 없는 극우 몰이를 서슴지 않고 있어 스스로 '극좌 인증'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김문수 전 지사와 최대집 의협 회장 당선인을 '극우'라고 한다면 걸핏하면 폭력을 휘두른 민노총은 말할 것도 없고 현 집권세력의 상당수 인사는 '초(超)극좌'란 지적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는 냉소적 반응도 나온다. 실제로 젊은 시절 좌파 운동권 출신이었으나 잘못된 이념의 미망에서 벗어난 뒤 자유우파 성향 저술가이자 사회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박성현 자유시민연대 공동대표는 자신을 '극우'로 몰아붙이는 일부 좌파 세력의 주장에 대해 "내가 극우라면 나보다 조금이라도 왼쪽에 서 있는 사람들은 모두 극좌라고밖에 할 수 없다"며 따끔한 일침을 가한 바 있다. 또 우파 성향 인사들에 대한 '극우 낙인찍기'에 열을 올리는 언론인들일수록 명백한 극좌 성향 인사들에 대해서조차 '극좌'는 물론 '좌파'라는 표현도 잘 사용하지 않고 '진보' 운운하며 물타기하는 경향도 두드러지고 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