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 타운 부소장 5일밤 페북 '친구공개'로 靑 사퇴압박 폭로
"DMZ 둘러싼 진보 보수 이념갈등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줘"
靑 "국회가 개혁주체"라더니…작년 8월 정무위 與 간사 이학영 주도
'14년 USKI 예산지원 '딴지' 시초는 김기식, 보좌관 출신 靑 정책실 행정관 개입의혹
靑, USKI 자금지원 실무단체 "정책실 감독 당연…행정관 내용 잘알지만 액션 없다"?
갈루치 USKI 이사장 "韓정부에 실망"…靑 "그렇게 얘기한 적 없지만 해명했다"

청와대가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SAIS) 부설 한미연구소(USKI)의 예산지원을 조건으로 구재회 USKI 소장의 교체를 요구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정권 차원의 압력을 의심할 만한 USKI 측 증언이 8일 추가로 알려졌다. '북한 정권도 아닌 한국정부로부터 공격 대상이 될 줄은 몰랐다'는 제니 타운 USKI 부소장의 페이스북 글이 주목받고 있다.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38NORTH) 편집장이기도 한 타운 부소장은 지난 5일 밤 페이스북에 '친구공개'로 "북한 이슈를 다루면서 북한의 공격 대상이 될 날이 올 거라는 생각은 늘 하고 지냈다"면서 "그런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고, 오히려 한국 정부의 공격 대상이 됐다"고 밝혔다.

특히 "권력남용을 뿌리뽑겠다고 선언한 한국의 진보 정부한테서 공격을 받게 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며 "한국의 군사분계선(DMZ)을 둘러싼 진보·보수 양측의 이념 갈등이 얼마나 심각한 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이념적 간극에 기반한 청와대의 사퇴 압박이 있었다는 점을 주장한 것이다. 
  
38노스는 민간 위성에서 촬영한 사진 등으로 북한의 영변 핵시설, 미사일 발사 동향을 심층적으로 분석·보도하는 역할을 해 왔다. 북한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약속한 이후에도 영변 핵실험장의 새로운 경수로 공사가 진척되고, 가동되는 정황을 이 매체가 보도해 왔다.

한국은 해마다 20억원씩 USKI에 연구 예산 지원을 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영향력이 미치는 조직이란 뜻이다. 이 때문에 타운 부소장 뿐 아니라,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부터 USKI를 이끌어 온 구재회 소장도 '청와대의 강제 퇴출' 대상자라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타운 부소장이 '전체 공개'가 아닌 '친구 공개’로 글을 올렸지만, 직접 이 글을 보고싶다는 사람들의 친구 요청에 모두 응하고 있다"며 "이는 사실상 공개적으로 널리 알리고 싶은 내용이라는 뜻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청와대는 책임을 국회로 떠넘겼다. 핵심 관계자는 지난 7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 차원에서 제기돼 온 USKI에 대한 개혁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경제인문사회연구소가 구 소장 교체를 요구한 것"이라고 청와대 개입설을 부인했다.

USKI에 직접적인 자금 지원을 하는 곳은 국무조정실 산하 기구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다. KIEP는 다시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관리감독을 받는 구조로 대미(對美) 공공외교 기관이 운영되고 있다.

이 관계자는 "한미연구소(USKI)는 매년 우리 정부로부터 20억원의 예산을 지원받고 있음에도 실적과 재정이 불투명하고 그 책임자가 12년째 장기집권하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는 게 국회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인식"이라고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측 입장을 대변했다.

또한 "USKI가 억지로 제출한 사업 내역보고서도 1~2페이지짜리로 매우 불성실하게 작성된 것으로 안다"면서 "1년에 20억씩 투입된 기관에서 제출하는 보고서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관계자는 "연구소 운영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이를 개혁하려는 주체는 국회"라며 "가장 먼저 제기한 것은 2014년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현 금융감독원장)이었고, 이어 20대 국회에서 정무위 간사를 맡았던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도적으로 이 문제를 다뤘다"고 했다.

이어 "그런 상황에서 국회는 지난해 8월 예산안 심사와 국정감사 과정에서 여야 합의로 '2018년 3월31일까지 불투명한 운영상황을 개선하고 이를 보고하라'는 부대의견을 달아 20억원 예산지원 안건을 통과시켰다"고 설명했다.

'개혁 주체는 국회'라고 했지만, 정권교체 이후 '청와대 여의도 출장소'라는 비판이 가장 고조된 민주당 주도로, 38노스를 표적삼아 예산지원 안건에 '독소 조항'을 넣은 셈이다. '보고서를 직접 받아 본 듯한' 관계자의 발언으로 미루어 청와대는 크게 동조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 관계자는 USKI 소장 교체 과정에서 홍일표 청와대 정책실 선임행정관이 개입했다는 보도에 관해서는 "국무조정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청와대 정책실 차원에서 당연히 살펴봐야 하는 기관"이라며 "대외경제정책연구원도 통상문제를 다루는 기구로 장하성 정책실장이 책임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홍일표 행정관은 김 금감원장의 의원시절 보좌관이다. 이 관계자는 "홍 행정관은 그 내용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우연의 작용일 뿐 본인이 적극 적으로 어떤 액션을 취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홍 행정관은 그 내용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우연의 작용일 뿐 본인이 적극적으로 어떤 액션을 취한 것은 없다"고 강변했다.

USKI 관리감독권을 가진 기관을 살피는 것에 정책실 책임이 '당연'하다면서도, 38노스 운영을 문제삼은 김 금감원장의 측근 출신 청와대 행정관은 적극적으로 행동한 게 없는데, 구 소장 등 교체 추진으로 이어졌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최근 로버트 갈루치 USKI 이사장이 인터뷰에서 구 소장 교체 문제를 거론하며 "학문의 자유에 대한 부적절한 개입"이라며 "한국 정부에 아주 실망스럽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부인으로 일관했다.

관계자는 "홍 행정관에 따르면 갈루치 이사장이 그렇게 얘기한 적 없다고 한다"면서도 "국회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고 이 문제가 오래됐으니 성실히 임해달라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한다"고 해명했다. 갈루치 이사장이 반발한 적도 없는데 청와대에서 '국회 차원 문제제기'라며 해명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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