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미국의 글로벌 제약업체인 모더나가 미국 우선 공급 원칙을 발표하면서 2분기부터 모더나 백신 4000만 회분을 들여온다는 한국 정부의 백신 공급 정책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 국내 코로나 4차 대유행이 더욱 확산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연말 모더나 CEO와 통화해 "5월부터 4000만 회분을 공급받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모더나 백신 확보 실패가 현실화되면 아스트라제네카(AZ)와 얀센의 '혈전증' 우려에 이어 그나마 괜찮은 백신 확보는 물 건너간 셈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날 모더나는 자사 홈페이지에 공개한 백신 공급 계획을 통해 “5월 말까지 미국 정부에 백신 1억 회분을 공급하고, 7월 말까지 추가로 1억 회분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더나의 이같은 '미국 우선 공급' 원칙은 한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에 대한 백신 공급 일정이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은 지난 연말 모더나와 계약했지만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캐나다, 스위스, 카타르 등이 먼저 계약해 백신 도입 순서가 뒤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모더나가 지난 연말부터 올해 4월 12일까지 공급한 전체 백신 약 1억3200만 회분 중 미국 밖으로 보내진 것은 약 1500만 회분에 불과하다. 앞으로 생산될 모더나 백신도 당분간 거의 미국에만 집중 공급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전날까지도 "우리나라는 2분기 중 일단 공급이 확정된 1808만8000회분의 백신에 얀센과 노바백스, 모더나 등 271만2000회분의 백신 추가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상반기내 국민 1200만명에게 1차 접종을 시행해 오는 11월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설상가상으로 AZ 백신이 혈전증과의 연관성까지 확인되고, 미국 보건당국이 혈전증 발생을 이유로 존슨앤드존슨(J&J)사의 얀센 백신에 대한 일시 접종 중단을 권고하는 등 다른 백신의 수급 상황도 불안정해진 상황이다.

정부가 지금까지 확보했다고 발표한 물량은 총 7900만명분이다. AZ 백신 1000만명분, 얀센 백신 600만명분, 화이자 백신 1300만명분, 모더나 백신 2000만명분, 노바백스 백신 2000만명분, 백신 공동구매 국제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1000만명분을 공급받기로 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도입이 확정된 물량은 904만4000명분(1808만8000회분)에 그친다. 이마저도 AZ 백신이 59%인 533만7000명분(1067만4000회분)이다. 정부가 2분기부터 들어오겠다고 발표한 얀센, 노바백스, 모더나 등 다른 백신은 아직 초도물량조차 결정되지 않았다.

모더나 백신 도입이 지연되고, AZ 백신과 얀센은 접종 중단이 권고되는 상황에서 노바백스 백신마저 아직 세계적으로 사용된 적이 없는 만큼 한국의 백신 공급 상황은 세계적으로 처참한 수준이라는 진단이다. 문 대통령은 모더나 등과 전화상으로 백신을 확보했다고는 하지만 한국의 백신 공급은 언제 이뤄질 지 모르는 상황의 연속이다.

이에 일각에선 동맹국 미국에 대한 백신 외교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정부는 대북정책과 중국 문제 등에 있어 조 바이든 행정부와 물밑 불협화음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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