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2021.3.12(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2021.3.12(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집권 후 야권이 최초 승리를 거둔 '4·7 재보선'의 열기가 엉뚱하게 자중지란(自中之亂)으로 이어진 모양새다. 바로 국민의힘-국민의당 통합 전당대회 논의 중에 양당이 치고 받고 있어서다.

심지어 당내 안팎에서 이번 선거를 지휘했던 인물들을 중심으로 '손가락질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지난 8일, '4·7 재보선'을 지휘했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퇴임한 후 언론에 재보궐선거를 '야권 승리'라고 평가한 안철수 대표를 향해 "어떻게 건방지게 그런 말을 하나"라며 "'안 대표는 그 정도 수준 정치인밖에 안 된다' 확신했다"라고 말한 게 화근으로 작용했다. 지난 12일 국민의당의 구혁모 최고위원이 "범죄자"라고 저격한 데 이어 국민의힘도 여기에 맞서면서 일종의 냉기류가 형성됐다.

관건은, 선거가 끝나자 '원팀' 정신이 실종됐고 그 과정에서 야권 인사들에 대해 뒷말이 나오는 모습을 유권자들이 어떻게 보느냐는 것.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사진=연합뉴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사진=연합뉴스)

그러다보니 2017년 5월 대통령 선거 이후 보수 야권은 '당대표급'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자산을 계속 바꿔왔는데, 이번에도 유사 행태를 보이면서 연달아 '용도 폐기' 당했던 야권 인사들의 과거 이력이 계속 오버랩되는 것이다.

야권이 자중지란에 빠졌다는 지적은 정치권에서 계속 나온다. 야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13일 오전 "이번 선거에서 민심을 담아내겠다고 한지가 불과 1주일 전인데 지금 뭘하고 있는 건지 도통 모르겠다"고 질타했다.

그는 "2017년부터 선거에서 연달아 패배했는데, 야권의 주요 자산들을 선거 패배로 책임을 물어 바꿔왔다"면서 "그런데 지금 또 그런 모양새가 나오니 신뢰도에 자꾸 흠집나는 것 같다"고 자조했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사진=연합뉴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사진=연합뉴스)

그동안 야권에서는 선거 이후 선거를 지휘했던 인사들을 모조리 바꿔왔다. 지난해 4·15 총선을 총괄지휘했던 야권 인사 황교안·안철수·홍준표 전 대표 등은 그 후폭풍을 맞아 정계를 잠시 떠나기도 했었다.

그러다 김 전 위원장이 야권의 선대위원장으로 임명돼 선거를 지휘했는데, 선거 기간 동안만이라도 같은 배를 탔다면서 총괄 책임자가 이렇다할 뒷말을 했다. 그러자 정당의 한 최고위원도 곧장 "범죄자"라고 응수했다. 선거를 치르기 전에는 '원팀'이라고 강조하더니, 선거가 끝나자 '네 탓'을 하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국민의당의 당 관계자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야권의 어느 인사는 13일 오전 기자에게  "당이 어려울 때 많은 양보가 있었는데 선거 치르는 동안 원팀 아니었는가"라며 "문재인 정권으로부터 정권을 탈환하자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갑자기 또 왜 이러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질타했다.

또다른 관계자 역시 이날 "이번 선거를 기점으로 간신히 야권만의 캐치프레이즈, 야권만의 가치가 생긴 듯 했는데 자꾸 이러면 소탐대실 하는 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대표 직무대행이 8일 국회에서 4ㆍ7 재보궐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최고위원 등 지도부의 총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1.4.8(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대표 직무대행이 8일 국회에서 4ㆍ7 재보궐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최고위원 등 지도부의 총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1.4.8(사진=연합뉴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16일 재보선 참패의 책임에 따라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사퇴하면서 원내대표 선거 일정을 잡았다. 다음달 2일에는 전당대회 일정에 돌입한다. 야권보다 일사불란 (一絲不亂)하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그 과정에서 당 지도부를 향한 일련의 대외적 불만 등은 야권에 비해 다소 적은 것으로 보인다. 과거 '86운동권'이라는 동지적 관계였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보수 야권의 동질성은 다소 떨어진다는 게 이번 자중지란 사태에서 엿보인다.

한편, 국민의힘 중진의원들은 13일 오전부터 자신의 SNS 등에 "야권통합을 이뤄달라는 민의에 순명(順命)하는 자세"를 강조하고 나섰다. 정진석 의원은 이날 SNS에 이같이 밝혔고, 장제원 의원 역시 "국민의 직접 선택을 받을 대선 후보에게 혁신의 월계관을 씌워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통합당 심재철 대표권한대행 등 의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2020.4.17(사진=연합뉴스)
미래통합당 심재철 대표권한대행 등 의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2020.4.17(사진=연합뉴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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