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한미연구소 지원 오는 6월부터 중단… 핵심인력 해임 요구까지

로버트 갈루치 USKI 이사장.(연합뉴스 제공)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미국 워싱턴의 한·미 관계 싱크탱크인 존스홉킨스대 부설 한미연구소(US-Korea Institute, USKI)에 대한 예산 지원을 오는 6월부터 중단키로 결정하는 과정에 청와대가 깊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또 청와대는 USKI의 현직 소장과 부소장에 대한 해임을 요구하면서 인사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다는 증거들이 등장하면서 문재인 정권에도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의혹이 등장하는데 빌미를 제공했다. 

조선일보는 김준동 KIEP 부원장이 작년 10월30일 워싱턴에 파견된 소속 주재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확보해 7일 공개했다. 김 부원장은 메일을 통해 '청와대의 이태호 통상비서관과 정책실장실의 홍일표 선임 행정관에게 USKI에 대한 보고를 올려야 하고 홍 행정관이 특히 현재 상황을 대단히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내용을 KIEP 소속 주재원에게 전달했다. 

공개된 이메일에 따르면 청와대가 USKI에 대한 각종 문제들에 대해 보고를 받으며 관련 지시를 내리면서 깊이 개입했다. 청와대는 이 과정에서 2007년부터 12년째 USKI를 이끌고 있는 구재회 소장과 '38노스(38 North)'라는 북한에 치명적인 정보를 유통시키는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제니 타운 USKI 예산 담당 부소장에 대한 해임을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 1월 한국을 방문한 발리 나살 존스홉킨스 국제대학원장에게 KIEP 측은 네 차례나 구 소장의 해임을 요구했지만 나살 원장은 "구재회 소장을 정당한 이유 없이 해임할 수 없고 이런 요구는 학문의 자유와 연구기관의 가치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KIEP 측에 공식 답변했다.

문재인 정부 관계자들에게 구 소장에 대한 해임 압박을 받은 바 있고 밝힌 로버트 갈루치 USKI 이사장도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의 행동에 놀랐고 학문의 자율성을 침해하려는 시도에 아주 실망스럽다"며 "특정 인사의 교체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부적절한 개입을 했다"고 말했다.

 

사진 왼쪽부터 구재회 소장과 제니 타운 부소장.(구글이미지)

 

KIEP는 구 소장의 교체를 요구하면서 타운 부소장의 자리도 없애라고 요구했다. 타운 부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북한 관계 일을 하면서 난 항상 북한 정권의 표적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한국 정부, 특히 권력 남용을 뿌리 뽑겠다는 진보 정부의 타깃이 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글을 올렸다.

타운 부소장의 지인은 이 글에 "블랙리스트는 분명히 있지만 그들은 그것을 부정한다"는 댓글을 남겼고 타운 부소장의 USKI 동료는 "한국 정부가 코드에 따라 USKI 소장·부소장 교체를 압박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문재인 정부의 USKI 지원 중단 사건을 해석했다.

청와대가 USKI의 구 소장과 함께 타운 부소장을 직접 언급하면서 해임을 요구한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위성사진 등으로 북한 내 상황을 정확히 알려주는 사이트 '38노스'를 운영하는 동시에 USKI의 예산 담당을 맡고 있는 타운 부소장을 북한 입장에서 생각하고 판단하는 문 대통령이 압박한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는 이유다.

대한민국 정부는 2006년부터 매년 20억 원 안팎의 예산을 USKI에 기부금 형식으로 지원해왔다. 미국 내에서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고 북한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유통되는 것을 원하는 우리 정부가 원해서 자발적으로 존스홉킨스대와 접점을 만들었다.

문재인 정부는 USKI가 우리 예산을 사용하면서 투명하게 자금을 운용하지 않는 것 같다는 명분으로 지원 중단을 선언했지만 기부금 형식의 자발적 후원을 하는 우리 입장에서 USKI에 어떠한 회계 자료를 요구할 권한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편, USKI의 운영에 처음 문제를 제기한 인물이 최근 현 정부에서 금융감독원장이 된 더불어민주당의 김기식 전 의원이라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참여연대 출신으로 회계·금융 지식이 전무한 김 전 의원(현 금감원장)이 갑자기 지난 2014년 19대 국회에서 USKI의 자금 운영이 투명하지 않다고 주장한 바 있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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