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추진한 일명 '北 김여정 하명법'으로 인해 국제적 망신살을 자초하는 모양새다. 바로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시킨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이 미국에서 '북한인권방해법'으로 도마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 8일 美 하원의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2월 한국이 통과시킨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오는 15일 북한 인권 청문회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미국마저 우려를 표한 것일까.
일명 '北 김여정 하명법'이라고 불리는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은, 지난해 12월1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전체 재석 188명 중 187명 찬성했는데, 174석의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열린민주당·정의당이 찬성했다.
北 김여정이 '대북전단 살포'에 신경질을 낸 이후 마련된 법안이라는 점 때문에 '北 김여정 하명법'으로 불렸다.
이에 따라 지난달 30일부터 접경 지역에서 대북 전단(삐라)을 살포하거나 확성기 방송을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문제는, 해당 법안(2101221)의 배후가 청와대의 이광철 민정비서관으로 향한다는 것. 이 비서관은 이미 수년전부터 대북전단을 살포하지 못하게 하려는 행적이 포착됐다.
심지어 '北 김여정 하명법'을 만든 민주당 의원은, 바로 현 정권의 실세인 이인영 통일부장관과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이다. 여기에 당권을 노리고 있는 송영길 민주당 의원, 무소속의 김홍걸 의원도 포함된다.
문재인 정부 후반기 통일부 장관으로 이인영 의원은 지난해 7월3일 지명됐는데, 그로부터 2주만인 17일 대북전단을 살포한 북한인권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대표 박상학)에 대해 '비영리법인 설립허가 취소처분'을 통보했다. 이유는 ▲ 정부 통일정책 방해 ▲ 법인 설립목적 이외 사업 수행 ▲ 접경지역 긴장조성 등 공익 훼손이다. 그 중 '정부의 통일정책 방해'라는 대목에서 대북전단 살포 단체에 대한 일종의 압박임을 알 수 있다.
지난 8일 법조계에 따르면 해당 단체는 이날 통일부의 법인설립허가 취소건(2020구합71710)에 대한 변론기일을 가졌다. 현재 자유북한운동연합은, 홀로 법정 투쟁 중이다. 기자는 이날 법조계 등을 통해 변론요지서 원문을 입수,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어떤 내용이 담겼으며 현 정권의 대북정책과 어떤 관계인지를 밝힌다.
#1. 통일부 vs 자유북한운동연합···변론서 "정부 '대북전단 금지'는 북한인권 외면"
우선, 해당 변론요지서에 따르면 "통일부가 주장하는 현 정부의 통일정책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정책노력이 아니라 북한의 반(反)국가단체적 성격 및 맹목적이고 굴종 정책이라면, 이는 비정상적 정부의 행태이므로 국민에게 강요할 수 없다"고 명시됐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란 대한민국 헌법 제4조에 명시돼 있다. 이는 '인권존중·국민주권·권력분립·사법독립·복수정당제'로 볼 수 있는데, 이에 기반한 평화통일 방향이 담긴 것이다(헌법재판소 2013헌다1,2014.12.19.). 이와 달리 "북한은···적화통일노선을 고수하면서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자 획책하는 반국가단체"라고 대법원은 판시했다(2008.4.17.,선고,2003도758,전원합의체 판결). 즉, 법원은 북한 체제를 대한민국의 국체(國體)와 정통성을 무너뜨리려는 세력으로 본 것이다.
변론서에는 "법인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자 획책하는 반국가단체 북한집단 체제와 지도자를 비판하고, 자유민주국가인 대한민국의 발전상 등을 알리기 위해 북한지역에 대북전단을 보내는 활동을 했다"며 "북한 지도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법인이 보낸 대북전단을 통해 북한의 실상이 주민들에게 전파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그런데도 법인의 대북전단 활동이 정부의 통일정책·통일추진 노력에 저해한다고 보는 입장이라고 한다면, 현 정부의 통일정책·통일추진 노력이란 북한 주민들이 지금과 같이 외부와 폐쇄된 사회에서 북한 정권의 반인도적인 실상과 대한민국의 발전상에 대해 알 권리와 이를 북한 주민에게 알릴 권리 존재 자체를 부인하자는 것"이라며 "북한 주민의 엄혹한 인권 상황을 외면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현 정부가 보여준 정책 노력이란, 북한의 반국가단체적 성격을 도외시하고 시종일관 맹목적이고 굴종적인 대북정책에 몰두했다"며 "이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에 해당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북한 체제에 대한 비판활동 자체를 금지하는 것으로 결단코 정상적인 통일 정책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법률 대리인인 이헌 변호사는 지난 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통일부의 대북전단 살포를 이유로 하는 법인설립허가 취소는 우리 헌법에서 정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위법하며 부당한 처분"이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해당 법인의 설립 목적은 '북한 주민이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누리는 자유민주주의를 이룩해 한반도 평화통일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이라며 "남북관계발전법 개정 입법과 더불어 현 정부가 비굴하고 굴종적으로 북한 정권에 과잉충성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국내외 여론의 비난에 직면함에 따른 국제적 망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왜 현 집권여당은 '대북전단금지법'을 강행 추진했을까. 그 경위와 근원에는 어떤 사고가 작동한 것인지 추적해봤다.
#2. 北 주체사상은 주민 압제기구···해방 유일 수단은 '대북 전단'
북한의 철권 통치자 김정은의 '입' 역할을 하는 北 김여정은, 지난해 6월4일 대북전단을 살포한 우리 국민을 향해 "사람값도 못하는 쓰레기들"이라며 "나는 못된 짓을 하는 놈보다 못 본 척 하거나 부추기는 놈이 더 밉다"고 비난했다. 이를 통해 대북전단이 北 김여정의 '급소'임을 추정할 수 있다. 대체 왜 그렇게 화를 냈던 것일까.
이는 북한 체제의 압제 도구나 마찬가지인 '주체사상'에 대한 지도권을 김씨 왕조가 독점하고 있다는 점과 연결된다. 북한 내부 문건인 '수령후계자론(평양출판사)'에 따르면 북한의 지도자는 '대남혁명 지도권'과 '주체사상 해설권'을 단독 행사한다.
문제는, 주민 세뇌 도구인 주체사상이 '대북 전단'에 의해 무력화된다는 것. 이는 실제로 북한군 출신 인사의 증언을 통해 확인된다. 북한군 234부대 정치군관이었던 최정훈 자유수호연합(북한인민해방전선) 대표는 지난 10일 오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주체사상이라는 건, 애시당초 허구로 구성돼 있어 진실을 이길 수가 없다"며 "통상 (북한 주민들은)말을 배우는 시점부터 세뇌가 시작되지만, 이게 거짓말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 그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알렸다.
지난 1987년 11월 KAL 858기를 폭파했다가 덜미를 잡힌 북한 공작원 김현희는 18년간 세뇌교육을 받았고, 8년간 공작원 밀봉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체포된지 불과 8일만에 전격 전향했다. 앞서 北 김여정이 왜그리도 불같이 화냈는지 알 수 있는 결정적 대목이다. 그렇다면 국가정보원에서는 이를 어떻게 봤을까.
다음은 국정원에서 무려 26년간 근무했던 유성옥 前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이 지난 10일 저녁 서울 모처에서 기자와 나눈 대화다.
- 주체사상의 목적이 무엇입니까?
▲ 주체사상은 대내, 종교집단화를 만들어 주민들의 사상을 지배하는 데에 목적이 있는 거죠. 그로인해 우상화되는 겁니다. 체제 공고화에 쓰이는 일종의 사상통제 도구입니다.
- 주체사상의 정체가 뭡니까?
▲ 그게 기본적으로 인민대중을 물들게 만드는 것인데요, 주체사상을 기초로 잡은 황장엽 씨 스스로도 비판을 많이 했습니다. 주체사상은, 조선노동당 규약과 북한 헌법 등에도 모두 들어가 있습니다. 북한 체제 그 자체죠. 그리고, 그것도 북한이 진실에 근거해서 사상을 정립한게 아니고 과장, 왜곡, 허구에 의해 만든 것이므로 진실이 맞닿으면 허물어질 수밖에 없는, 흉내만 낸 일종의 거짓말입니다.
- 외부의 진실이 주입되면 주체사상이 무너질 것이라고 보는지?
▲ 통제 체제만 유지하고 개혁개방 안하는 이유는, 주체사상이라고 하는 허구의 믿음에 대한 흔들림 때문입니다. 일명 '사람 중심 철학'이라는데, 김씨 왕조가 주체사상 해설권이라고 하는 일종의 독점적 사상통제 지도권을 휘두르기 때문에 김씨 왕조에 의한 사상인 셈이죠. 이게 허물어지게 되면 김일성 왕조가 무너지게 될 겁니다. 보안기구를 비롯해 주체사상 등 압제기구를 강화하는 이유가 인민대중에 대한 통제 자체를 잃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3. 30년 전 '전대협' 소환 이유가 "주체혁명의 역량은 '수령-당-대중'"?
이를 종합하면, 북한이 압제 도구인 주체사상은, 대북전단 속 진실과 맞닿을 경우 여지없이 허물어질 것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집권여당은 대북전단 살포 자체를 못하게끔 만드는 법안을 강행 통과시켰다.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당대표를 노리는 송영길 의원이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고, 문재인 정부의 현역 장관인 이인영 의원과 전해철 의원이 해당 입법안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이 장관의 경우, 과거 그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일명 전대협)' 운동권 시절 작성했다고 알려진 전대협 문건 '동지여 전진! 동지여 투쟁!'에서 유사 용어가 담겨있다. 지난해 중순 기자가 문화계 등을 통해 입수했던 문건 사본에는 다음과 같은 절이 나온다.
▲ "주체의 시대, '정치의 자주, 경제의 자립, 군사의 자위'를 담보할 수 있는 민중의 주권으로 범주화시켜볼 수 있을 것."
▲ "'혁명의 주체는 '수령-당-대중'의 삼위일체된 힘이다. 그리고 이는 크게 정치적 역량, 경제적 역량, 군사적 역량으로 이루어진다."
지난해 중순, 그는 국회에 인사청문회차 방문했을 당시 '본인글이 맞느냐'라는 질문에 대해 "틀렸다"라고 응수했다.
그런데, 이 장관과 전 장관 말고도 관심을 끄는 인물은 바로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참모인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이다.
#4. 靑 참모, 7년 전 대북전단 살포금지 가처분 신청 전력···누구?
지금으로부터 7년 전인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당시 변호사였는데, 그때 대북 전단을 살포하려던 자유북한운동연합에 대해 방해금지가처분 신청을 신청했었다(2015카합18).
당시 의정부지방법원 제30민사부에 따르면 "北 김정은 등 북한 지도부를 비난하는 내용의 전단지를 날려 보내는 행위 및 풍선 수소 주입 장치 반입 행위, 보도·공표 행위를 할 경우 위반행위 1회당 200만 원의 벌금 지급형 제재"를 이 변호사가 신청했다. 문제의 가처분 신청 내용의 핵심은, 대북전단 살포금지였다.
일명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일명 민변)'의 사무처장이었던 이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조국 前 법무부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지명되자 함께 청와대 참모로 근무하는 등 문재인 정부의 사정기관을 주무르는 자리까지 가게 됐다.
게다가 더불어민주당의 초선의원이기도 한 김용민(남양주병) 의원의 행적까지도 엿보인다. 그가 이름을 올린 해당 법무법인 경력이 시기상 일치한다.
여기에는 통합진보당 대표였던 이정희 의원의 남편이기도 한 심재환 변호사도 이름을 올렸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현 집권여당의 핵심 안건을 내놓은 일련의 정황에 이들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모양새다. 7년 전 막지못한 대북전단을, 집권여당을 통해 결과적으로 구현한 셈이 됐기 때문이다.
#5. 美 하원 청문회 오른 대한민국의 '대북 전단 금지법'···'망신살'
결국 지금까지의 취재를 종합하면, 대북전단은 북한의 주체사상으로부터 억압받는 북한 주민을 해방하기 위한 '정신적 지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 등 현 집권여당이 강행한 일명 '대북전단금지법'으로 인해 오히려 북한 주민들의 정신적 해방은 멀어지는 형국이 됐다.
고려대학교 소속 북한학자였던 조영기 現 국민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11일 오전 기자와의 통화에서 "주체사상이라는 것은, 겉으로 선전하기에는 개인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게 아니라 '누구 지시 받을래?'라는 것으로, 그 자체가 북한 사람들을 옥죄는 일종의 족쇄"라며 "억압받는 북한 주민들에게, 우리가 진실을 알려주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 바로 '대북 전단'"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일 진실이 알려지면, 北 김정은의 주민에 대한 통제력은 상실한다고 볼 수 있으니 대북 전단은 김씨 왕조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으로 보고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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