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美 세이프가드 조치에 5,100억원의 보복관세 부과한다는 내용 담아 WTO에 통보
중국과 손 잡고 미국에 등 돌리는 '외교적 판단 미스'라는 비판
양허정지 적용까지 최소 3년은 걸려..."실효성 없는 조치"
전문가들..."이번 정부 조치로 한미 관계는 더 악화될 것"

연합뉴스 제공

정부가 미국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조치로 피해를 받았다며, 이에 상응하는 연간 4억8천만 달러(약 5,100억원)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6일 미국의 태양광 및 세탁기 세이프가드에 대한 대응 조치로서, 국내로 수입되는 미국산 제품에 대한 양허정지(축소하거나 없앤 관세를 다시 부과)를 세계무역기구(WTO) 상품이사회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미국의 태양광 및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치로 한국산 수출품의 추가 관세 부담액이 연간 4.8억불(세탁기 1.5억불, 태양광 3.3억불)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와 실질적으로 동등한 수준으로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양허세율 적용을 일시적으로 정지하는 통보문을 WTO에 제출했다. 양허정지 대상 품목은 추후 통보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 2월 1일 한미 양자협의 시,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치가 WTO 협정에 비합치되는 조치임을 지적하고, 'WTO 세이프가드 협정 8.1조'를 근거로 우리 제품의 피해에 상응하는 보상을 요청하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한 바 있다.

이에 정부는 'WTO 세이프가드 협정 8.2조'를 근거로 미국산수입품에 대해 다자 및 양자 협정에 따른 양허세율의 적용을 일시적으로 정지하는 통보문을 WTO 상품이사회에 제출한 것이다.

WTO 세이프가드 협정은 ▲조치국의 보상 의무(8.1조), ▲수출국의 양허정지 권한(8.2조) 등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WTO '세이프가드 협정 8.3조'는 세이프가드 조치 발동국이 조치 대상국의 양허정지를 최대 3년간 적용받지 않을 수 있는 권한을 보장하고 있어 실효성이 있을 지는 의문이다. 이에 산업통산자원부는 "향후 실제로 양허정지 적용이 가능한 시점에 국내외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시의성 있고 효과성 있는 품목을 대상으로 양허정지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정부의 조치에 일각에선 외교적으로 보아 미국과 등을 돌리고 중국과 손을 잡는 의도로 비춰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사드배치에 대한 중국의 경제보복에 대해선 아무런 항의도 하지 않던 정부가 정작 미국에게 보복관세를 당하니 날을 세운다는 비판이다. 또 미국과 1대 1로 마주한 협상 테이블에서 제대로 힘 한 번 쓰지 못하자 WTO를 통해 체면만 간신히 유지하려고 한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은 "손자병법에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란 말이 있다. 최근 미국의 협상 방식은 다자(多者)주의를 거부하고 쌍무(雙務)주의로 가고 있다. WTO가 대표적으로 다자주의 방식이다. 미국이 부정하는 방식으로 우리가 무슨 실익을 얻을 수 있겠냐"며 회의감을 드러냈다.

이어 "WTO에 제소한들 적용되기까지는 최소 3년이 걸린다. 피해는 이미 다 보고 난 뒤의 조치이기 때문에 실익이 없다. 전략의 부재다"라며 "결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한미 관계의 악화를 부추기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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