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실시되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최대 승부처는 ‘2030 표심’의 향배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기간 이전에 쏟아졌던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친문 성향이 강한 40대 유권자층에서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강세를 보이는 반면 50~60대 이상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0대 유권자들도 오 후보 지지세가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이었던 청년층이 문재인 정부의 실정과 ‘내로남불’식 정치행태 그리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3기 신도시 투기의혹 등에 실망해 등을 돌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막판 네거티브 공세, 조직표 동원을 통해 판세를 뒤집으려는 시도를 했다. 이런 시도가 투표 현장에서 어떻게 표현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거 정치사 속에서 진보세력 지지성향이 강했던 청년층이 보수정당 후보에 대해 더 많은 호감을 표명하는 것은 초유의 현상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20대 표심 붙들기에 역점을 뒀다. 지난 6일 저녁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마지막 유세를 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해 주호영 원내대표, 유승민 선대위 상임부위원장 등 국민의힘 지도부가 총출동해서 '파이널 유세'를 펼쳤다. 야권 후보 단일화 경쟁자였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끝까지 오 후보를 도와 청년층의 지지를 호소했다.

보수 정당의 서울시장 후보가 마지막 유세에서 청년층의 지지를 호소하는 장면은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승부처가 2030 세대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 중에서도 특히 20대는 ‘보궐선거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20대의 지지율 격차는 30대와 50대보다 높고, 60대와 비슷한 경향을 보여왔다. 따라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번 선거의 캐스팅보트를 20대가 쥐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재인 정권 우군이었던 20대, ‘이남자’부터 이탈해서 ‘이여자’도 등돌려

문재인 정권 출범 초기 진보 진영의 우군이었던 20대의 이탈 배경에는 이 정부의 여성친화 정책이 있었다. 이 정책에 반감을 가졌던 '이남자', 즉 20대 남성들의 이탈이 먼저 시작되었다.

그러다가 이제는 20대 여성, 즉 '이여자'까지 돌아서면서 박 후보에 대한 낮은 지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인 2017년 20대 여성의 정부 지지율은 95%에 달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사건이 드러나기 한 달 전인 지난해 6월에도, 20대 남성 지지율은 37%였지만, 20대 여성 지지율은 60%로 견고했다.

그 이후 지지율에서는 남성과 여성의 차이가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20대 여성도 20대 남성과 마찬가지로 등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박 전 시장 성폭력 사건과 잇따른 2차 가해 논란에서 정부와 여당의 잘못된 대처가 원인이란 지적이다.

20대는 민주당보다 박영선 후보에 대해 ‘비호감’ 성향 커

펜앤드마이크가 (주)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영선 후보에 대한 20대의 지지율은 60대와 맞먹을 정도로 낮다.
펜앤드마이크가 (주)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영선 후보에 대한 20대의 지지율은 60대와 맞먹을 정도로 낮다.

특히 20대는 민주당보다 박영선 후보 개인에게 더 비호감을 갖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30일 본지가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서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3.1%), 18세 이상 20대 유권자 중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지지는 55.4%,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지지는 27.3%로 무려 28.1%p차이를 보였다. 60대의 차이에 비해서는 낮지만, 다른 연령대에 비해 훨씬 높은 격차를 보여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20대의 이러한 변심을 두고 민주당과 여권이 LH 사태를 겪으면서 공정에 민감한 20대의 '역린'을 건드렸고, 정당 지지율이 박 후보의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정당지지율을 함께 비교해보면 20대가 얼마나 박 후보 개인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오 후보와 박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에 대한 정당 지지율 격차보다 훨씬 크게 벌어진다. 역시나 같은 본지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20대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31.7%, 민주당 지지율은 26.7%로 5.0%p 차이에 불과했다. 결국 당 보다는 박 후보 본인에 대한 실망감이 더 큰 것으로 풀이된다.

취업시장에 대한 이해도 부족 드러낸 박영선, ‘역사의식 부족’ 발언으로 치명상 입어

20대들이 박 후보에 실망한 계기는 선거운동 첫날 편의점 "무인 점포" 발언에서 비롯된다. 대기업 입사를 준비하는 취업준비생 이모씨(28)는 "중소기업부장관의 경험에서 뭔가 이전 후보와 다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기대 이하였다"면서 "청년들의 취업난에 대한 이해도가 없으니 그런 발상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20대가 전반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취업 이슈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20대는 역사적 경험이 적다"는 박 후보의 발언도 문제로 지적됐다. 박 후보는 지난달 26일 아침 서울 북가좌동 유세 도중 기자들로부터 '20대 지지율이 낮게 나온 이유'에 대한 질문을 받자 "20대의 경우 과거의 역사 같은 것에 대해서는 40대와 50대보다는 경험치가 낮지 않나"라며 "그래서 지금 벌어지는 여러 상황을 지금 시점에서만 보는 경향도 있다고 한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그 후 박 후보는 "이유가 어떻든간에 (20대가) 섭섭했다면 제가 좀 더 잘해야겠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언론이 왜곡 편집해서 보도가 되고 있다며 언론 탓을 했다.

박영선의 네거티브 전략에 대한 20대의 평가는 냉정

박 후보가 선거 마지막까지 집중하고 있는 네거티브 전략에 대해서도 20대 유권자에게는 큰 감점 요인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요즘 20대들은 "어차피 선거는 최선이나 최악이 아닌 차악을 뽑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20대 대학생 김 모씨는 "박 후보가 토론때마다 네거티브만 하는 모습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내곡동 땅 투기 의혹에 대해서는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책에 관해서 오 후보에게 질문하는 것은 거의 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에 대한 반감보다 박영선 후보 개인에 대한 실망감을 더 크게 나타내고 있는 20대가 이번 선거에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양준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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