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하루 앞둔 상황에서 여야 각 당은 선거 결과에 대한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여당은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는 입장이고, 야당은 표심에 변화가 없다며 ‘굳히기’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지 않는 ‘깜깜이 기간’에 표심이 요동치는 경우가 없지 않았다.

여당은 서울시의 미래와 무관한 네거티브 공세 집중...서울시민의 미래는 실종돼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생태탕’이 진짜 후보이기 때문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민주당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마지막까지 ‘내곡동 땅’ 의혹에만 공세를 펴고 있다. 생태탕을 넘어 이번에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신었다는 구두 브랜드까지 소환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여권이 만든 ‘생태탕’ 프레임은 먹히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6일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신었다는 페라가모 구두를 입은 사진을 찾았다고 밝혔다. 2005년 내곡동 땅 측량 당시에 신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구두라며, 2006년 오 후보가 검정색 구두를 신고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이에 오 후보는 ‘국산 브랜드’라며 박 후보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이 사진을 공개한 기사의 댓글에는 서울시민의 반발이 넘쳐난다. “생태탕에서 이제는 구두냐?” “생태탕에 이어 이번에는 구두가 후보냐?” “구두 브랜드가 완승”이라는 비난이다. 정책 검증은 사라지고 토론에서도 내곡동 땅과 생태탕만 거론한 박 후보에 대한 비난이 만만치 않다.

여권이 모든 화력을 퍼부었던 생태탕과 페라가모 구두 의혹은 4가지 관점에서 한국정치를 후퇴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서울시민의 미래와 무관한 논쟁으로 소중한 선거유세 기간으로 도배질 됐기 때문이다.

박영선 후보 측이 오세훈 후보가 시장 재직 시절에 신었다는 페라가모 사진을 공개했다. 오 후보는 국산 브랜드라고 반박했다.  [SNS 캡처]

① ‘셀프보상’ 의혹 제기해 놓고 엉뚱한 ‘거짓말’ 프레임에 집착

당초 더불어민주당에서 오 후보의 내곡동 땅 의혹을 처음 제기했을 때는 ‘셀프보상’을 문제삼았다. 오 후보가 서울시장 시절, 처가 땅이 있는 그린벨트 지역을 택지개발지구로 지정해 ‘셀프보상’을 받았다는 주장이었다.

오 후보는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와의 TV토론회에서 “서울시장으로 재직할 때, (내가) 행사한 압력을 받은 적이 있다면 양심선언을 해달라”면서 “만약에 그런 사람이 한 명이라도 나온다면 후보에서 사퇴를 하겠다”고 선포했다. 그 정도로 오 후보는 본인의 결백을 시청자들에게 밝히고 싶었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그 이후 여당에서는 아무런 공식적인 증거를 내놓지 못했고, 양심선언을 하는 사람도 없었다. 한마디로 ‘셀프보상’에 관해서는 여당도 더 이상 주장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그러면서 내곡동 땅에 대한 프레임이 ‘셀프보상’에서 ‘거짓말’로 바뀌었다. 박 후보 측에서는 ‘오 후보가 처가 땅의 존재를 알았고, 그래서 내곡동 땅 측량에 동행했다’는 쪽으로 바뀐 것이다. 땅 측량 이후에, 그 땅에서 오래 경작을 한 경작자와 함께 생태탕 집으로 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친문 상왕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는 경작자와 생태탕 식당 사장과 그 아들의 인터뷰를 가명으로 내놓았다. 그 과정에서 오 후보가 신었다는 구두 브랜드가 회자됐지만, 시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기에는 무리수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② 오 후보를 봤다는 생태탕 식당 사장과 아들은 말바꾸기

지난 4월 2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는 오 후보가 내곡동 땅을 측량한 후에 경작자와 함께 생태탕을 먹었다는 식당 사장과 그 아들 A씨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당시 식당 사장은 “나이가 좀 드신 분이 한 분 계셨고, 오 후보는 잘 생겨서 더 기억 난다”고 말했다. 또 “김씨(경작인) 그분이 주방에 오셔서 오 의원을 모시고 왔으니까 잘 좀 부탁한다고, 맛있는 것 좀 부탁한다고 했다”라는 말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인터뷰에서 A씨는 “반듯하게 하얀 면바지에 신발이 캐주얼 로퍼, 상당히 멋진 구두였다”며 오 후보 모습을 상세히 기억했다.

오 후보가 측량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는 2005년이다. 지금으로부터 16년 전이다. 당시 오 후보는 서울시장에 출마하기 전이었다.

그런데 그 인터뷰가 방송되기 4일 전 일요시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식당 사장은 정반대의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5년 당시 식당 주인은 “난 주방에서만 일만 했다”며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기억 안 난다”고 했다가 나흘만에 “직접 봤다”로 발언이 달라진 것이다.

게다가 A씨는 "당시 봤던 사람이 오세훈인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A씨는 TV조선과 인터뷰에서 "그때는 제가 오세훈 씨인지는 몰랐다"며 "(최근) 어머니랑 통화하면서 '그럼 나도 본 것 같다. 그때 그 사람이 그럼 오세훈이구만' 그랬더니 어머니가 맞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16년 전에 이름도 몰랐던 사람의 옷차림과 구두를 정확하게 기억한다는 게 말이 되냐?”고 지적했다.

생태탕집 아들 A씨는 지난 5일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었지만, 돌연 일정을 취소했다. ‘해코지가 두려워서’ 라는 이유였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내곡동 생태탕’ 의혹에 대해 “다 기획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5일 김 위원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른바 ‘생태탕 의혹’과 관련해 “그건 이미 다 기획 된 것”이라며 “별로 거기에 신경 쓸 바 없다”고 밝혔다.

③ 서울시 미래와 무관한 인물을 ‘의인’으로 추켜세워...그 기시감은 무엇?

민주당은 생태탕 주인과 아들 A씨에 대해 ‘의인’이라고 추켜세우는 상황이다.

박 후보 캠프 전략기획본부장인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5일 A씨가 당초 이날로 예정한 기자회견을 취소한 데 대해 “경찰은 의인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만반의 경호 대책을 즉시 강구할 것을 요청한다”고 한 것이다.

황방열 박영선 후보 부대변인도 “생태탕집 가족 같은 분들이 한국 민주주의를 지켜왔다”고 평가했다. 황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우리는 두려움을 이겨낸 장삼이사 시민의 용기가 한국 민주주의를 지켜왔음을 잘 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6일 CBS 라디오에서 강하게 비판했다. 주 대표는 '생태탕집 아들'을 민주당에서 '의인'이라고 표현한 데 대해 "윤지오라는 사람에게도 (민주당이) 의인이라고 붙였는데, 그 의인 어디 갔나"라고 되물었다. 민주당이 A씨를 의인으로 치켜세우자, '고(故) 장자연씨 사건' 증언자로 나섰다가 후원금 사기 의혹 등에 휩싸였던 배우 윤지오를 소환한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의인으로 평가한 윤지오 외에도 김대업도 떠올리게 된다.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을 가지고 일단 질러보자는 식으로 퍼뜨려 선거에 악영향을 미친 제2의 김대업 사건이다”라고 규정했다. 따라서 민주당의 이런 거짓말에 서울시민들이 더 이상 속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④ 내곡동 땅 의혹이 시들하자 ‘중대결심’으로 여론을 압박

박영선 후보 캠프에서 ‘중대결심’ 언급이 또 나왔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오 후보의 내곡동 땅 의혹과 관련해 “상황에 따라 중대결심을 배제할 수 없다”며 오세훈 후보 사퇴를 요구했다. 이번에는 같은 당 윤건영 의원이 ‘중대결심’을 언급하고 나섰다.

진 의원의 발언은 앞서 ‘박 후보 사퇴’ 가능성이 거론되는 빌미가 됐는데, 박 후보가 직접 지난 4일 “이야기할 가치가 있나. 제가 왜 사퇴하나”라고 선을 그으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이후 진 의원이 띄운 ‘중대결심’은 내곡동 의혹과 관련해 ‘서울시의회의 행정사무조사 추진’으로 알려졌다.

이번에는 윤 의원이 6일 ‘중대결심’과 관련해 또 다른 내용이 나올 수 있다고 예고했다. 그는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중대결심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또 다른 무엇인가 나올 수 있다는 말이냐’는 질문에 대해 “캠프에서 논의 중인 것이라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대답했다. 진행자가 ‘내일(7일)이 투표일이니 뭔가 더 있다면 오늘 이야기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네 그럴 것”이라는 대답을 내놨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내용도 없는 ‘중대결심’으로 국민들을 협박하기에 이르렀다. 아무리 선거가 어렵고 힘들어도 국민을 협박하는 후보는 없다”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진 의원이 언급한 ‘서울시의회의 행정사무조사 추진’이 중대결심에 해당하는지는 시민들이 판단할 것이다. 내곡동 땅 의혹 프레임이 안 먹히니, ‘중대결심’으로 국민을 향해 협박하는 것이다”고 날을 세웠다.

양준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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