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미국 존스홉킨스대 부설 한미연구소(USKI)에 대한 예산 지원을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해외적폐 청산’을 시작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조선일보가 6일 보도했다.

KIEP가 직제 폐지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USKI의 예산 담당 부소장 겸 38노스 대표인 제니 타운은 5일 페이스북을 통해 “나는 이메일을 지우지 않았다. 한판 해보자”며 강력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KIEP는 2006년부터 매년 약 20억 원을 USKI에 지원해 왔으나 최근 예산 사용이 불투명하다는 이유 등으로 지원을 중단했다. 조선일보는 “워싱턴 외교가와 우리 정치권에선 KIEP와 그 감독 기관인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예산 지원을 계속하는 조건으로 구재회 USKI 소장 교체를 강하게 요구했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야당은 “현 정부가 해외 싱크탱크의 보수 인사 손보기에 들어간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지난해 9월 KIEP에 대한 현장 점검을 한 이후 KIEP는 11월 USKI에 사업 개선을 요구하는 서신을 보냈다. 이후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사무총장과 KIEP 부원장이 각각 갈루치 USKI 이사장과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SAIS) 원장을 만나 사업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KIEP는 이 과정에서 “예산 사용과 방문 학자 선발 등의 투명성을 높이고 구재회 소장을 교체하라”고 요구했다. USKI 관계자는 “이는 KIEP가 원하는 인물을 소장으로 앉히라는 얘기였다”고 했다. 그러나 존스홉킨스대 측은 지난 2월 “구 소장을 교체할 이유를 찾을 수 없다”며 거부했다.

조선일보는 정치권에서 '구 소장의 교체가 현 정부의 진짜 속내'라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자유한국당의 한 정무위원은 “구 소장이 존스홉킨스대에 방문 학자로 와 있었던 이재오 전 의원 등 구여권 인사와 친분이 두텁다고 알려지면서 현 여권에서 그를 부담스러워한다는 이야기가 퍼졌다”고 했다. 구 소장은 KIEP의 퇴진 요구에 “안식년을 가는 형식으로 퇴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KIEP는 나아가 연구소 예산 담당 부소장 자리까지 없애라고 요구했다. USKI 업무에 정통한 한 인사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KIEP 관계자들이 청와대 인사 몇몇을 거명하며 이들의 강경한 입장 때문에 구 소장 교체 없인 사태 해결이 어렵다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했다.

KIEP도 지난달 29일 이사회에서 의결한 ‘USKI 사업 개선 조치’ 방안에서 ‘구 소장 교체가 실현되지 않는 상태에서 개혁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친여권 성향의 전직 재미 교수 이름이 새 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고 했다고 조선일보는 전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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