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안전 가옥에서 찍은 이태원 씨의 아내와 아들(RFA)
중국 안전 가옥에서 찍은 이태원 씨의 아내와 아들(RFA)

중국에서 강제북송된 후 북한 회령군 보위부에 억류돼 있던 탈북여성이 지난달 초 석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당국이 한국으로 오던 중 강제송환된 탈북자를 석방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국제사회와 한국의 북한인권 단체들의 북한 인권 개선 노력이 효과가 있음을 방증한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1월 중국 선양에서 체포돼 4살 아들과 함께 강제북송 당했던 구정화 씨가 풀려나 아들과 지내고 있다고 구 씨의 남편 이태원 씨가 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다.

RFA에 따르면 이 씨는 지난달 3일 북한에 있는 친구들로부터 아내의 석방 소식을 전해 들었다. 이 씨는 “아내가 보위부에서 고생을 많이 해 영양실조에 걸린 사람처럼 마르고 허약해졌다는 말을 북한 친구들을 통해 들었다”고 전했다. 이 씨의 친구는 그에게 구 씨가 보위부에서 너무 심한 고생을 해 다시는 한국행을 시도할 엄두를 내지 못할 것 같다며 구 씨를 데려가는 걸 포기해라고까지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제북송을 당한 후 혼자 외할머니에게 보내졌던 이들의 4살짜리 아들은 3개월 만에 엄마와 상봉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홀로 탈북해 한국에 먼저 정착한 이 씨는 아내와 아들의 탈북을 주선했다. 그러나 작년 가족이 탈북 도중 중국 선양에서 공안에 체포돼 북송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씨는 국내외 언론과 인권단체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아내의 석방을 호소해왔다. 국제엠네스티와 영국의 대북 인권단체 징검다리(공동대표 박지현) 등 북한인권 단체들은 모자 구출을 위한 캠페인을 진행했다.

징검다리 박지현 대표는 “북한당국이 한국으로 가려다 붙잡힌 탈북자들을 석방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어서 놀랍기까지 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탈북자 구출 활동을 벌이고 있는 한국 갈렙선교회 김성은 목사도 5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구 씨의 남편인 이태원 씨로부터 아내가 석방됐다는 소식을 직접 들었다며 북한의 이 같은 이례적인 조치에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북한이 탈북자가 송환돼도 수용소에 보내지 않는 아량을 베푼다는 이미지를 보여주고자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은 탈북자 체포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은 목사는 VOA에 지난달 24일과 25일에 탈북자 7명이 공안에 체포됐고, 27일 3명, 29일 16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현재 이들은 중국 파출소에 구금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4일 “최근 체포된 탈북자들은 북한주민들이 끔찍한 인권 유린을 피해 탈출하는 것을 맏는 중국 정책의 희생자들”이라며 “중국이 올해 1월 중순에서 3월 사이에 적어도 41명의 탈북자들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은 2016년 7월부터 2017년 12월 사이에 100명 이상의 탈북민들을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달 초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북한인권 관련 토론회에서 탈북민 지현아 씨는 “감옥의 문을 밖에서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탈북민 유선미 씨는 “2008년 첫번째 북송돼 교화소에 들어갔을 때는 벽에 핏자국이 선명했고 사람들 때리고 고문하는 소리로 시끄러웠지만 2013년 두 번째 북송돼 감옥에 들어갔을 때는 보위원들이 수감자의 얼굴을 구타하는 것은 피하는 등 (인권상황이) 많이 개선됐다”며 “바깥 세계에서 하는 북한 인권 개선 노력이 정말로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