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브걸스

10년 만에 빅히트한 걸그룹 ‘브레이브걸스’의 뜨거운 인기가 안철수 현상과 닮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0년 전에 데뷔했던 여성 아이돌 그룹 브레이브걸스는 2017년 발매한 음원 ‘롤린(Rollin')’이 이달 국내 음원 차트를 석권하고, 음악방송에서도 정상에 오르며 역주행 신화를 낳고 있다.

브레이브걸스는 지난 2011년 싱글 앨범 'Brave Girls: The Difference'로 데뷔했다. 유명 여성 아이돌 그룹의 노래와 안무를 만들어낸 ‘용감한 형제’가 프로듀서이다. 용감한 형제는 YG 소속 작곡가였다. 당시 YG 양현석 대표는 “내 밑에서 작곡이나 하지, 뭐하려고 힘들게 프로듀싱을 하냐”는 취지의 농담을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양현석의 농담이 씨가 됐던 브레이브걸스의 실패, 10년 만에 ‘역주행’ 성공

양현석의 농담은 씨가 됐다. 용감한 형제가 앞선 감각으로 만들어냈던 브레이브걸스는 당초 기대와는 달리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노래는 청량했지만 의상과 퍼포먼스가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브레이브걸스가 여성미와 섹시미를 강조하면서 '롤린'이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걸그룹의 숨은 명곡'엔 '롤린'이 늘 등장할 정도로, 명곡으로서의 가치는 인정받았다. 통상 수개월 단위로 승부가 갈리는 걸그룹 시장의 생리를 감안할 때 브레이브걸스는 출발부터 실패작으로 꼽혔다.

그런데 그로부터 정확히 10년이 지난 2021년 ‘역주행’에 돌입했다. 롤린은 발표된 지 1800일 만에 멜론24 차트에서 1위에 올랐다. 다른 차트에 비해 객관성과 대중성에서 넘사벽으로 인정받는 멜론의 1위 달성은 그만큼 의미가 깊다. 여기에는 브레이브걸스의 땀과 노력에 대한 군인들의 열광이 기폭제가 됐다.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철수 정치’, ‘간철수’ 오명썼던 안철수, 10년 만에 ‘변신’ 성공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비슷한 흐름을 갖고 있다. 안 대표는 2011년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으로,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의 염원을 타고 대표적인 새 리더로 부상했다.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의 자진 사퇴로,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시점이었다. 안 대표는 50% 이상의 압도적 지지율을 받고 있었기에, 출마만 하면 당선은 떼놓은 당상이었다.

그러나 안 대표는 더 큰 꿈을 품었다. 당시 무명이었던 박원순 변호사에게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양보했다. 안 대표의 지지를 받은 박원순 후보는 단박에 지지율 폭발을 선물 받았다. 박원순 후보는 민주당의 박영선 후보를 가볍게 눌렀고, 본선에서도 압도적 지지율로 시장에 당선됐다.

반면에 안 대표는 그때부터 고난의 길을 걸었다. 되는 일이 없었고, 선거에서 패배할 때마다 잠적하거나 선거 도중에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철수 정치’ ‘간철수’ 등의 오명이 그 때부터 따라다녔다. 그러나 정확히 10년 뒤인 올해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계기로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의 야권 단일화에서 패배했지만 미국으로 도망가지도 않았고, 선거협력 과정에서도 뜨뜻미지근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그아말로 열정적으로 오세훈 후보를 돕고 있다. 심지어는 서울시장 단일화와 무관한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의 선거 유세까지 지원하고 있다.

브레이브걸스와 안철수의 공통점은 ‘열정’과 ‘포기하지 않는 집념’

브레이브걸스와 안철수의 공통점은 10년 만의 화려한 부활이라는 외견에만 있지 않다. 그 본질이 동일하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그 본질은 ‘열정’과 ‘포기하지 않는 집념’이다.

브레이브걸스가 일반적인 걸그룹이었다면 이미 오래 전에 해체돼야 했다. 하지만 2기를 발족시키면서까지 명맥을 지속했다. 최연소 멤버의 나이가 29살이고 대부분 30대이다. 걸그룹에서는 할머니급이다. 그러나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 열정은 군부대에서 폭발적 호응을 이끌어냈다.

브레이브걸스는 최대 위문공연을 한 걸그룹으로 유명하다. 브레이브걸스가 국방TV 방송 ‘위문열차’에서 한 공연, 그리고 수많은 군 장병들이 위문열차 무대에서 브레이브걸스의 안무를 따라한 것 등이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었다. 브레이브걸스는 언제나 밝은 표정으로 최선을 다해 위문 공연에 임했다.

지금껏 수많은 ‘군통령’들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브레이브걸스가 최고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수많은 군부대 행사를 다녔지만, 1박2일 코스인 백령도 위문공연도 거부하지 않고 다녀온 것으로 유명하다. 군인들 사이에서는 국방부 채널에 가장 많이 등장한 걸그룹으로 꼽힌다. 덕분에 군인들 사이에서는 4년 전부터 브레이브걸스가 최애그룹이 되었다.

브레이브걸스는 ‘직업적 생존’을 위한 집념, 부를 가진 안철수는 ‘새 정치’를 위한 집념

안 대표도 마찬가지이다. 지난 세월동안 철수정치라고 조롱당하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안철수의 별의 순간은 지나갔다’고 노골적으로 공격했다. 다른 사람들이 손가락질해도 새 정치에 대한 그의 열정은 식지 않았다. 만약에 식었다면 안랩의 최대 주주인 그는 얼마든지 은퇴하고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중적 비난과 조롱을 무릅쓰면서도 나름의 정치 행보를 이어온 것은 브레이브걸스의 벼랑끝 행보와 유사하다.

브레이브걸스는 포기하면 가수로서의 종말을 맞기 때문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그런 집념에 국민들이 뒤늦게 화답하면서 역주행 신화를 쓸 수 있었다.

하지만 안 대표는 부와 명성을 지닌 인물이다. 안 된다 싶으면 중간에 포기해도 그만이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안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고, 오히려 정치인으로서 점점 더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안 대표의 집념이 브레이브걸스보다 더 강력하다고 볼 수 있다.

해체를 앞뒀던 브레이브걸스가 역주행을 넘어 예능부터 광고까지 섭렵하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tvN '유퀴즈'부터 SBS '런닝맨' 등에 출연하면서 인기 예능프로그램 섭외 1순위가 됐고 장르를 가리지 않고 브랜드의 모델로 기용됐다. 브레이브걸스는 인기 모바일 게임 '파우게임즈 킹덤 : 전쟁의 불씨'의 모델을 시작으로 치킨 브랜드 BBQ, 오리온 꼬북칩 등 모델로 발탁됐다.

앞서 '롤린'은 유튜브 비디터의 '댓글모음' 영상을 통해 재주목받기 시작했다. 국군장병 위문 공연 무대에 선 영상과 댓글 덕분에 '롤린'은 입소문을 탔다. 초기 컨셉이었던 선정적인 의상과 안무 대신, 멤버들의 청량함을 부각한 영상들로 변신을 꾀해 역주행에 성공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4.7보궐선거 이후, 안 대표는 국민의힘과의 합당 등을 포함한 야권 대통합을 적극적으로 주도하면서 새로운 변신을 꾀할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양준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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