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숙원 사업이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김진욱)가 출범한지 70일을 넘긴 가운데, 출범 직전 그 치열했던 내막이 확인됐다.
핵심은, 이미 집권여당에 의한 개정 공수처법 추진을 위해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여당 측 위원들에 의해 강제 종료됐다는 것. 그 결과, 야당 측 추천위원들의 비토권은 박탈돼 오로지 여권 입맛에 따른 결과로 이어지게 됐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이었던 이헌 변호사(대한법률구조공단 前 이사장)는 지난달 30일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장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을 상대로 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기자가 확인한 해당 청구서에 따르면 집권여당 측 추천위원들은 최초 설정된 '7명 중 6명 찬성 시 인사추천 안 통과 구조는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추천위 활동을 무력화시켰다.
더불어민주당이 강행한 최초 공수처법은, 여권 추천위원 5명과 야당(국민의힘) 측 추천위원 2명으로 구성된 추천위원 중 6명이 동의하면 인사 추천이 가능했다. 공수처를 기획한 백혜련 민주당 의원도 이를 보장한다고 말했지만, 결국 여권에 맞게끔 동의 위원 수를 조정한 개정안이 민주당에 의해 강행 처리됐다.
이번 청구서에는 당시 추천위에서 야당 측 추천위원들에 대해 일방적으로 진행됐던 일련의 기록이 담겼다. 다음이다.
#1. 이찬희 대한변협회장은 2020. 11. 9. 조재연 위원장 의결 없이 임의로 심사대상자들(김00, 이00, 한00)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추천.
#2. 조재연 처장도 추천위원들의 의결절차를 거치지 않고 그 다음날인 2020.11.10. 추천된 심사대상자 11명의 명단을 공개.
#3. 피청구인의 심사대상자 명단 공개 직후 야당추천위원 측이 심사대상자로 제시한 손00 변호사는 과도한 언론 취재에 의한 개인적 부담 등으로 사퇴
#4. 2020.11.13. 개최된 피청구인의 제2차 회의에서는 피청구인이 심사대상자들을 상대로 한 비공개면담 여부, 심사대상자들로부터 받은 심사자료 보완 여부 등에 관하여 당시 여당·당연직 추천위원측이 제기하는 신속론과 야당 추천위원측이 제기하는 신중론이 대립. 격론 끝에 심사대상자들에 대한 추가 심사자료 수령 위해 2020.11.18 추후 회의 개최 합의.
#5. 조재연 위원장은 3번에 걸쳐 표결하면서, 찬성 의결 부결. 그러다 여당 및 당연직 추천위원들은 공수처법의 7명 중 6명 의결 구조로는 피청구인이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등의 사유로 내세워 야당 추천위원들의 회의 속개 의안을 부결시킨 후 피청구인의 활동종료를 일방 선언.
#6. 당시 공수처법 제6조7항(추천위원회는 처장후보자를 추천시 해당 추천위원회는 해산된 것으로 본다)에도 불구하고 집권여당 측에서는 공수처법에서 야당 추천위원들의 비토권을 박탈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더불어민주당은 2020. 12. 10. '공수처가 신속하게 출범할 수 있도록 공수처장후보 추천 관련규정을 정비한다'는 개정 이유로 들어 일방 통과).
#7. 야당 추천위원들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 절차의 진행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킨 바가 없고 비토권을 남용한 바 없다. 여당측이 일방적 입법으로서 피청구인의 의결정족수를 재적위원 3분의 2(즉 재적위원 7인 중 5인)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할 있도록 강행한 개정 공수처법은 그 개정 이유로 내세운 '공수처의 신속 출범' 그 자체로 정당성과 합리성을 가질 수 없다.
#8. 일련의 과정을 종합하면, 여당측은 피청구인의 출범 당시부터 야당 추천위원들의 비토권 남용을 빌미로 그것을 배제하는 내용의 개정 공수처법 입법을 예정했다는 의구심을 가지게 한다. 특히 비토권을 정당한 사유 없이 박탈하는 위헌적인 입법이다.
결국, 이 전 추천위원에 따르면 이같은 과정을 거쳐 지금의 공수처가 출범하게 된 셈이다.
한편, 지난 1월2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출범식을 가진 공수처는, 앞으로 3년간 법원과 국회를 비롯한 고위공직자들을 상대로 수사권을 휘두르게 된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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